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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일궤 爲爲山一簣

haagam 2012. 4. 26. 20:13

 

위산일궤 爲山一簣

산을 이루는 것은 한 삼태기의 흙이다.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자왈, “비여위산, 미성일궤, 지, 오지야. 비여평지, 부속일궤, 진, 오왕야.”

 

논어의 자공 제9편 子罕 第九에 나오는 말이다.

譬비는 견주다, 예컨대의 뜻으로, 비유를 들어 논의를 진행할 때 ‘비’ 또는 ‘비여譬如’‘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사용한다.

위爲는 하다, 일구다, 만들다의 뜻이니, 비여위산譬如爲山을 직역하면 '산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정도이다.

궤簣는 흙이나 물건을 담는데 쓰이는 삼태기를 의미하고, 지止와 진進은 서로 반대되는데, 지止는 그만두다, 그치다의 뜻이다.

진進은계속하다, 나아가다의 의미, 복覆은 뒤엎다, 갖다 붓다의 의미이다.

 

공자가 말하였다.

“예컨대 흙을 쌓아 산모양을 만든다 가정해보세.

겨우 한 삼태기 분량의 흙을 채우지 못한채 일을 그만둔다면 바로 내가 그만둔 것이라네.

예컨대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일을 생각해보세.

비록 한 삼태기의 흙을 갖다 부었을뿐이더라도 일을 진척시켰다면, 바로 내가 앞으로 나아간 것이라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학문을 하는 것은)비유하자면 산을 쌓은 것과 같으니, (마지막) 한 삼태기가 부족하여 (산을) 못이루고서 그만 두는 것도 내가 그만두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땅을 고르는 것과 같으니, 비록 한 삼태기를 부어서 나아감도 내가 가는 것이다.”

 

공자는 서로 상반되는 작업을 비유로 들고 있다.

하나는 흙을 갖다 날라서 조금씩 더 높이 쌓아가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곳의 흙을 파내어 낮은 곳에 퍼부어 흙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다.

 

여기에서 한 삼태기는 글자 그대로 그만큼 담을 수 있는 흙의 양이 아니라, 조금만 힘을 들이면 완성이 눈앞에 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산을 다 쌓았는데 마지막 한 삼태기만 가져다 부으면 완성이 되는데그걸 못하고 그만둬 버리는 것, 땅을 골라서 산을 쌓기로 마음먹고 한 삼태기를 갖다 붓는 것, 이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 스승은 어떤 일격도 선물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보다 나은 삶으로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 그걸 완성하기 위해 자기 존재를 다 거는 자, 그건 결국 자기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스승은 이 배움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사람일 뿐, 완성된 자가 아니다. 그러니 이 배움의 길 위에서는 누구나 도반(道伴)일 수 밖에 없다.

 

‘기적은 천천히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서 결국 거대한 변화를 일궈낸다는 축적에 의한 진보, 한 땀 한 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이 글에 대한 공통된 해석은 산을 이루는 일도, 평지를 이루는 일도, 결국 한 삼태기의 흙이 모여 이루는 일이니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노력할 것을 가르치는 말이라 적고 있지만,

한편 그 한 삼태기를 파 옮기거나 포기하거나 그 주체가 자신이라는 말에서 스스로 결과에 대한 책임감, 자기주도적인 리더십에 대한 의미에 더 많은 생각이 가기도 한다.

 

(학바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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