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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김무곤)

haagam 2012. 11. 2. 14:54

 

서명 : 종이책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한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 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

저자 : 김무곤

출판 : 더숲

 

저자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은 편력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스스로를 간서치라 하고, 책읽는 이유를 그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간서치라 말해도 좋을만큼책은 많이 읽은 듯 하나 글을 쓰는 감각을 타고 난 글쟁이는 아닌듯, 책이 내용상 성실하나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생각되었다.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감동이 없는 것은 더욱 절박하거나 구체적인 저자 중심의스토리가 없다는 말과 같다.

 

IT기반의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종이책을 읽기를 권한다는 책제목은 매력적이나, 멀티미디어에 견주어 종이책의 장범을 비교하기 보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독서의 대상이 되었던 종이책을 바탕으로 독서에 대한 전반적인 소견과 자신의 편력을 기록하고 있다.

 

종이책 읽기'의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크기가 장점이다. 휴대가 용이해서 교통수단 등 이동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 무한의 에너지를 가진 매체이다. 충전하거나 콘세트에 꽂지 않아도 볼 수 있다.

- 책은 개인매체이다. 혼자 사용하고, 통제하고,혼자서 즐기는 매체이다.

- 책은 내용에 제한이 없다. 어떤 컨텐츠도 다 담을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영화와 그래서 다르다.

- 선택성, 수많은 책 중에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 여럿이 돌려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 사람이 주인인 매체이다.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행위와 달리 읽는 의지,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를 고양시키려는 인간의 행동이 필요하다.

 

"책을 읽다, 꿈꾸다, 사랑하다, 3단어의 공통점은 명령어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랑하라, 꿈꾸라 하고 명령한다고 해서 그것이 명령자의 뜻대로 실행될 수 없듯이, 읽기 싫은 사람에게 읽어라 명령해 보았자 효과가 없다."

-프랑스 교사이자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책읽기를 거듭한 사람일수록 나중에 세상에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지는 사람이 된다는 걸 살명서 새록새록 깨달아 왔다.

 

책읽는 일과 성공하고 돈을 버는 일이 관계가 적다고 여기면서, 성찰되고 정제되고 검증된 지식이 무시되고, 설익은 사항, 자극적인 발언, 돌출적인 생각들이 주목을 받는다. 나는 이런 현상이 사회 변동기의 짧은 한 시기에 일어나는 이례적인 현장이라 믿는다. 독서와 성공이 관계가 없다 믿는 사람들의 생각이 큰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조신시대 정인지의 글 읽는 소리에 반한 옆집 처녀가 담 사이로 그를 엿보고 흠보의 정을 품었다. 어느 날 밤 처녀가 담을 넘어 징인지의 방으로 뛰어들자 정인지는 그녀를 타일렀다. 그러나 그녀는 소리를 질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막무가내로 협박하자 정인지는 날이 밝으면 모친께 말씀드로 정식 혼인절차를 밟겠다며 처녀를 달래 보내고 이튿날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하고 이사를 가버렸고, 처녀는 상사병으로 죽었다.

-정민, <책읽는 소리>, 마음산책, 중에서-

 

조광조의 낭랑한 독서 소리에 반한 처녀가 담을 넘었다. 조광조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 돌려 보냈다. 그녀는 잘못을 뉘우쳤고, 훗날 다른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기묘사화 때 그녀의 남편이 조광조를 해치려 하자,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일을 이야기하며 조광조를 해치지 못하게 했다 한다.

 

"책은 마땅히 조금씩 보아야 하고, 지극히 깊에읽어야 한다. 아이는 글을 읽으면 기억하지만, 어른은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단지 아이는 마음을 집중하여 하루에 일백자를 가르치면 일백자를, 이백자이면 이백자를 단지 기억하지만, 어른은 하루에 행여 백개의 목판을 보더라도 그처럼 정신을 집중하여 자세히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의 일분에 십을 보는데, 지금은 마땅히 십분에 일을 보아야 한다. 독서의 기한은 넉넉하게 잡고 그 과정은 야무지게 해야 한다."

<주자 서당은 어떻게 글을 배웠나>(송주복, 청계, 1999) 중에서

 

나는 아직 책읽기보다 더 즐거운 일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오래도록 책을 읽고 있는 까닭도 책읽기가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세상과의 소통과 세상과의 단절을 동시에 경험한다. 책을 읽는 자는 완전한 단독자로서 세계와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읽는 일은 구원인 동시에 좌절이다.

 

책안의 세상은 책 밖으로 향하는 등불을 켰다. 그것은 책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욕망이었다.

 

어린이가 글자를 배워 더듬더듬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이제 그 아이는 커다란 세계와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책을 만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세계와 부딪치면서 커나갈까 나는 궁굼하다. 책은 무심한듯 그러나 모든 걸 지켜보리라.

 

책이 있는 곳은 다 학교다. 전설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은 일찌감치 학교를 때려 치우고 원없이 책을 읽은 사람 중의 하나이다.

 

 

김무곤

동국대학교 교수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장, 국제정보대학원장

도쿄대학대학원 사회학 박사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2010 대원상 콘텐츠대상 장려상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긴급행동 간사
제18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부위원장
영국 캠브리지대학 객원연구원

<NQ(공존지수)로 살아라>, <미디어 정치와 민주주의>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