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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기행(조영헌)

haagam 2009. 12. 3. 09:51

 

서명 : 고수기행

저자 : 조용헌

출판 : 랜덤하우스 코리아(2006)

 

요즘같이 제 앞 가리고 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고수(高手)를 찾아 기행(紀行)하는 글을 적은 다는 것도 참 예사스런 일이 아니다. 저자 조용현은 그런 면에서 예사스런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는 사회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한 분야에서 깊이를 내린 사람을 고수라 하고, 이 좁은 남한땅을 강호(江湖), 중원(中原)라 하면서 사회적 틀을 벗어나 나름대로 중원에서 깊이를 내린 고수를 만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저자의 고수기행도 고수에 대한 기대 수준은 저자의 수준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고수의 취향이나 수준도 저자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고 그 고수를 만나 묻거나 보고 적은 내용도 저자의 색깔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저자는 동양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특히 강호동양학은 사주, 풍수, 한의학의 3영역으로 사주는 천시(天時)를 포착(捕捉)하는 학문이고, 풍수(風水)는 지리를 탐색하는 학문이며, 한의학(韓醫學)은 인사(人事)를 다루는 학문이라 말하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해 맹자(孟子)의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사(天時不如地理, 地理不如人事) 라, 천시보다 지리가 중요하고 지리보다 인사가 더 중요하다 말한 것을 대고 있다.

고수를 짧은 시간동안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제한된 지면에 정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서술하는 방법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저자는 고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문답의 형식보다 자신의 말로 직접 기술하는 형식을 많이 빌어 글을 적고 있는데 읽는 사람에게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보학(譜學)의 대가 서수용, 산지기 이우원, 컴퓨터 사주 전문가 김상숙, 전업 문필가 이덕일, 편백나무 흙집을 지어 100사람에게 열쇠를 나누어준 변동해, 신선의 길을 닦는 정재승, 스피커 마에스트로 일명스님, 서울공대 한의원 이의원, 태권도로 미국에 입성한 이준구, 명상가 한바다 등 10명이다.

 

고수들의 공통점은 어느 분야에서나 자신을 다 버리고 그 분야에 미쳐서 지낸 기간이 대략 20년이 된다는 점이다.

보학(譜學) 전문가 서수용 편에서는 이조시대 이후 보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문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각 가문의 족보를 질펀한 이야기하고 있다.

 

산지기 이우원 편에서 진짜 예술품은 대자연이고 예술은 대자연의 짝퉁이고, 산에서 사는 방법은 출가해서 승려(僧侶)로 살거나, 화전민으로 살거나, 산지리고 살거나 수목원(樹木園) 직원이 되는 길이 있다 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 중 하나는 길게 줄서서 사는 법이라 그는 공무원 20년을 마쳐 연금 대상자가 되는 해에 부안 묵방산 태인 허씨 재실 산지기가 되었다.

 

신선의 길을 닦는 정재승은 ‘단학지남’이라는 책에서 정만불사색(精滿不思色)이요, 기만불사식(氣滿不思食)이요, 신만불사수(神滿不思睡)라 하였다. 동의보감이 중국 의서와 다른 점은 정(精), 기(氣), 신(神)을 바탕으로 하였으니 흥미있다 하였다.

 

태권도의 대가 이준구 편에서 저자는 제도권에서 학교 공부를 하는 사람을 먹물이라 하면서 사람에게 먹물이 많이 들어가면 직관과 영감이 퇴화하여 먹물들은 더듬기만 할 뿐 정곡을 지르지 못한다 하고,

명상전문가 한바다는 명상은 생각이 쉬는 것으로 생각을 쉬고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임, 생각이 쉬면 마음이 맑고 고요해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가장 표과적인 소리는 물소리로 잠을 자면서도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 사람이 어머님 뱃속같은 느낌이 물소리일까 생각된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지만, 이들은 먹물 먹은 사람 세계를 떠난 기인들의 삶이 아니고 삶의 근본을 지키면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요 그들 또한 범부(凡夫)라는 생각이 든다.

 

*

 

불이 많은 사람은 자기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고스톱을 치다 패에 고도리 원단이 들어오면 바로 표정이 기쁨이 반영된다. 자기감정에 솔직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이 많으면 아이디어가 많다.

 

불이란 스파크가 튄다는 것이고 곧 아이디어로연결되는 수가 많다. 불은 직감력을 상징한다. 불이 많은 사람은 직감이 대단히 발달되어 논리이전에 직감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거 나 판단하는 수가 있다.

예술품에 안목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도시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있지를 못한다. 혼자 있어야 세상을 볼 수 있는데 홀로 있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수십개 모임에 참석하면서도 외롭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열지 못한다.

마음의 때를 닦는 일이 곧 쉬는 일이다.

 

사람은 쉬어야 한다.

쉬어야 자신에 대한 성찰이 온다.

 

(학바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