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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멘토(박유재)

haagam 2015. 8. 12. 10:36

 

 

 오늘 자 조선일보 연재 기사인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ㅇㅇㅇ>는 에넥스 가구의 박유재 회장이다. 박유재 회장의 나이는 올해 81세이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오리표 싱크>라는 입식 부엌으로 스테인레스 싱크를 선보인 사람이다. 1992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에넥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2619억이다.

 

그는 그의 오늘을 자기가 잘난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 중에 곳곳에서 있어준 멘터의 덕이라 말한다. 중학시절까지의 멘토는 조부로서 그는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유념할 네가지 덕목을 항상 강조하셨는데 1)선한 이와 악한 이가 모두 나의 스승이다. 2)사람을 무조건 믿거나 불신하지 말라. 3)무리한 빚보증을 서지 말라. 4)자신을 닦아 가정을 돌볼 수 있어야 비로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수신체가 치국평천하였다.

 

고교시절의 멘토는 4살 더 많은 같은 반 급우였다. 그는 자기 소신과 주관이 뚜렸했다. 남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항상 주변을 살피고, 큰 돈을 지닐 때면 반창고로 몸에 붙인 후 옷을 덧입어 분실여지를 없애는 등 철저히 준비하고 문제를 예방하였다.

 

종로 한일관 사장 아들 박영근도 멘토였는데, 그는 사업을 할 때에는 항상 상대방도 이윤이 남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윈윈을 실천하였고, 신선한 식재료 준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았다.

 

1970년대 거북표싱크라는 국제상사가 부엌가구시장에 진출했을 때 일본 와코(和光)사의 니시다 이스마루 회장이 멘토였다. 그는 중소기업은 지프차이고 대기업은 세단이다. 부억가구는 오솔길로서 지프가 경쟁력이 있다고 요기를 주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왜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얻을 수있다고 했다.

 

80이 넘은 지금의 멘토는 누이동생의 권유로 15년 전 한 禪院을 찾으면서 알게 된 부처이다. 부처를 통해 내가 우선 떠 올리는 두 가지는 1)자리이타, 다른 사람을 이록게 하는 것이고, 2)견아중생 환희발심: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솟도록 하자.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나와 아들이다. 나는 주변에 감동을 주는 멘토로 기억되는 사람이 없다. 초등학교 때 한 이불 속에서 재워주시면서 "항상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라고 말씀해 주신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지금도 내가 고마워하는 분이다. 내가 이곳저곳으로 삶의 근거지와 전공을 바꾸면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던 젊은 시절에 선생님의 말씀은 큰 위안이자 내게 행동의 지표가 되었다.

 

형이 없던 내게 세분 매형되 멘토였다. 큰 매형과 가까이 지내면서 집안에서 어른들을 잘 모시는 법이나, 사회생활을 잘 헤쳐가시는 모습이 항상 눈에 들어왔고, 셋째 매형의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관리 의식도 눈에 드러나는 점이었다.

 

그러나 사회생활하는 중에 내게 뚜렷이 기억나는 멘토가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한편 그것은 치명적이었다. 에넥스 박유재 사장처럼 사실 사람에겐 늘 멘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장지덕 목장지패이다.

 

지금 나를 지키는 것은 독서이다.  늦게나마 손에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늘 나를 새롭게 해 준다. 나는 이제 내 여생에 은퇴라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되면서 여러 걱정을 하게 되지만,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또 나를 지켜주는 힘은 아직 어설프지만 천주교 신앙을 통해 하느님의 큰 뜻을 접하게 된 것이다. 갈수록 그 깊이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되고, 그 큰 의미 속에 내 길이 있음을 믿는다.

 

96세의 건강한 김형석 교수나 81세의 에넥스 박유재 회장 같은 사회의 멘토가 많아야 우리 나라가 건강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