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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갈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최학)

haagam 2011. 8. 4. 16:33

 

서명 : 배갈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소설가 최학의 감칠맛나는 명주 기행)

저자 : 최학

출판 : 새로운 사람들(2010.1.28. 초판1쇄/ 293쪽)

 

  술처럼 우리의 세상살이에 긴밀한 친구가 있을까?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술은 그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한 다양한 방법으로 빚어 먹었으며, 그 술로 삶의 애환을 달래면서 지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술처럼 묘한 물건도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는 요즘 막걸리 열풍이 불어 다시 한번 우리 술을 돌아보게 하지만 역시 우리의 대표술은 소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맑고 뒷끝이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서민의 애환을 달래기에 적합하다. 삼겹살은 아마 소주 안주로 적합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소비가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된다.

 

  술을 제조 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담금주와 증류주로 구분되고, 우리가 즐겨먹는 소주는 주정을 희석하여 대량생산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이인 술의 종류와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담금주는 지역마다 다양한 술이 있고, 그 술을 증류하여 만든 소주가 안동소주, 두견주, 이강주 등등하여 지역마다 명맥을 유지하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마당에서 세계 증류주 시장을 크게 구분한다면 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든 프랑스의 꼬냑과 맥주를 증류하여 만든 위스키, 그리고 수수 술을 증류하여 만든 백주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우연히 중국에 교환교수로 근무하면서 백주에 관심을 갖고 중국의 지방마다 다양한 주가를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고, 또한 여러 서적을 통해 연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백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문화를 소개한 책으로 술에 관심이 있거나 백주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물론 백주를 통한 중국문화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한 여름의 더위를 피해 그늘나무 아래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저자는 우선 백주 총론을 집고 난 후, 우리가 잘 아는 우량예, 서붕주, 양하남색경전, 마오타이, 검남춘 등 중국의 명주들을 탐방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각론을 통해 중국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우선 백주라는 이름을 이해해 보자.

백주白酒는 소주燒酒, 백간白干, 고량주高梁酒 등과 같은 말이다. 배갈이란 명칭은 백주의 또 다른 이름백간白干에서 유래되었는데, 허베이성河北省의 한 지방의 양조장에서 제조한 술이"정말 너무 깨끗하고 깔끔해서 좋다.진결眞潔, 호간好干"라는 말을 부드럽게 말하다 배갈이 되었고, 수수를 빚어 만들었다는 말에서 수수를 의미하는 고량이라는 말과 술주酒를 합해 고량주라 하기도 한다.

 

백주는 그 재료에 따라 대곡주大曲酒와 소곡주小曲酒 그리고 부곡주 麥夫부曲酒 등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는 누룩을 국麴이라 하지만 중국은 곡曲이라 하고, 대곡주는 밀, 보리, 완두 등을 원료로 하여 만든 누룩을 당화발효제로 하여 만든 술이다. 고온에서 발효하는 고온곡高溫曲은 장향醬香배갈을 만들고, 중온곡은 청향형淸香型 배갈을 만들 때 쓰이는데 대부분의 백주는 고온곡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003년 중국 주류의 총생산량은 3,200만톤으로 이중 백주는 331만톤이다. 백주의 규모는 550억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10조가 넘는다. 중국 각처에 백주 제조업체만도 4만여곳에 달하고, 백주 브랜드는 1천개가 넘어 어떤 술이 좋은 술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은 신정부 수립 이후 주류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1952, 1963, 1979, 1984, 1989년 등 5차례 전국주료평가대회를 열고, 금질장, 우질장을 주었다. 정부의 행사로 한번이라도 금장을 받은 술만이 '중국명주'라 표시할 수 있는 셈이나, 대회 때마다 극심한 경쟁으로 부작용이 많아 대회는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과거 명주대회에서 금장을 받은 술만이 중국명주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명주의 입상 실적을횟수별로 정리하면아래와 같이 총 17종이다.

 

5차례금장 수상(3): 마오타이주 矛台酒, 분주 汾酒, 루저우라오쟈오특곡주 노주노교특곡주 爐州老窖特曲酒

4차례금장 수상(4) : 서봉주 西鳳酒,우량예五粮液, 고정공주 古井貢酒, 동주 董酒

3차례금장 수상(3) : 전흥대곡주 全興大曲酒,양하대곡주 洋河大曲酒,검남춘 劍南春

2차례금장 수상(3) : 쌍구대곡주 雙溝大曲酒,황학루주 黃鶴樓酒,낭주 郎酒

1차례금장 수상(3) : 송하량액 宋河糧液,타패곡주 沱牌穀酒, 무릉주武陵酒, 보풍주寶豊酒

 

이들 술의 입상특징을 살펴보면 중국이 23개성, 4직할시, 5자치구, 2개의 특별행정구 등 34개의 성시 중에서 국가명주를 생산하는 곳은 9개 성시에 지나지 않으며, 쓰촨성 四川省이 전흥대곡주(수정방), 우량예, 검남춘, 루저우라오쟈오, 타패주, 낭주 등 9개이고, 인접한 귀주성에서 마오타이주, 동주 등 2개를 생산하고 있어, 좋은 술은 지역적 조건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가장 북방에 위치한 술은 산서성의 분주이며, 가장 남쪽에 위치한 술은 귀주성의 동주이다. 동서로 구분하면 동쪽은 강소성의 양하남색경전이 서쪽 끝에는 사천성의 전흥대곡주이다.

