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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공현대축일을 지내며

haagam 2025. 1. 5. 14:24

피테르 아르트센의 '동방박사의 경배'. 1560년작, 168×179㎝.

오늘 1월 5일 주일은 <주님공현대축일> 미사로 봉헌되었다.

나는 성가대 석에 앉아 가운을 입고 미리 연습한 미사곡을 준비하면서 미사를 올린다.

 

신부님의 간락한 본기도가 끝나면 성가대가 선창하는 자비송이 울려퍼진다. 이 노래는 반주자가 첫음만 짧게 연주하면 곧바로 노래를 시작하는데, 신자와 성가대의 교송으로 구성되며 성가대의 선창으로 시작된다. 성가대원들은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올겐의 첫음에 맞춰 자비송을 선창한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이 간단한 가사가 여러번 반복되면서 미사가 시작된다. 신에 대한 인간의 겸손함을 인정하는 일로부터 미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미사를 시작하는 첫 순서가 자비송을 외는 일이라는 것과, 그 첫 소리를 성가대 석에 앉아서 선창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이 순서를 좋아한다. 옷가슴을 여미게 하는 순서이다.

 

그런 다음 신자 전원이 우렁차게 <대영광송>을 부르며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순서를 갖는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 주 하느님 하늘의 임금님,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주님을 기리나이다. 찬양하나이다. 주님을 흠숭하나이다. 높이 받드나이다. 주님 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

 

미사는 정말 기승전결 전 구성이 완벽하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미사는 오랜 역사 속에서 검증된 완벽한 예절 자체라 생각된다. 
 

주님공현대축일이 궁굼해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검색을 해 보았다.

 

주님공현대축일이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드린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시고 인류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신 것을 동방 박사들의 방문 사건으로 되새기고 경죽한다. 본래의 축일은 1월 6일이지만, 선교지 한국교회는 사목 편의에 따라 1월 1일 다음에 오는 2일~8일 사이의 주일에 지낸다.

 

고대 사회에서는 하늘에 새로운 별이 떠오르면 별이 나타난 지역에 중요한 인물이 탄생한다고 여겼다. 신약 성경 원문을 보면 박사라는 단어가 마술사와 점성술사를 뜻하는 <마고스 magos>로 나와있다. 보통 성경에서는 점성술사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마태오 복음서에서 이들은 천문학적 지식과 탁월한 지혜를 가진 이방 세계의 현자들로 나타난다.

 

복음서에서 이들의 출신이나 인원 수가 기록돼 있지 않다. 박사들이 왔다는 <동방>은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을 기준으로 동쪽인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로 추정된다. 3세기 교부 오리게네스는 아기 예수에게 황금 유향 몰역 세 가지 예물을 드렸다는 기록에 따라 박사들의 수를 셋으로 봤다. 과거에는 동방박사는 3왕으로도 표현했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모든 민족을 대표해 그리스도를 경배하고, 예물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수님 탄생으로 구원의 빛이 유다인뿐 아니라 이방 민족들까지 비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계획을 보여준다. 대부분 성화에서 동방 박사들은 인종과 연령이 다르게 표현돼 있다. 아기 예수님 탄생이 온 인류의 기쁨이라는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동방 박사는 이 세상 현실과 괴리된 신심으로 도피하지 않고 목적지 없는 관광객처럼 방황하지 않았다”며 “마침내 베들레헴에 이르러 인간을 섬기러 온 임금, 곧 ‘사람이 되신 하느님’ 아기 예수님께 엎드려 경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앙인은 동방 박사의 모범을 따라 눈은 하늘을 향하고, 발은 땅에 딛고, 마음은 엎드려 경배하도록 부름 받았다”며 “우리 안에서 타오르는 불이 되어 주님 복음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도록 여정을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이상은 웹페이지: <가톨릭신문 박민규 기자 mk@cpbc.co.kr>의 글을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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