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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상처와 흔적

haagam 2009. 8. 27. 10:05


 

어울린다는것은 서로 부대끼며 공존하는 것을 말하지만,

부대끼는 동안 서로의 특징으로 그 흔적이 남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위에 보이는 사진은 내가 근무하는 직장 내에 있는 수목의 일부입니다.

20년 이상된 프라타나스가 너무 웃자라고 관리되지 않아서 상단부를 잘라내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보니근처에 있던 나무들이 프라타나스로 인해

한쪽에는 가지가 전혀 없는 채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위에서 찍어서 키가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옆의 나무는 그 어려운 속에서도 나머니 한 쪽가지를 통해

가지를 무성히 키우고

나름대로 올곧게 자라난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상생을 전제로 하는 일이지만,

그곳에 있던 프라타나스에게

너로 인해 내가 이리 어려웠노라 말하기에는

플라타나스도 자신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그냥 부태끼면서 살아간다.

같이 사는 것은 부대끼는 과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요.

너무 웃자라던 나무를 전지한 모습도 매우 흉측했지만,

 

세월은

플라타나스에게 새 가지를 돋게 하고,

반쪽이 나무에게도 지금부터 새 가지를 허락해서

서로의 상처를 스스로 덮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이 두 나무도

어려운 동안 서로 이해하거나 미안해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외짝이라도 저렇게 올곧은 모습을

지어내기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상처와 흔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