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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정끝별)

haagam 2010. 7. 8. 10:36

서명: 한국 대표시인 100명이 추천한애송시 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해설: 정끝별, 그림: 권신아

출판: 민음사 2008.6.초판, 2009.9.12판

가슴에 시가 꽃핀다는 말은 어느 상태를 표현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아주 감동적인 상황을 맞게 되면 시를 지어보라던가, 감흥이 충만한 상황에서 멋있는 애송시를 외어보던 경험이 있게 마련이다.

가슴 뭉쿨한 어떤 느낌들을 아주 간결하고 함축성있게 표현하는 과정을 시라 한다면, 시는 어떤 상황의 서술이라기보다 그 상황에 대한 느낌을 직접 그림그리듯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는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시적 감정이 있게 마련이라는 의미의 반어적 표현이라면 시가 가슴에 꽃핀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 속에 내재한 시적 정서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아주 서정적인 느낌의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서 시인 정끝별님과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님을 통해 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추천받은 시인 156명의작품429편을 다수 추천작 순으로 100편을 선정하였다.

김수영의 '풀', 한용운의 '님의 침묵',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 박목월의 '나그네' 등이 추천횟수 베스트 10에 올랐으며, 작가별로는 서정주, 김수영이었다 하니, 추천된 시들이 매우 전통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시들로 구성되었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해(박두진), 남해금산(이성복), 꽃(김춘수), 사평역에서(곽재구), 한잎의 여자(오규원) 귀천(천상병), 겨울바다(김남조) 등 면면이 익숙한 저자와 시들이어서, 누구나 제목과 같은 마음으로 책꽃이에 꽃아놓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작품들을 예쁜 그림으로 장식하고, 정끝별 시인은 이들에 대한 느낌을 덧대어 새로 태어나게 하였다.

이 글을 적으면서문득 지난 겨울 제주 출장 중에이른 아침호텔 창가에서 보이는일렁이는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를중얼거리던 생각이 난다.

김남조씨는지금은 팔순이 지나고 시력 60년이라는데, 이 시는 그가 몇살쯤에 지은 시인지는 모르지만, 문득 고등학교시절부터 외워오던 이 시가 나도 나이들면서세월 속에서 또 다른깊이로 다가왔던 그날의기억이 새롭다.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싶던 새는 가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져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서 있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정끝별 시인은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새를 잃어버린 사람이 겨울바다 앞에 서기도 하고, 그곳이 바로 허무의 끝이다. 허무라는 마음의 불이 기둥을 이룬겨울바다에 서서,시간의 깊이에 대한 새로운느낌을 기도로 연결하는 시인 김남조를 설명하고 있다. 오세영의 그릇1을 옮기며 글을 맺는다.

그릇1(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글 : 811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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