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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사랑의 신비; 비움

haagam 2010. 3. 1. 08:38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그 순간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골몰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지요.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어떤 종류의 음식을 즐겨 먹는지, 또 어느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특히 좋아하며, 주로 어떤 경향의 책을 읽는지 깊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해 일단 알고 나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 순간을 상상하며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우연을 가장한 감동의 이벤트를연출하기 위해 바빠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믿음으로 모든 피곤함을 이겨내는거죠.

하지만 무엇을 해줄까 하는 마음으로 일관되는 사랑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합니다. 종종 지친 마음으로 상대방을 원망하며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비결은 무엇을 해 줄까보다는 하지 말하야 하는 무엇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을 해줄까 하는 것은 그 해준 것만큼의 기대를 동반하는 내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기에 사랑의 원동력은 될 수 있어도, 사랑을 유지하는 에너지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은 무엇을 해줄까 하는 즐거운 고민으로 출발해서 결국 무엇을 버랴야할지를 깨닫게 하는 고마운 여행입니다. 인생의 길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주려다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주고자 하는 욕망도 때로는 짐이 되니까요.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그 사람 중심으로 나를 비운다면 채우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신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의 길에 끝이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이 욕심이라면 막다른 길의 끝이 보일 뿐입니다.

당신이 가고 계신 길에서 무엇이 보이는지요.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야대 교수), 대전주보(10.2.21)의 글을 옮겨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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