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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종이책 정리하기: 양면 스캐너와 종이 재단기

haagam 2025. 3. 13. 07:40

후지쯔 fi-6130 양면 스캐너로 스캐닝하는 모습. 10년이 넘은 스캐너가 잘 작동되고 있음.

 

글쓰는 사람에게 마감이라는 말이 있다. 글을 제출할 날을 미리 받아놓고 거기에 맞춰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자주 사용되는 는 용어로 마감일이 가까워오는 조바심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곤 한다. 뭐 피가 마른다던지 조바심이 난다던지 하는 상투적인 말이 우선 생각나지만,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오는 안타까움이나 조바심은 글이 아직 완성이 안되었다는데서 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나도 모레까지 글을 제출해야 할 입장에 있다. 나는 뭐 작가랄 것은 없지만, 여하튼 글을 14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나, 아직 글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마음이 불안하고 어떻게 하나 하는 불편함이 나를 사로잡는다. 우선 나는 글감도 있고 소재도 있어서 글이 손에 잡히기만하면 후다닥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 처지에 있는 것은 우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오늘 아침까지 약 2주일을 책을 없애는 일에 몰두했다. 오랫동안 별러오던 서재의 책을 스캐닝해서 책을 없애는 일이다. 스캐너를 구입하는 일도 오래전부터 시장조사를 해오던 터라서 무엇을 어디서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도 중고 스캐너를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한 스캐너는 후지쯔 fi-6150이라는 기종인데, 나중에 알아보니 출시한지 10년이 훨씬 넘는 기종이란다. 그러나 상태는 양호하고 롤러도 2개나 받아서 내 생각으로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캐너는 저렴한 것이 50만원대인데, 나는 이걸 12만원에 구입했으니 뭐 득템 아닌가? 내 평생 사용하고 아들에게 물려줘도 될 판이고, 당근에 내놔도 쉽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스캐너를 구입하고나니 책 재단기가 필요한 것을 알았다. 시장조사를 하러 시내 복사집으로 책 2권을 가지고 가서 절단을 요구하니 권당 2천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사장 말로는 이런 집은 원래 장비값이 비싸서 할 수없다는 말이었다. 아니 책 2권 절단에 4천원이라니, 내가 절단할 책을 모두 모으면 얼마인가? 100권이면 20만원이고, 300권이면 60만원이다. 많이 가지고 가서 할인을 받는대도 1천원이라면 300권에 30만원이 아닌가? 거기에다 책을 가지고 가고 다시 가져오는 일도 쉽지 않고, 집에서 내가 스캔하고 싶은 책들을 수시로 자유롭게 스캔하는 일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나는 종이 재단기를 구입하기로 맘먹었다. 

 

스캐너는 현대오피스의 제품이 온라인에서 많이 거래되는 것 같았다. 칼날 등 부품의 구입도 용이하고, 성능도 우수해 보였다. 얼마줬더라? 마침 할인하는 기간이라서 135천원 정도에 구입한 것 같다. 스캐너보다 더 비싸게 산 셈이다. 이런 걸 두고 밥보다 고추장이 더 많다고 한다. 뭐 어쩌나. 현편대로 지줄하는 수 밖에. 이리저리 구글링을 해보니 평은 좋은데 무게가 약 20킬로 가량 나가는 묵직한 기계란다. 유투브를 미리 보고 사용법도 익힌 터라 구입 즉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막상 스캐너가 문제였다. 스캐너랑 같이 온 usb에는 드라이버와 운용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나는 원래 이런 것이 오면 안내문은 무시하고 무작정 내 식으로 이리저리 해 보는 덤벙댐의 대표주자가 아니던가. 지금보니 나는 드라이버를 잘  설치한 탓으로 스캐닝 프로그램이 스캐너를 인식하지 못하는 탓에 작동할 수 없었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번들로 제공되는 "스캔"이라는 어플이 저절로 올라와서 기계를 설정하고 돌리니 어설프나마 기계가 돌아갔다. 그러나 용지 설정이 자유롭지 않아 무조건 A4로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마트 쇼핑백으로 한 가방을 해 치웠다.

 

주일 미사를 드리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드라이버의 문제일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나는 기존 드라이버를 삭제하고, 제공된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어서 드라이버와 운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나는 참 신들린 것처럼 부드럽게 작동되는 스캐너를 보면서 하루만에 다시 한 가방을 해 치웠다. 이 전용 프로그램은 스캐닝 속도가 전과 비교할 수 없도록 빠르고, 스캔되는 내용이 화면에 보여서 상태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페이지를 다시 스캔하거나 삭제하는 일, 추가하는 일 등이 모두 화면에서 쉽게 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아직 남은 책을 스캔하고 없애는 일이 아주 쉬워졌다. 전에 버린 책들이 너무 아깝다. 더욱 기쁜 일은 서재의 책들이 모두 내 pc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항상 어디서나 다시 책을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pc만 있다면. 나는 스캔한 책을 usb에 옮겨담아서 내 PC가 없어도 컴퓨터만 있다면 활용이 용이하도록 대비해 뒀다.

 

그런데 탈이 났다. 이런 일들을 하다보니, 글쓰는 일이 손에 안잡히는 것이다. 글도 손을 놓으면 속도가 안나는 모양이다. 항상 정해진 글을 생각을 하고, 자료를 모으고, 조금씩 글을 완성하면서 조심스럽게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글이 써진다. 지금 나는 2주일가량 손을 놓은 상태에서 다시 글쓰는 모드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이렇게 내 신변잡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이런 내 신변에 관한 일이라도 쉽게 단숨에 적어지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어서 이번 글을 송부해야 마음이 놓일 것이다. 오늘 집에 가서 아내 심부름을 하고, 저녁식사를 아주 간단하게 하고, TV를 끄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구입한 양면스캐너와 종이 재단기는 내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내가 한 일 중에 아주 잘한 일이다. 나는 글이 안써지는 얘기를 횡설수설하면서 글을 시작했지만, 어쩔수 없다. 나는 글을 쓰는 손을 좀 길들이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고, 그 이유가 2주간 책을 스캐닝하다가 글쓰기를 소홀히한 탓이라 생각되어 시작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