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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김남조)

haagam 2010. 8. 17. 22:14


편 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글 : 김남조 )

인물사진

아래 내용은 네이버에서 시인 김남조 선생의 인물 검색 결과이다.
1927년생(2010년 현재 83세), 대구출생,숙대 명예교수, 서강대 문학 명예박사, 1950년 연합신문사 시 '성숙', '잔상'으로 등단, 2007 만해문학대상 수상.

내게 이따금씩 가슴이 뭉쿨해지면서 떠오르는 김남조의 시이다.
올해 83세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시대적으로 일제강점기, 6.25전쟁, 경제발전, 민주화 등 격변의 세월을 지내는 중에도, 어쩌면 이렇게 여성의 섬세스러움으로 사랑과 인내, 그리고 신의 은총을 잘 나타내는지..

시를 쓰는 것 또한 참 천부적인 재능이 같이 해야 가능하리라 생각되어 진다.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주제가 되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애잔함을어쩌면 이리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편지라는 것이 없어진 싯점에서 이런 시를 생각하는 것은 역시 우리가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자란 사람으로서의 공감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이 시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표현이 저자의여성성을 떠나 일반적인 사랑의 느낌을 포괄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같은 문학 외인의 입장에서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느껴지거나, 외롭게 하는 일 등 1연의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남성적인 느낌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이는 내가남성이기에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2연을 들여다보면 사용한 시어나표현한 감정들이 여성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리저리 노래하다 보면 일반적인 순박하고 진실된 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누구나 글을 적는다는 것이 그 싯점에서 자신의 느낌을 적는 일이라면, 여성으로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김남조의 내적 동경의 대상은 누구였을까? 어떤 대상을 형상화하므로써 그의 가슴에서 사랑의 노래가 가능하게 할까. 그런 느낌이 모두 그의 남편을 통해 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그 암울한 터널의 고통을 토해낸 편지에 대해 시인은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다가와서 읽는 그대'라 하였다. 다가오는 단위가 귀절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하였다.

나를 정직하게 하고, 늘 나를 비추는, 그대의 곁을 지나면 눈물이 나는 그에게 적은 한 귀절,그는 한 귀절 다가와 읽는다. 한 발자욱이 아니라 어떻게 다가오는 단위가 한귀절일까.
그것은 결국 내가 한 귀절 편지글을 쓰므로서 내가 그에게 더 가까운 마음을 갖게 되는것을,김남조 시인은 그가 한 귀절 다가와 읽는다 노래하고 있다. 결국 이 편지는부쳐지지 않는 것이다.
요즈음 사랑에 많은 관심을 갖을 나이인 젊은이들도 이렇게순수하고 진지한 사랑에 대한 느낌을 갖는지 궁굼하다.
*
편지란 마음을 밟고 가는 우리들의 눈빛이다. 
편지란 가장 사랑스럽고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그대를 대할 수 있는 마음길이다.  제일로 영롱한 거울이 되어 나를 참으로 정직하게 해주는 그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면 글썽이는 눈매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길이 그로부터 열린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여. 그대는 이미 내 안에 살고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매일 편지를 쓰고 부치지 않는 이유이다. 편지는 이미 그대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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