중국에서 춘春은 술이란 뜻도 있어 술이름에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검남춘, 오량춘 등이 그것이다.

백주의 백미는 역시 마실 때 독한 술의 넘김이 부드럽고 상쾌하며, 마신 뒤에도 숙취가 없고, 많이 마셔도 쉬이 깰 뿐만 아니라, 취한 듯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그 잔향이 남아있다는 멋이다. 중국사람들은 숙취의 후유증을 상토우上頭라 하는데 백주에는 상토우가 없다.

요즘 중국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우량예는 농향형 백주의 대표술로 술의 빛은 깨끗하고 투명하다. 술 자체가 지닌 부드러운 맛고 순수하고도 농후한 맛이 먹넘김이 부드럽고 강한 상쾌감이 전해지며, 숙취가 전혀 없고 쉬 깰 뿐만 아니라, 취한 듯 깨어있는 것 또한 유쾌하다 말한다.

좋은 술은 역시 좋은 물로만 가능한데, 우량예를 만드는 술회사는 장강長江의 최상류를 이루는 금사강과 민강이 만나는 사천성 이빈시에 있다. 우량예는 이 민강 중심 깊은 곳에서 떠오는데 예로부터 수질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수수,쌀, 찹쌀, 밀, 옥수수 등 다섯가지 원료五糧을 원료로 사용하며, 누룩은 대곡을 사용한다.

백주에 대한 다양한 상품 설명과 여러 추억들은 다른 자료에서도 많이 나와 있어 우선 백주의 이해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기회가 되면 다시 백주를 종류별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간간이 두보의 장진주를 비롯하여 멋진 한시와 중국의 역사를 같이 말해 주어 또한 그 내용이 구성지고 다시 한번 백주에 취하는 중국 여행을 그리게 하는 책이다.

( 글 : 학바위 )

*

목차

제1부 배갈론
‘배갈’이란 명칭/ 술은 언제부터 있었나?/술의 기원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 술의 종류/ 중국 명주’와 ‘중국치명상표中國馳名商標’의 술

제2부 명주의 고향으로 가는 길
오곡의 정수를 뽑아 빚은 술, 우량예[五粮液]

- 두보의 비감悲感이 장강 따라 흐르다
봉황의 전설을 담은 남성적인 술, 서봉주西鳳酒

-소동파蘇東坡가 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주해酒海’에서 놀다
  장쑤성[江蘇省]을 대표하는 미인정美人井의 술, 양하남색경전洋河藍色經典
- 추집鄒緝의 시가 술 마을 양하진의 분위기를 전하다
  중국 술의 자존심 - 마오타이주[茅台酒]
- 마오쩌둥[毛澤東]도 장정長征 때의 도움을 잊지 않다
  장강長江의 역사와 멋을 담은 황학루주黃鶴樓酒
- 최호崔顥의 절창絶唱에 이백李白이 붓을 꺾다
  노자老子의 고향 땅이 빚는 송하량액宋河粮液
- 공자의 ‘불급난’도 송하에서 시작된다
  대지진의 땅에서도 그치지 않는 술의 향, 검남춘劍南春
- 이백李白, 모피 옷을 잡히고 고향 술을 마시다
  회하淮河의 역사와 문화가 빚은 쌍구대곡주雙溝大曲酒
- 근대의 작가 예성타오[葉聖陶]가 ‘국가 명주’ 되는 일을 거들다
  파촉巴蜀 문화의 진수를 담은 술, 타패주
- 진자앙陳子昻을 키운 사홍射洪의 산수
  고품격, 고가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신화, 수정방水井坊
- 장적張籍의 노래와 지하에 잠든 6백 년의 양조장
  천 년의 옛 우물이 빚어내는 고정공주古井貢酒
- 조조曺操, 황제에게 제 고향 술을 자랑하다
  꿈의 술 마을 행화촌杏花村에서 익는 분주汾酒
- 두목杜牧의 시 한 편이 천 년 술을 향기롭게 하다
  중국의 디오니소스 의적儀狄이 만든 보풍주
- 이학자理學者 정호程灝가 봄바람 실은 술을 감독하다
  마오타이[茅台]의 피가 흐르는 낭주郎酒
- 백거이白居易처럼 강남江南을 떠올리다
  최고最古 발효지의 향과 맛을 담은 ‘꿔쟈오 1573’
- 시인 장문도張問陶가 소문낸 술 고장 루저우[瀘州]
  도원경桃園境의 꿈을 담은 무릉주武陵酒
- 도인道人 장허백張虛伯, 무릉의 술을 마시고 구름 골에 눕다
  국가 기밀의 양조법, 가장 개성적인 배갈, 동주董酒
- 도연명陶淵明이 거닌 루산[廬山]에서 만난 술

 

최학

1950 경북 경산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73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

1981부터 우송대 교수로 재직, 2004부터 교환교수로 중국 남경 효장대학에서 강의, 현재 우송대 한국어과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의, 고려대 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