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본문

책 나라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haagam 2014. 7. 4. 14:50

 

 

서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

저자: 임마누엘 페트라이쉬 Emanuel Pastreich(이만열)

출판: 21세기북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생각해도 잘 믿기 어려운 초단기간동안 경제 급성장을 이루었다. 그뿐이 아니다. 과학기술분야의 놀라운 성장은 기적적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영화화 TV드라마, 대중가요, 화장품과 패션, 음식 등 문화차원의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미국 프로골프계를 장악한 여자 골프선수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대환, 미국 프로야구를 빛내는 류현진, 축구의 꽃 박지성, 기성용, 손홍민 등 각계각층에서 1등국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고, 수많은 개도국의 로망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성장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우리는 1953년에 소말리아와 비슷한 GDP(국내총생산)였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이렇게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룬 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깊은 연구와 관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수준도 1953년에 소말리아와 비슷했을까? 우리가 소말리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렇게 바라던 선진국이 되었으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선진국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즉 한국의 전통문화를 국제사회에 드러내 보이는 과제에 소극적이다. 우리가 의미하는 선진국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떤 경우는 미국을, 가끔은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다. 혹시 우리는 선진국을 어떤 유토피아처럼 생각하지는 않는가?

 

  사실 우리의 지난 100년은 고통과 수난의 역사였다. 조선말기 극도의 혼란을 겪고, 오랫동안 일제 강점 상태를 지내고, 6.25 사변을 치루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 많은 나라 중에서 초강대국들만 이웃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지난 100년간 한국은 부족함 뿐인 열등스런 나라였다. 그렇다면 현재 다방면에서 일고 있는 엄청난 발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현재 이 엄청난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 채, 기적을 이루고도 기쁨이 없고, 더 큰 성취를 이루는 일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며, 청소년 자살과 노인 자살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 나라, 이른 성취를 기뻐하고 감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는 2014년 현재 50살이다. 23세에 예일대 졸업하고, 28세에 동경대 비교문화학 석사, 33세에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를 했다. 한국인 부인과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 저자 이름에 이만열이라는 한국이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는 이렇게 혼란에 빠지고, 열등감에 가득찬 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에게 우리의 정체성 확립을 5천년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참 미국인 같지 않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얘기를 들을수록 새록새록 수긍이 가는 말들이다. 결국 우리의 비약적인 발전은 과거 우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처럼 우리의 자체 문자인 한글을 갖고 있고, it기술이 발전한 것 이외에도, 5천년 역사 속에 그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엄청난 잠재력에 의한 필연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 한국의 문화는 재발견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될 유용하고 가치있는 한국의 많은 전통문화가 창고에 가득 잠들어 있다. 우리의 혁신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자신의 과거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예전의 습성, 기교, 기술이 현재와 결합하여 새로운 창조가 일어난다. 그래야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다시 본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새로운 영감을 탐색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문화를 깊이와 체계를 갖춘 온전한 문화로 재창조하므로써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넘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선비정신>을 채택하자. 우리나라의 사회와 역사 속에 깊숙히 뿌리 밖힌 선비정신은 개인적으로는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행동이고, 사회적으로는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 존재아 다양성을 존재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 민본사상을 품고 있으며 자연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려는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지식인은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잃고 폐쇄적인 개별영역에서 한정된 전문가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선비정신은 절박하게 필요하다. 삶의 도구가 된 교육을 제자리 잡는데도 필요하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전통이 여기에 있으며 지식인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정신이 여기에 있다. 선비들은 최고 경지의 지식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문화와 예술을 깊이 이해했다.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훌륭한 엘리트였다.  이 정신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지구인이 향유하는 문화로 자리할 수 있다. 이런 정신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내세운다면 얼마나 멋진 한국이 될 것인가!

 

  한국은 막강한 역사, 전통, 문화의 힘을 갖고 있다. 이 힘을 통해 한국인이 자산을 인식하는 방법이나 국제 사회가 한국을 인식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과거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과제는 관심이나 흥미의 차원을 넘어 나라의 사활이 걸려 있다.

 

  이런 엄청난 장점과 자산을 활용하는데 느린 이유로 두 가지의 단절을 들 수 있다. 하나는 물리적인 남북의 단절이고, 잠정적인 단절은 과거 역사와의 단절이다. 한국은 역사의 연속성이 깨진 것처럼 보인다. 두 한국 사이에 심각한 훼손이 있어 다시 서로 연결할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인은 근대화된 사회를 강조하고 전통적인 사회를 퇴행적이라며 싫어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과거로부터의 연속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극단적인 단벌감 속에 있다. 과거 조선시대와 현대화된 대한민국을 흐름이 끊긴 별개의 나라로 여린다.

 

  이처럼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사이에는 연결이 불가능할 정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간극은 한국의 목표, 문화적 중요성, 자신감을 훼손하고 있다.

 

  한국은 1950년대 소말리아와 경제 수준은 비슷했고 지하자원도 부족했지만, 당시 한국에는 수천년 동안 내려온 위대한 학구열과 학자 존중의 전통이 있었다. 하루를 버틸 구호식량을 얻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지만, 그중에는 화학이나 기계를 전공한 전문가와 국가 전략과 행정에 대해 높은 수준의 식견을 가진 지식인도 있었다.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시대에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독보적일 정도의 발전적인 형태를 보여주었다. 어떤 정부 시스템도 그토록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이 이룬 기적의 배후에는 이런 수천년동안 지속된 지적 전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 부분을 생략하곤 한다. 그래서 한국이 갑자기 튀어나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서술이 피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위대한 고전의 전통을 바탕으로 조성된 현재 문화의 뿌리가 간과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한국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기술이나 상품보다 자신의 문화를 더 위대한 자신으로 인식한다면, 즉 사고방식의 상전벽해가 이루어진다면 세계에는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미일 등 한두나라에 문화적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정도를 뛰어넘어 세계 각국에 역사적 비젼을 젯하며 중심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한국이 과거 유구한 역사 속의 찬란한 문화를 소홀히 여기거나 단절시키므로써 정체성을 잃고 국제사회에서 디스카운트되고 있는 아쉬운 현실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세계화에 얼나마 큰 가능성이 있는지를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다. 이 책이 2013년에 출간되었으니, 당시 이만열씨의 나이는 49세였다. 한국을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끄럽도록 고맙고 훌륭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웃에 권하고 나눠읽을 책이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Emanuel Pastreich(이만열)

1964년 미국 테니시주 내슈빌에서 출생

1987년 예일대에서 중문학 학사

1992년 동경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 학위

1997년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일리노이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 역임. 외교통상부 운영 정책 싱크 탱크인 주미한국대하관 홍보원 이사 역임

현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겸 아시아 인스티투트 소장 재직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등의 필진으로 활동

저서 <세계 서학들 한국미래를 말하다>(다산북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노마드불스),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서울대 출판사), <중일 고전소설의 세속성 비교 관찰>(서울대 출판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