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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이 있는 노후(김현기)

haagam 2015. 4. 23. 11:14

 

 

서명: 30세부터 시작하는 명함이 있는 노후

     - 은퇴는 사전에 올라 있는 가장 추악한 단어이다.

저자: 김현기

출판: 교보문고

 

  생각해보면 노후를 준비한다는 사람은 이미 얼마간의 노후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일 것이다. 먹고살기기 다급하거나 우선 건강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노후를 준비하기 이전에 이미 다급한 현실이 코 앞에 있기 때문이다.

 

  얼마간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에게도 노후 준비란 여간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마치 청소년에게 다가올 미래를 점치는 것처럼 막연하고 어렵다. 그러나 청소년에겐 그나마 미래가 있지만, 중년 이후에는 수시로 건강을 의식하면서 마음도 약해지는 형편에 노후준비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고, 나를 즐겁게 해 주기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던 사람이 집에만 있으면 무료하고 존재감이 없어지므로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곳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에에 어디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서 곰살맞게 어떤 일을 바지런바지런 해 낼 수는 있을지 그것도 걱정이다. 도대체 몇살까지 일해야 옳다는 것인가?

 

  의사들은 대개 평생을 일을 하면서 지낸다. 개업을 하다가 기운이 떨어지면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다가 나중에는 요양병원 의사로 가더라도 일자리가 주어진다. 그 사람들은 젊은 동안 평생동안 일 안해도 밥 사먹을 만큼의 돈은 벌어놓았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왜 나이먹어도 일을 할까? 좀 건강할 때에 여행이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지내야지 나중에 기운떨어지면 하고싶은 일은 언제 할 것인가?

 

  그러나 매일 놀러다닐 수는 없고, 일을 하더라도 잠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일 자체가 그 연령에 감내할 수준이라면 일을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의사는 자신이 하던 일을 장소만 바뀌어서 계속해서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은 젊어서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생소한 일을 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분이 70이 넘어서 기업을 넘겨주고 일을 줄인 경우를 보았다. 그 사람도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체력이 다할 때까지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사람도 평생 쓸 만큼의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일을 놓으려 한다니까 비슷하게 중소기업을 하던 친구가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가? 내가 할 일이 있을까? 연금을 타면서 적당히 살 수도 있을 것을 자유롭지 못하게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은 <명함이 있는 노후>이다. 주제가 있는 노후를 지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기대감이 있었을까? 나는 이 책이 어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거나 로드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원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나이먹고 새로운 일 갖기, 경제적으로 걱정 안하고 살기, 살면서 굳어진 생활습관 고치기, 좋은 친구 많이 갖기, 늙어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 이겨내기, 자식 잘 키우기... 이런 일들을 마다할 사람들이 있는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책저책에서 좋은 글귀 모두 모아 정리한다면 그것이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좋은 친구들 만나서, 책읽고 서로 토론하고 포스팅하고, 좋은 산에 다니면서 재충전하고 좋은 사진도 찍고, 섹소폰 연습 열씨미 해서 연주회도 하고 나름의 즐거움도 찾고, 성당에 열씨미 다니면서 마음의 평정도 찾고, 작은 연금 알뜰살뜰 잘 아껴쓰면서 지내면 나중에 심심할까? 집사람이 구박할까 걱정이다.

 

  그래도 그동안 나이에 비해 젊어보인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적어도 아직 호기심이 많이 남아있다 생각하고 지냈는데, 얼굴에 자꾸 주름이 늘어나고, 조금만 아파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욕심껏 무슨 일을 할 자신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남자는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여자는 얼굴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사실이다.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가질 일이지만, 내가 구차하게 노력한다고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좀 더 여유를 갖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잘 지내다가 우연히 기회가 오면 형편에 맞춰 순리를 따를 뿐이다.

 

  이 책은 나이드는 사람들에게 포근하게 위안을 주는 책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명함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책도 아닌채, 63년생 저자가 노년을 앞두고 세간의 관심거리인 장수시대에 대비해서 이책저책을 보면서 정리한 나름대로의 레포트같다.

 

  이제 노후대비하는 책도 개론서나 총론이 아니라 영역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각론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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