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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꽃자리, 구상)
'주여 저를 해방시키소서' 주님, 저를 해방시키소서. 인정 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모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경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질책 당하는 고통의 두려움으로부터 비방 당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잊혀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오류를 범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우스꽝스러워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의심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저를 해방시키옵소서, 오 주여..! 우리의 마음도 당신처럼 되게 하소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사랑 받게 하소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존경받게 하옵고. 주여, 이런 욕망에서 저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나는 젖혀 두고 다른 사람들이 선택받게 하시고 나는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 받게 하시고 모든 일에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택하여 주시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성스럽게 하소서.
나무들5무게를 견디는 자여 나무여 새둥지처럼 불거져 나온 열매들을 추스르며 추스르며 밤에도 잠자지 않네 실하게 부푸는 과육 가지가 휘청이는 과실들을 들어 올려려 들어 올려라 중천의 햇덩어리 너의 열매 무게가 기쁨인자여 나무여 늘어나는 피와 살 늘수록 강건한 탄력 장한 힘이더니 그 열매 추수하면 이 날에 잎을 지우네 김남조(1927~) 이 시는 조선일보에서 얻었다. 시를 읽다 나무를 표현하는 시어들이 매우 서정적인 느낌으로 눈에 들어와서 읽다보니 김남조 님의 시였다. 제목은 나무5이다. 아마도 나무를 주제로 한 연작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블로그에 시인의 사랑초서를 옮겨 적으면서 그가 사랑에 대한 구구절절 애틋한 느낌에 대한 근원지가 궁굼하다 말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만난 시가 우연히 김남조인 것을 보..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 주간경향, 1959 * 나는 사람은 신동엽이라는 사람이 개그맨만 있는 줄 알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길을 지나다가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새해에 관련 된 시을 들었는데 '새해 새아침은 산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봄의 서곡 (노천명)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 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 인터넷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노래한 사람이 많은 것을 알았다. 시도 많고 노래도 많았다. 봄은 다른 계절보다 겨울을 지나 봄 기운이 돌기 시작하여 봄을 느끼는 싯점을 노래하는 것이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노천명은 짧은 인생을 ..
한 잎의 여자1 (오규원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시인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2007 임종했다. 물푸레나무는 껍질을 벗겨 ..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 반성하는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위에 가장 기품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이 시를 두고 김용택 시인은 '날마나 진저리쳐지는 살아 있음의 모욕이여!'라 말했다. 시인이 싯구의 줄을 바꿔 쓴 곳도 의미를 둔 것일까?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를 쓰고 쉼표를 쓴 다음 반성하는 자세로...로 이어나갔다. 원래는 연이 없이 이어진 시를 가독성을 위해 나눠 놓았다. 살아 가면서 속상한 일과 사람을 품에 안으면서 겪는 아픔은..
사평역에서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핓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룹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는 소나기의 저자 황순원의 아들이다.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그는 세련된 감수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견고한 시 세계로 많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1950년대 중반 등단 ..
君不見 군불견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불부회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콸콸 흘러 바다에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君은 2인칭 대명사로 너, 그대를 의미한다.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이미 보았다는 의미이다. 君不見 군불견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높은 저택에서 앉아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같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흰 눈처럼 세었구나.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세상에 살다가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즐기기를 다할지니 금 술잔을 부질없이 달빛 아래 홀로 두지 말아야 할 것이로다.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복래 하늘이 나를 ..
겨울 입구맨드라미닭 벼슬처럼 피었는데노을은 더 붉어온산이 불타고 있다.산도 강도 모두 타 버리면하얀 잿가루온 천지를 뒤덮겠네> 이보라(영숙)
장 농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있는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 보다 돌아 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낙 화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뒤에 머언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꽃이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하이안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 지 훈 )*주렴이란 구슬 등으로 꿰어만든 발이고, 귀촉도는 물론 소쩍새이다. 꽃이 진다고바람을 탓하지는 말자는 말은 매우 의젓한 마음가짐이다. 이 세상에 잘못된 일을 내 탓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꽃이 지는 것이 바람탓이라 하지 말자는 말은 얼마나 의젓한 마음인가. 꽃이 지는 마음을 내 안으로 담아 안으련다.구슬을 꿰어 만든 발사이로 별들이 하나 둘 지고,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이 밤에 문득 머언 산이 가깝게 느껴지는듯..
