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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첫사랑(김용택) 본문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 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 때
이 세상 전부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이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첫사랑(김용택)
*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늘 설레이고 감동스런 일이다.
김용택은 첫사랑을
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처녀의 얼굴
새봄이면 피어나는 진달래
그리고 섣달 그믐날 어머님께서 손수 지으시는 설빔을 바라보며 설레이던 마음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하고 첫 사랑의 설레임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이내 사랑이 식는 것을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에 빗대어 말한다.
김용택 시인이 참 순박하거나 순수해 보이는 것은 첫사랑의 설레임을 비유한 것들이 너무 소박하다는데 있다.
바다에서 나온 처녀 얼굴, 새봄 진달래, 그리고 설빔에 비유하는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착할까 생각해 본다.
사실 첫사랑은 질풍노도와 같은 설레임과 감당할 수 없는 격정의 총체로 설명되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러나 시인의 첫사랑에 대한 백미는 바로 다음 구절이다.
사랑의 밀도가 시간의 경과에 반비례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다네, 인생은 첫사랑은 시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놀라움을 잊는 것 뿐,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라네!" 라고 말한다.
나이들면서 놀랄 일이 줄어들고 설레임이나 기대감이 줄어든다.
내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하면, 남을 감동시킬 수 없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잃었다는 말, 놀랄 일이 없어졌다는 말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늘 감탄하고 놀라면서 살 일이다.
헬렌켈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박에스더, 이창식 산해, 1993/2007)에서
보편적으로 인간이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존재이고,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섬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유감스럽다 말하고 있다.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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