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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전성 시대

haagam 2015. 3. 24. 17:49

 

 

  아래 글은 조선일보 사내 컬럼 <동서남북>에서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이 적은 글이다. 여러 곳에서 이 글을 인용하거나 포스팅하고 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문득문득 생각이 나서 잊을까 이곳에 옮겨 보았다.

얼마나 직업세계가 어려워지면, 교사가 1위를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씁쓸하다. 이 기사를 입증하듯이 교사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대한민국 상위 5%의 인력이 선생님이 되면, 과거 수재급의 인재들이 사범학교를 가던 시절처럼 다시 대한민국의 교육입국에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까?

 

   그러나 많은 장년교사들이 미련없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이 또한 아이러니한 현실이고, 현직 교사들의 직무만족도가 낮은 현실을 생각해보면, 교직 자체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의 안정성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참 섭섭하다.

 

  실업계(전문계, 특성화고) 고등학교에는 대부분이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이 아직도 현실인 싯점에서, 교대 사범대도 역시 가정에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나 싶고, 크게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우 선택하는 직업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교직은 국민직업이 되었다니 참 대한민국은 교육 중심 국가이다.

 

  교육이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울시 교육감은 촌지받는 선생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제작하여 교원 정신 교육 자료로 보내는가 하면, 학생들의 점심식사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교육이 사람을 만드는 일이고, 한 나라의 운명과 개인의 행복이 달려있는, 그리고 인간 존엄성을 고민하는 신성한 영역이라는 것은 간데없다.

 

  사소한 일로 학부모는 물론 학생에게 까지 모욕과 구타를 당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가 선호하는 교육 외적인 기반이 잘 닦여져 있다면, 교육 내적인 환경을 잘 다듬어서 교사가 행복하게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같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온 나라가 행복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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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전성시대다. 전국의 학생 1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진로 실태 조사'에서 남녀 중고생 모두 교사를 희망 직업 1순위로 꼽았다. 학부모 생각도 비슷했다. '자녀가 어떤 직업에 종사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교사를 꼽은 학부모가 가장 많았다. 이쯤 되니 입시 철마다 교대·사범대 들어가기가 왜 그리 힘든지 이해된다. 많은 학생이 '교사의 꿈'을 꾸고 달려가니 관문을 통과하기가 점점 어렵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와 초등교육과에는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다. 중등 교사를 키우는 사범대는 대학별 '지원 가능 점수 배치표'에서 늘 상위권이다.

교대·사범대에 들어갔다고 다가 아니다. 입학 후엔 교원 임용 시험이라는 더 높은 산이 있다. 특히 중·고교 교사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해 서울 지역 중등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이 13대1이었다. 지리 과목은 31대1이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이 3만~4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과정을 다 통과해야 교단에 서니 실력만 보면 한국 교사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2011년 발표된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를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핀란드·싱가포르를 '교육 3대 강국(强國)'으로 소개하며 "싱가포르는 상위 30% 인력이 교사가 되고, 핀란드는 20%,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고 썼다. 한 나라 교육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전제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축배(祝杯)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장이 말했다. "요즘 교사들은 다 우수해서 학생들이 공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엄친아' 출신 교사가 늘면서 교사의 공감(共感)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도 정년 보장과 연금 혜택 등 직업 안정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식만 평가하는 현재의 교사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이 올해부터 교사 임용 시험에 '인문학 면접'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남에 대한 배려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교사로서 열정이 없는 사람이 교단에 서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실력 있는 교사들이 임용된다는데도 사(私)교육의 위세는 점점 무섭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를 보니 한동안 주춤했던 1인당 사교육비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잊을 만하면 '사교육 대책'을 내놓지만 '학원이 학교보다 잘 가르친다'는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에게까지 스며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모든 분야가 그렇듯 교육에서도 광복 후 70년 동안 기적의 역사를 일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시절엔 콩나물시루 같은 오전·오후반 교실에서 공부하면서도 선생님이 희망이었다.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교육 예산 55조원 시대에 도달했는데도 정작 선생님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교사의 인기가 치솟고 우수한 인재가 교단으로 몰린다는 이때에 교단의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11/20150311041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