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도종환
- 중국 소수민족
- 주민자치회
- 시민주권
- 김용택
- 첼로 불릿 xc30
- 전기자전거
- 불렛 xc30
- 티스토리챌린지
- 위즈덤하우스
- 정호승
- 멘토
- 황열병 예방주사 접종 증명서 재발급
- 겨울 라이딩
- 사천성
- 베트남
- 책읽기의 달인
- 이해인
- 공자
- 창비
- 마더 데레사
- 대전맛집
- 은퇴준비
- 논어
- 칼레의 시민
- 수불석권
- 주민자치
- 류시화
- 오블완
- 지방분권
- Today
- Total
노란 자전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본문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淫蕩)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 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悲鳴)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
김수영
ㅇ1921.11.27~1968.06.16.(47년)
ㅇ서울특별시 출생
ㅇ데뷔: 묘정의 노래(1945년, 24세)
ㅇ학력
- 의동공립보통학교(연도 없음)
- 선린상업고등학교(~1941)
- 도쿄대학 중퇴(연도없음)
- 연희전문학교 중퇴(~1946)
ㅇ경력
- 선린상업고등학교 영어교사
- 평화신문사 문화부 차장
ㅇ수상
- 2001 금관문화훈장
- 1999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세기를 빛낸 한국의예술인
- 1958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
'글로 그린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년의 노래(박금숙) (0) | 2014.12.30 |
---|---|
감사의 기도(성 프란치스꼬) (0) | 2014.10.13 |
마음이 아름다우니..(이채) (1) | 2014.07.07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3) | 2014.06.19 |
아침의 향기(이해인) (1) | 2014.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