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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요한성가대 음악회 본문
https://www.youtube.com/watch?v=SlbfT9U93Ic
우리 성가대가 처음으로 합창발표회를 가졌다. 합창단 전원이 30명이 안되는 소규모이고 신설 본당으로서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한 상태에서 주임신부님의 적극적인 격려에 힘입어 일을 벌리게 된 것이다.
준비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혼자 무대에 서 본 일은 어릴 적 동화 구연이나 웅변대회, 서툴지만 섹소폰 연주 등의 기회가 간혹 있었을 뿐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서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이제 나이도 들어 모든 곳에서 의욕이 부족하고 조금만 무리하면 이내 짜증을 내곤 하는 입장에서, 대관식 미사곡 등 대곡을 들이대고 연습하라니 나이든 대원들은 대부분 투덜대고 연습에 소홀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아마 나였을 것이다.
이제 성가대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곡을 준비하고, 연습을 위해 수시로 저녁 연습을 하거나 별도의 시간을 잡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준비기간 중 연습에도 불참하고, 집에서도 연습이 부족하니, 막상 발표를 앞두고는 걱정이 되어 틈틈이 집에서 연습을 해 보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하면 대충은 하지 않는 내가 이제 정말 나이가 드는 것인가 싶었다.
이제 삶의 기쁨이나 희열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집중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희열을 맛본다는 말인가?
조금 익숙해지자, 소리를 모으고 마음을 모아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새로운 노래를 부를 때의 희열이 느껴지고, 점점 소리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막상 연습하러 가기는 싫어도, 도착해서 연습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흥얼거리면서 마쳤던 것 같고, 집에서도 틈틈이 문득문득 발표곡의 몇 악절이 떠올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일전 음악 전공한 선배님이 퇴직하면서 음악이 박자에 얽매여서 긴장하며 지냈다. 이제 음악 전공자의 입장을 놓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노래를 연습하면서 음악이 시간의 흐름 위에 박자와 음정을 가지고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보니 박자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주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발표일이 가까워지자, 포스터와 리플렛이 완성되고, 현수막이 붙고, 주보에 공지가 나가기 시작했다.
악기점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빌려오고, 각 파트에 성악가 솔리스트가 오고, 현악4중주가 왔다.
우리도 점점 완성도가 높아지고, 적당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신부님 왈 "이렇게 잘 할 줄 알았으면, 이웃 성당과 교구에도 홍보했을텐데..." 하고 아쉬워하셨고, 우리 성당에서 이렇게 완성도있는 합창제를 올린다는데 대해 매우 기뻐하셨다. 신부님은 교육자와 매우 비슷하다. 우리도 학생들이 큰 발전을 이뤄내면 얼마나 기뻐했던가. 하물며 영적인 지도자 입장에서 얼마나 순수하고 감사한 일인가.
우리 성당의 첫 합창제였지만, 시작이 반인 것처럼 이제 우리 성가대 발표회는 그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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