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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무질서 속의 질서

haagam 2020. 3. 21. 22:28


<2020.3.21. 계룡산>


  인근 산에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빼곡한 나무들이 너무 무질서하게 서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앞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나무가 서로 엉켜서 혼잡한 상태의 모습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힐링에 대한 기대감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평생동안 정돈되고 질서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또는 사회의 무질서나 정의롭지 못한, 순서가 무시되거나, 개인의 자유와 존엄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매우 민감하고, 어떻게 보면 늘 긴장한 상태로 있다가 작은 일에도 금방 폭발하는 조급한 상태에서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세종으로 이사를 와서 마침 근처에 있는 뒷동산을 자주 오르면서, 그 뒷동산에서 우거진 잡목을 보는 것이 불편해서 정부 민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간벌을 신청하기도 했다. 고향에서 성묘를 하는 등으로 산소 주변을 오르다보면 주변 잡목이 우거져 있는 모습을 보고 신경이 거슬린 경험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일지 모른다.


  오늘 산에 오르면서 이런 나무 모습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렇게 한장을 얻어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제 나이들면서 이런 나무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원래 자연이라는 것이 이런 혼돈과 무질서 속에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자연의 모습과 유사한 것에 편안함이 있다는 말인데, 그 자연이라는 것이 원래가 질서 속에서 각 객체가 각각에 어울리는 존중을 받으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서 얽히고 눌리고 하면서 나름대로 자리잡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본래 모습이고, 우리네 삶도 역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복잡해지고 섬세해지면서 이런 일들이 대해 민감하고, 학교에서 교과서 적으로 학습한 결과에 의해 조금이라도 질서나 순서가 어그러지면 큰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아니면 매우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원래 자연이란 그런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서로 적당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지내는 일이지 바둑판처럼 군인의 열병식 같은 아니면 국립묘지 묘비처럼 한 줄로 반듯하게 서는 것은 애시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왜 나는 그렇게 민감하거나 긴장했던가.  오히려 그 현상을 수용하고, 그 상태에서 더욱 살아남는 나름의 지혜를 터특하거나 수용했더라면 나는 훨씬 더 여유롭고 나 중심의 생활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지금의 생활 속에서도 그동안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