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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하느님의 응답 본문
오늘은 월요 라이딩이 있는 날이다. 어제 단톡방에서 참여하기로 약속된 사람은 늘 만나는 삼총사 3명이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아직 감기 중인 도밍고가 영 몸을 사리는 것이었다. 차로 가는 것이 좋겠다던가 날씨가 매우 춥고 바람이 불어 걱정이라는 둥의 엄살을 피우는 것이었다. 나와 알프레도는 시큰둥했고, 결국 도밍도도 대열에 참여하였다.
일기예보에 대비해서 저지에 잠바를 덧입고, 장단지에 기모토시를 입고, 장갑에는 벙어리 방풍 장갑을 끼었지만, 막상 나오니 손이 시렵고, 얇은 잠바는 찬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막상 들어가서 두꺼운 잠바로 갈아입고 나올까 망설이다 그냥 나와서 시린 손을 이겨냈다.
당초 우리는 청주에 가서 <한상>이라는 한정식을 먹기로 했었는데, 장거리에 겁을 내는 도밍고는 내가 처음 제안했던 은행나무길을 가자는 것이었다. 알프레도도 여기 동의했다. 결국 우리는 은행나무길을 가기로 했다. 며칠 전 괴산에서 찾은 은행나무길에서 은행잎이 모두 졌던 생각이 나서 기대는 안했지만, 어차피 라이딩이 목적이었으므로 그냥 동의하고 따라갔다. 그러나 은행나무길은 생각보다 길었고, 은행나무 단풍은 아직 한창이었다. 찬바람에 노란 은행나무잎은 더욱 노랗고 고왔다. 우리는 서로 익살스런 모습의 포즈를 취하면서 단풍을 즐겼다. 동심인듯 즐거웠다.
우리는 이어서 신탄진을 향했다. 신탄진 가는 길은 대청댐 가는 길의 일부로 두어번 가본 적이 있었기에 별 부담없이 갈 수 있었다. 도밍고가 제 페이스를 회복한듯 했다. 알프레도가 반석역으로 해서 더 돌아서 집에 가자는 제안에 도밍고가 동의하고 우리는 다시 대전을 향해 천변을 달렸다. 대전 천변은 정말정말 환상적이었다. 알프레도의 말에 의하면 억새 10리길이라던가? 글을 적으면서 보충 자료가 필요해서 구글링을 하니 단번에 멋진 아티클이 나온다. 억새길은 정말 멋있었다. 그러다 한참을 달리니 이게 웬일인가? 늦가을에 백일홍 단지가 엄청 크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희망하는 대전시에서는 #갑천, #백일홍을 해시태그로 제안하는 팻말이 보이기도 했다. 백일홍도 장관이었다.
이뿐이 아니라 간간이 실개천이 흐르고 그 양쪽을 억새와 들풀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는 수수하게 자연스런 늦가을 정취는 또한 일품이었다.
시간은 벌써 1시가 되었다. 우리는 출출한 허기를 달래고자 인근 맛집을 찾아 들어갔다.
우리가 선택한 집은 청국장과 돼지볶음이 유명한 <들마루> 식당이었다. 막상 상을 받아보니 돼지고기 볶음은 덤인듯 양측의 야채 반찬이 매우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우리의 밥상에는 늘 막걸리 한병이 자리를 같이 한다.
돌아오는 길도 너무 아름다웠고, 마지막 오는 길인 반석역에서 도로 중앙에 난 자전거 길은 피곤한 우리를 위로하는듯 모두 내리막길이어서 지친 몸을 위로하는듯 했다.
오늘 라이딩한 전체 거리는 약 70km 정도였다. 내가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이래 누적 주행 거리가 오늘로 2천 km를 넘겼다. 이제 좀 익숙해진 느낌이다.
나는 어제 주일 미사를 마치고 온 소감을 적으면서 이제 남은 인생은 맺힌 마음을 풀고 자유롭게 세상 구경하면서 지내다가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말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적었는데, 좋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라이딩하면서 어제 적은 글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 아닌가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느님은 늘 내게 과분한 은혜를 베푸시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아무런 착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느님은 늘 내 곁에서 따듯하게 보살펴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 지나고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셨다. 하느님은 이제 남은 인생에 대헤서도 큰 사랑고 보살핌으로 내 앞을 축복하시고 위로해 주시리라 믿게 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