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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랑이(조영남)

haagam 2013. 4. 16. 12:01

 

 

서명 : 어느 날 사랑이

저자 : 조영남

출판 : 한길사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적어보는 것은 순전히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에서였다.

내가 생각만 있지 도무지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면 도대체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다. 도대체 남들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내 생각조차도 글로 적을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지내온 범부로서, 회갑이 되면 수필집도 내보고, 평생 한 직장을 갖고 지냈으니 그 분야의 자료를 모아 후학이나 관계자들에게 재미있는 글이라도 써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은 과한 욕심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나는 것은 학교다닐 때 들은 것일텐데 우선 남의 글을 많이 읽고 또 많이 써 보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 토지를 10번 정독을 하라는 글도 읽었다. 나는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읽고 짧게나마 내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 이 블로그였다.

 

그러나 어떤 책은 정말 무미건조하고, 어떤 책은 마음에 와 닿아 옮겨보려면 기껏해야 책의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글귀나 목차를 옮겨적어볼 뿐 처음부터 끝까지 일필휘지 하는 식으로 글을 펴나가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그 때마다 또는 문득문득 아! 내가 기대하는 수준은 정말 멀구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었고, 또한 남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하는 생각이 너무 일천하고 메말라서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없다는 것이 너무 여실해서 지금은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 조차도 해 본지 너무 오래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책을 읽다가 소개된 책 제목을 적어놓고 기회가 되면 구입하는 것인데, 이 책을 내가 어떤 경위로 구입했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지난 번에 많은 책을 한꺼번에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새로 구입한 책들을 거의 다 잃고 나서 문득 책장을 보니 이 책이 있는 것이었다.

 

책 제목이 <어느 날 사랑이>라니..

이 제목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유라 조영남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인가 하는데서 청취자들이 자신의 사랑 수기를 응모하면 골라서 방송하는 부분의 제목이었던 것이 생각나서, 아! 이 책은 그 수기들을 모아서 엮은 책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다가 이런 책을 내가 사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스럽기도 했다.

 

일단 산 책이니 습관처럼 첫 장을 넘겨 서문과 목차를 읽다가 이 책이 조영남이 이런저런 이유로 방송출연을 못하게 되어 백수로 지내던 기간 동안에 한길사 사장의 권유를 받아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었다 말했다. 일단 라디오 프로그램의 내용 묶음은 아니었지만, 내가 무슨 조영남 연애 이야기나 읽고 있을만큼 한가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의 첫편 다시 말하면 그가 한양대 음대를 입학하여 2년을 다니다가 그만 두고 서울대 다니던 청년시절에 만난 여자 친구와의 이야기까지를 읽고 이 글을 적는다.

 

조영남이 대학다니면서 사귄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진솔하게 적었다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었다. 남의 이야기를 어깨넘어로 훔쳐 보는듯한 느낌으로 재미있고, 조영남이 필력을 인정받아 여러권의 책을 이미 낸 실력으로, 글이 읽기 쉽고 거부감이 없을 뿐더러, 무슨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재미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의 로망인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를 기탄없이 풀어내고 있으니, 읽은 사람들은 그져 군침을 삼키면서 만화책보듯 책을 읽을 뿐이고, 문득문득 자신의 첫사랑은 어떠했던가 하면서 입장을 바꿔보기도 하게 만든다.

 

조영남 식으로 하면 손목정도만 잡고 그친 친구는 풋사랑, 뽀뽀하는 도를 넘어 농밀한 사랑을 나눈 사람에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노라 말하고, 살면서 가장 근본적인 재미는 역시 사랑하는 일이라 터놓고 말하니,참 읽는 사람으로서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책은 크게 세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렇게 대학다니면서 혼을 뺄 정도로 모든 것을 걸었던 여자 친구가 문득 너무 부담스러워 선배에게 부탁하고 헤어진 이야기를 적은 사랑없인 못살아가 첫 편이고, 그렇게 2편이 더 있어서 458쪽의 두툼한 연애편력을 풀어대고 있다.

 

아마 두번째 이야기는 그의 전처인 윤여정의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는 대학시절 첫사랑을 보내고 이내 또다른 여친을 만든 이야기를 을씨년스럽게 풀어대고 있다.

 

참말로 플레이보이다.

 

(학바위, 2013)

 

 

조영남

1944년 황해도 남천생, 2013년 현재 7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