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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외로움에 대한 생각

haagam 2015. 4. 5. 21:01

 

 

나이가 들면서 내 주변에 있을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 어머님과 큰누님 내외분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인희가 곁에 사는 것이 큰 의지가 된다는 말씀과, 외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자주 못보는 것이 서운하다. 그 녀석이 집에 와서 집을 한번 휘젓고 가면 생기가 한참을 가는데, 다녀간 적이 오래되어 적적하고 서운하다 말씀하셨다. 서로 말은 안해도 누님이나 나나 서로 어머님 모시고 곁에서 같이 사는 것이 큰 의지가 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큰매형은 지금 77세이시고, 어머님은 93세이신데 그래도 내가 곁에 자식이나 처남으로 남아 있어 가끔 식사라도 하지만, 내가 그 나이일 때 내 곁에는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그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문득 외로움이 덜컥 찾아들었다. 나이들면서 가장 이기기 어려운 것은 역시 외로움이다.

 

어차피 외로움은 정도는 달라도 누구나 감내해야할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특히 남자는 나이들면서 부인과의 관계가 설득해지기 쉽고, 부인의 잔소리가 없어도 서운하고 들으면 견디기 어려운 법인 셈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면 역시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이나 내성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문득 읽은 책 한비야의 <1그램의의 용기>가 생각난다.

그녀은 9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이번 책은 6년만이다.

이 책의 첫장이 '소소한 일상'이고, 그 첫 편이 '밀크커피, 24일, 보름달...'인데, 그녀는 하루종일 혹은 한달내내 충분히 행복한 몇가지 소소한 행복의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시는 밀크커피, 자기 전에 마시는 와인한잔, 이상한 인연이 있는 24일,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라 했다. 산에 다니던 20대 시절에 산속에서 끓인 물에 분유를 진하게 탄데다 가루커피 2스푼과 각설탕 반개를 넣어 마시면 온몸이 따듯하고 잠을 깨우고 몸을 활동모드로 만들어  주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아침을 그렇게 시작한다고 한다.

자기 전의 와인 한잔도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건강에 좋다 해서 시작했다. 긴장감이 풀리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글도 술술 잘 나와 기분이 좋다.

얼마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인가? 이 사람은 이 나이까지 독신으로 살면서 자기관리하는 방법이나 외로움에 대한 생각 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행복의 잣대로 삼고 있다는 말은 참 여러번 생각이 나게 한다. 배울 일이다.

 

누구나 살면서 외로움은 주렁주렁 온몸에 매달고 걸치고 살 일이지만, 외로워하지말자. 나는 더욱 친구도 없을 것이고, 아네스와 금술도 좋은 편이 못되므로 더욱 외로움은 많아질 것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천하를 호령하던 사자도 기운이 떨어지면 뒷편에서 구박을 받고 살지 않는가? 결국 남자는 그렇게 홀로 투쟁하면서 자기 영역을 지켜내며 살도록 생긴 존재이다.

 

다만 좀더 너그러워지고 이웃을 인정하고 그러면서 온유해지기로 노력할 일이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려고 노력할 일이다. 죽는 날까지 가급적 베풀고 나눠주면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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