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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 본문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라니. 제목 조차도 문득 서정적이다. 아니 누가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떻단 말인가? 아니면 여럿이 모여 들으면 안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너무 무지막지한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이 노래는 한여선 시, 이안삼의 곡이다.
산다는 것이 수퍼에서 물건 사듯이 100원내고 그만큼의 상품을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나이들면서 더욱 깊이 알게 되지 않는가? 여인선은 그런 내밀하고 살폿하고 그윽한 마음을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풀어냈다. 노랫말 중 <아슴하다>는 <어슴프레하다>의 전라/경상지역 방언이라고 한다.
시인은 노을이 지는 가을 강가에서 마른 풀잎이 아슴하게 흔들리는 바람 소리 속에서 그대의 소리가 듣는다고 노래한다.
그 바람 소리가 어제 오늘의 소리가 아니라면, 그대는 세월의 강처럼 깊고깊게 오랫동안 그대는 내 곁에서 나를 지키고 있었고,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으며 산 셈이 아닌가? 그것은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라고 노래한다.
또한 "가을날 낮은 모래틈에 저 혼자 피어있는 작고 아련한 풀꽃이 내 눈길을 접어주던 날, 가슴에 젖어드는 소리는 그대인가, 그대는 강가의 바위처럼 내 곁에 서 있었던가."라고 노래한다. 가을이면 내 눈길을 잡던 모래틈 아련한 풀꽃이 그대였다고 노래한다. 그렇게 시인은 나혼자 그대의 노래를 듣는다.
시인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온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자신을 지켜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그윽한 그리움을 마른 풀잎이 흔들리는 가을 바람 속에서, 모래틈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과 같이 소박하고 잔잔한 오랜 일상 속에서 찾아내고는, 지난 세월동안 그대가 내 곁에서 바람소리로 풀꽃의 모습으로 함께하였었다는 것을 아주 여성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는 소프라노보다 테너나 바리톤이 불러야 더욱 제맛이 난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해 봐도 영 내가 생각하는 매끄럽고 젠틀한 노래를 부르지 못해 아쉬워했는데, 마침 박용민의 노래를 찾았다. 평소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는 가수라 생각했는데, 이 노래만큼은 내가 듣기에 가장 좋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가슴에 안고 지냈던 절제된 그리움을 너무 탁하거나 거슬리게 부르는 것은 시인에 대한, 그리고 작곡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한듯 매끄럽게 그러나 중후하게 쭉 불러야 이 노래의 제맛을 살린다.
한여선韓麗鮮은 필명일까? 그녀는 1951년생으로 1989년 38세에 <우리문학>으로 등단하였다. 그는 한국 작곡작사가협회 부회장, 한국 예술가곡연합회 총무를 했다고 한다. <겨울산>, <그대는 아시나>, <메밀꽃 필무렵>, <푸른 잠자리> <가을옆서> <산이 나를 부르네>, <겨울강> 등을 작사했고,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로 검색된다. 몇 권의 시집도 검색된다. 그러나 나를 요즘 행복하게 했던 시는 역시 <메밀꽃 필 무렵>이다.
이안삼은 교직을 마치고 광화문에 오피스텔을 얻어서 혼자 상경한 후, 여러 작사가들에게 노랫말을 직접 부탁했고, 그 시에 노래를 입혀 가수들을 불러 노래하게 했다고 한다. 시골 작은 읍지역에서 평생 사립학교 음악 교사를 하던 생활을 접고 서울에 올라와 내놓으라는 작사가들에게 작시를 부탁하고 노래를 지어 음악회를 열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고 그의 가슴이 뜨거웠는지를 쉽게 알게 해준다.
그는 2020년에 소천했는데, 페이스북에서 이안삼을 검색해보면 내가 아는 대전의 여러 친구들에게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많이 전한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매우 소박하고 여러 사람을 폭넓게 사귀려 노력한 셈이다. 그가 돌아가신 이후 이렇게 그를 추모하고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역시 예술은 길고 인생은 덧없다.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
(한여선 시, 이안삼 곡)
노을 안고 흐르는 가을 강가에
야윈 풀잎 곱게 흔들리더니
아슴한 그 모습
스산한 마음 안에 들어오던 날
바람에 실려오는 소리 들었네
그대 내 곁에 서 있었던가
강가에 나무처럼 그렇게
오래 나를 지켜 서 있었던가
그 세월 강처럼 깊고 깊어
사랑은 끝간데 없으리라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
가을이 흐르는 낮은 모래틈
저 혼자 피어있는 작은 풀꽃
아련한 그 모습
둘 곳 없는 눈길 접어주던 날
귀엔 듯 가슴에 젖어오는 소리
나 그대 곁에서 서 있었던가
강가에 바위처럼 그렇게
오래 나를 지켜 서 있었나
강물은 흐르고 사람은 가도
사랑은 여기 남으리라
나 혼자 듣는 그대의 노래
성악가 박용민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NyJqesyb1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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