세상에서 너 소유한 모든 것 중가장 귀한 것은 이니너의 구원자 은 어제와 내일이라는 두 도적 사이에서자주 십자가에 달리운다.기쁨은 오직 의 것언제나 내일이 아닌 다만 너는 행복할 수 있으리니하느님께서는 오늘을 네게 주셨다.모든 어제는 거두어가셨고,모든 내일은 아직 그분 손안에 있도다.*우리네 슬품의 대부분은 어제의 잔재이거나내일에서 빌어온 것일 뿐너의 을 고스란히 간직하라.너의 음식, 너의 일, 너의 여가를 향유하라.오늘은 너의 것이니하루가 끝났을 때"나 오늘을 살았고 오늘을 사랑했노라!"고말할 수 있게 하라.
한 마리 짐승이 되어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저렇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이 있는 것을.나는 선 채로 오랫동안 짐승들을 바라본다.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걱정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어둠 속에 깨어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눈물짓지도 않고하느님에 대한 의무를 들먹이며 나를 역겹게 하지도 않는다.불만을 드러내는 놈도 없고소유욕에 혼을 빼앗긴 놈도 없다.다른 놈이나,먼먼 조상에게 무릎 꿇는 놈도 없다.이 지구를 통틀어 보아도, 어느 한 마리점잔빼는 놈도, 불행한 놈도 없다.휘트먼, 중에서월트 휘트먼의 "풀잎"(Leaves of grass, 세계시인선 22, 유종호 역, 민음사, 2001.2.28)에 수록된 시이다.40편의 시를 담았다.휘트먼은 1819.5. 뉴욕 롱 아일랜드 농가에서 출생하였다.인쇄공, 기자, ..
어제 낮엔 양지 밭에 차나무 씨앗을 심고오늘 밤에 마당에 나가 별을 헤아렸다.해가 지기 전에 소나무 장작을 쪼개고해진 뒤 침침한 붚빛 옆에서 시를 읽었다.산그늘 읽찍 들고 겨울도 빨리 오는 이 골짝에낮에도 찾는 이 없고 밤에도 산국화 이지만매화나무도 나도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매화는 매화대로 나는 나대로 그냥 고요하였다.도종환 전문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룰다 갔다.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손에 묻는 흙이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도종환 전문
편 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글 : 김남조 ) 아래 내용은 네이버에서 시인 김남조 선생의 인물 검색 결과이다. 1927년생(2010년 현재 83세), 대구출생,숙대 명예교수, 서강대 문학 명예박사, 1950년 연합신문사 시 '성숙', '잔상'으로 등단, 2007 만해문학대상 수상. 내게 이따금씩 가슴이 뭉쿨해지면서 떠오르는 김남조의 시이다..
이런 노인이 되게 하소서눈이 침침하여 잘 안보이고귀가 멀어 가서 소리가 들리지 않고말과 걸음걸이가 어눌해 가지만나를 추하게 늙어가지 않게 하시고내가 늙어가는 사실을 두렵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 하며자신을 학대하고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노인이 정말 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어지게 하시고,육체적으로 늙었지만 정신적으로는오늘 막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게 하시고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끊임없이 탐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노인이 되게 하소서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흔들리는데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는 단계라는 것을 보통의 사람이라면 다 느끼게 된다. 나같은 범부들은 결국 평생을 흔들리면서 살게 되는 부끄러움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시는 항상 마음의 위로를 갖게 한다. 이 블로그의 이름인 우보는 그런 의미에서 그저 한걸음 한걸음 또 한걸음을 걷는다는 소박한 생각이다.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
인생은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작은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소와 친절, 그리고 작은 의무와 습관적인 것들이 마음을 열게 해주며 인생의 승리를 가져다 준다.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그런 작은 것들이다. -험프리 데이비- * 우리 또래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모두 어렵게 살았다. 나는 신문에 글을 투고하고, 학생회 간부를 하는 등 나름대로진지한 젊음을지냈다. 학장님은 이따금씩 자기 방으로 불러 좋은 말씀으로 격려해 주셨는데, 어느 날 사택으로 불러 뒷뜰에서 직접 기르신 탐스런 딸기를 내 놓으시면서 여러 말씀을 들려주신 기억은 지금도 가슴이 뭉쿨하다. 그분은 수필을 잘 쓰셔서 여러 권의 책을 내시기도 했는데, 그분의 회갑 기념 문집 제목은 '작은 일들'이었다. 별도로 자기 ..
