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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정호승) 본문
>> 결혼에 대하여 <<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 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기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지은이: 정호승
*
이외수씨는 트위터에서 남자가 부인의 눈치를 보게 되는 싯점부터 아내는 여편네로 전락한다로 한 말이 기억난다. 배우자와 지고지순하게 평생을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값지고 그것을 얻어내기에는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부부지간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많은 말들이 있는가보다.
이 사진은 내가 인터넷에서 우연히만난 사진이었는데, 볼수록 참 정겹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진 면면이 아마 제3자가 문득 본 스냅이 아니었을까? 뒤에는 우유차가 지나가고, 우유차에 앉은 여자는 그 노부부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 그 여자는 기사의 부인은 아니었을까?
모시옷과 중절모를 쓰고 뿔테안경을 쓰신 할아버니와, 옷색깔과 머리색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의 할머니는 어릴 적 우리가 타던 짐자전거 뒤에 타고 간다.
아마 두분의 모시 한복은 할머님이 정성껏 풀먹이고 손질해 입히시지 않았을까 생각되고, 이곳은한적한 소도시의 한낮일께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순박하고마음씨 고운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덕일 것이다. 시인은 순하다는 것을맘속으로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기다리는 사람, 어릴적 자연과 벗하면서 살아본 사람, 고생하면서 일해본 사람 등으로 노래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는 서로 이해하기 쉬운, 사랑하기 쉬운 사람과 사는 것이 좋으며, 그런 사람과 살아도 결혼이 삶의 외로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결혼 자체도 때로는 외로움이 된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시를 자신의 청년시절을 훌쩍 넘어 지긋한 나이에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누구도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결혼을 깊이있게 노래하기 보다 그냥 서정적으로 노래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시인도 늙으막 나이를 먹은 후 이 시를 쓴 것을 보면,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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