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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haagam 2014. 6. 19. 15:02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은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너머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김재진
몸보다 가슴, 가슴보다 영혼이 먼저 앞으로 뛰어가는 사람.

1976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뒤 40년 가까이 글을 써왔다.

《조선일보》와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인》, 《작가세계》 등에 소설과 시가 당선된 그는, 시를 쓰면서도 시단과는 거리를 두고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적인 가치와 거리를 둔 채 명상과 은둔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산문집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어른이 읽는 동화 《어느 시인 이야기》, 《엄마냄새》, 《나무가 꾸는 꿈》 등 열네 권의 책을 펴냈다.

1981년 방송 프로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2년 제19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돌연 각박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직장을 그만둔 뒤 걸림 없는 삶의 길을 찾아 세상을 방황했다.

명상과 치유를 위한 콘서트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책과 음악을 통해 세상과 교류하고 있다.

현재 마음공부 전문방송 유나UNA.OR.KR의 대표로 ‘가슴에 남는 음악’의 DJ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치유를 위한 방송과, 의식을 일깨우는 강좌를 통해 마음 다친 사람들의 치유와 위안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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