목 련 눈만 껌벅이는 내 품안에서 흐느껴울던 그의 눈물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밤을 뒤척이다 나온새벽 보문산 겨울 칼바람도 덕유산 흐드러진 설화 더미도 섬진강 구비구비 매화 바람도 너는 가슴 속 그 애잔한 눈물로만 만나느냐 목까지 차오른그리움 봄 핑게대고서둘러 나와 보고싶다 보고싶다 못내 말하지 못하고 다시 가슴 속에 묻어둔채 문득 지고 말았다. 글 : 학바위
우리가 저믄 여름 뜨락에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 만으로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사랑에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그리움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글 : 도종환(봉숭아)
어지러워라.첫사랑의 아픔은 항생제로도듣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열로 밤을 하얗게 밝힌 아침, 봄이 오는가 싶더니 문득 눈보라가 몰아친다. 벌던 꽃잎을 접고맨 몸으로 오한을 견디어내는뜰의 홍매화 한 쌍. 글 : 오세영(꽃샘 추위)그림 : 천경자( 꽃과 나비)
마음이 어둡고 산만할 때엔가다음을 줄을 알아야 하고,마음이 긴장하고 딱딱할 때엔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그러치 못하면 어두운 마음을 고칠지라도흔들리는 마음이 다시 병들기 쉽다.(채근담)
눈이 침침하여 잘 않 보이고귀가 멀어 가서 소리가 들리지 않고말과 걸음걸이가 어눌해져 가지만나를 추하게 늙어 가지 않게 하시고내가 늙어 가는 사실을 두렵지 않게 하소서.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 하며자신을 학대하고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그런 노인이 정말 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어지게 하시고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로는오늘 막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게 하시고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끊임없이 탐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노인이 되게 하소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서즐겁게 사는 부..
Build me a son, 제 아이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 주소서, O Lord, who will be strong enough to know when he is weak, 자신의 약한 부분을 알 만큼 강하고, and brave enough to face himself when he is afraid; 두려울 때 두려워하는 자신에 맞설 만큼 용감하고; one who will be proud and unbending in honest defeat, 공정한 패배에 자랑을 느끼며 꿋꿋하고, and humble and gentle in victory. 승리를 얻었을 때는 겸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Build me a son whose wishbone will not be where his back..
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말고조심조심 일러주고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척 어리숙 하소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다오.나이 들어 늙은이가 되면 상대방을 꼭 이기려 하지 마소. 적당히 저주구려.한 걸음 물러서서 앙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비결이라오.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돈을 많이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같은 많은 덕(德)을 쌓으시구려 이 내 몸 대우 없음에 너무 슬퍼하지 마소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하시고 불쌍한 사람 만나거든 베풀어 주고 손주 보면 ..
교사의 기도(오천석) 주여! 저로 하여금 교사의 길을 가게 하여 주심을 감사하옵니다. 저에게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일 가운데서, 교사의 임무를 택하는 지혜를 주심에 대하여 감사하옵니다. 언제나 햇빛없는 그늘에서 묵묵히 어린이의 존귀한 영을 기르고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대하여 감사하옵니다. 주여! 저는 이 길이 저에게 찬란한 영예나 높은 권좌나 뭇 사람의 찬사나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 길이 극히도 험난하고 지루하게도 단조로우며 뼈에 사무치도록 외로운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를 천시하면서도, 제가 완전하기를 기대함은 지나친 것임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때로는 찢어지게 가난한 낙도에서, 때로는 다 찌그러진 단칸 초가 밖에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