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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haagam 2012. 12. 31. 21:10

 

 

서명 :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 한 발짝 선을 넘으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저자 : 김두식

출판 : (주)창비(2012.5.21.초판1쇄/ 2012.5.23.2쇄)

 

식탁에서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아내가 말했다. "이런 책도 보네..." 제목에 비친 "욕망"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본능적인 선정적인 의식들을 숨기거나 억누를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잘 달래면서 지내는 일이 더 행복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신정아의 책 '4001' 그리고 그녀의 일에 관련된 남자의 이야기를 여러차례 다주 소상하게 다루면서 모든 사람들이 색色과 계界: 욕망과 규범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이라 말해준다.

 

그는 신정아의 짝 변양균씨나, 상하이 스캔들의 돼지의 이야기를 빗대어서 한국 남자들이 중년이 되어 비로소 사회적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얻지만, 그 상황에 올 때까지 스스로 인내하던 색色 영역에서 억압되고 꿈틀대던 본능이 성숙하지 못한 채 소년처럼 다시 불타올라 이런 일이 일어났노라 설명한다.

 

결국 사람은 잘난 체하며 사는 사士 자 집안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결국 모두 본능적인 치졸함을 안고 살고 있으며, 그렇게 쪼글대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이웃으로 모두 평범할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늦어 독서의 효율이 낮아 안타깝다.

이런 책은 하루저녁 정도에 훌딱 읽고 이런 글을 적어야 하는데, 책을 읽는 습관이 잘 안들어 수불석권은 커녕 생각이 나야 겨우 책을 조금 읽는 편이고, 그나마 속도가 늦어 결국 여러날을 읽어야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못난 글이나마 올릴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그런 정도는 나도 알아, 그래서 색과 계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의식이 보편적이라면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너도 그렇다는 것을 커밍아웃하면 세상이 뭐 어떻게 달라지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인정하게 된 것은, 우리가 계의 세계를 살면서 색의 세계에 대해 도외시하거나 천하게 생각하는 문화의 위선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같이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요즘 텔레비젼 연속극에서 부자간의 대화에서 '그래 장가가니 좋으냐?'하고 아버지가 묻고, 아들은 '글쎄요' 하면서 생활의 변화에 따른 장단점을 시크하게 표현하면서 '항상 섹스할 수 있는 것이 좋다'라고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도 이런 생각과 비슷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도 계의 영역에서 위선적인 생활을 하는 부류에 속하다보니 어색하고 낯설다.

 

내가 이 글에서 색과 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영화 색계, 그리고 신정아와 변양균, 상하이 스캔들의 돼지 얘기를 9개 chapter에서 안빠지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좀스럽고 소심하다는 말처럼 이 책 한권을 그렇게 재잘재잘 할 얘깃거리도 아닌 얘기거리로 채워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보고, 이런 이야기로 책을 써도 팔리는구나,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