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제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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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제하)

haagam 2009. 8. 19. 10:48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퍼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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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에서 "모란동백"을 만났다.

노래가 매우 차분하고 구성진 느낌이었다.

또한 제목 조차얼마나 구성진 느낌인가!

 

노래말을 흥얼거리다가 우연히 섹소폰 반주기 속에서 노래를 검색해보니 조영남의 노래로 악보가 들어 있었다.

아직 초보인 내 수준으로 어설프게나마 노래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익히고,

 

노래에 대한 흥미가 가시지 않아 오늘은 혹시 음악파일이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노래에 대한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곱고 정겨운 노랫말은 이제하 시인의 시라고 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분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음반을 냈다는 것과,

원래의 노래 이름이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니

 

얼마나 시적인가! 쉰듯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더욱 정겹다.

 

이제하님은 원래 홍익대 미대에서 조각과 서양화학과를 전공하고,

1985년 현대문학 등단 이후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3회나 그림 전시회를 연 적이 있고, 또한 음반을 내기도 하였으니 그분 또한 매우 흥미로운 분이다.

 

그러던 중 이 노래를 조영남이 '모란동백'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여 유명해졌고,

요즘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래하거나 연주곡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여러 사람들에게 아름아름 알려지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차분하고 천천히 그리고 시를 읊듯이 감정을 넣어야 제 맛이 난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시인은

모란은 뻐꾸기 우는 뻐꾸기 우는 봄에는 모란을,

눈내리는 겨울에는 동백을 소재로 한다.

 

모란과 동백을 보면서 떠난 님 생각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시인은 그날 밤까지 떠난 님을 잊지 못하고 그리다가

결국 꿈속에서 님을 만난다.

 

모란 아가씨는 꿈속에 찾아오고,

동백 아가씨는 꿈속에 웃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꿈을 깨면 그 뿐 다시 그리운 님을 향한 허텃함이나 그리움을 달래는 일은 다시 현실이 된다.

 

외롭고 쓸쓸한 세상에 대해 시인은 고달프고 덧없다는 말로

자신의 외로움을 세상탓으로 돌린다.

 

외롭고 쓸쓸한 세상을 떠돌다가

모란이 피는 봄에 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기도 하고,

동백이 피는 봄에 모래벌에서 외로이 잠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리운 임을 잊을 수야 있단 말인가

 

그리운 님

부디다시 동백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는 마시라.

작가는 모란과 동백을 통해 그런 살폿한 연정을 그려냈다.

 

결국 모란과 동백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그리운 임을 빗댔다는 것과,

그 앞에 김영랑 조두남을 같이 붙여 노래 제목을 삼은 것은

그 사람들이 각각 그 꽃을 소재로 그리움을 노래한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작가는 김영랑을 뺀 모란이나 조두남 없는 동백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그리움을 순박하고 토속적으로 노래한 것을 보면

문득 막걸리가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중절모를 쓴 남자가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랫말이 가볍지 않고

세월 속 중년의 외로움을 모란 동백에 담아놓은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굳이 노래 제목에

김영랑 조두남을 붙여 이름을붙인것은 참 재미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속으로는 이제 겨우 익힌 구성진 노래가락을 흥얼대었다.

 

** 이제하

이제하님은 1998년 "빈 들판"을 타이틀로 이제하 노래모음 CD를 발표했는데, 이 음반에는 총 12곡을 수록되어 있고 "조두남 김영랑 모란동백"은 7번째 곡이다.

 

그는1937. 4.20.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2009년 현재 72세이다.)

그는 홍익대 조각과, 서양화과를 수학하고 1958년 현대문학에 시로, 신태양에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다.

 

196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소설 입선

소설집 "식, 기차, 기선, 바다, 하늘", 용,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열망, 소녀유자 진눈개비 결혼

시집 저 어둠 속 등핍들을 느끼듯이, 빈들판 등

세차례의 회화전

 

1999.3. 명지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편운문학상 수상

 

이제하 1집 수록곡

1. 빈들판/ 2.노을 / 3.눈오는 날 / 4.사월비 / 5. 어느 나무 아래서 / 6.청솔 그늘에 앉아 / 7. 김영랑 조두남 모란동백/ 8.밤길/ 9.꽃밭의 동백/ 10.세노야/ 11. 김영랑 조두남 모란동백(라이브)/ 12. 세노야(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