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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본문
서명 :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저자 :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출판 :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을 지나본 사람이라면교보문고 빌딩 벽에는 눈에 띄일만한 커다란 글판을 보았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2004년도 봄)
"여치야 번지 없는 풀섭에서 밤새 우는 여치야, 기운을 내라, 가을이 오고 또 봄이 온단다."(2005년 가을)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거 기꺼이 언탄 한장이 되는 것."(2006 겨울)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2007. 가을)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미가 아닌가"(2009 봄)
이 글판은 전국 6개 도시 7개의 글판이 모두 같이 제작되는데, '플렉스'라는 합성수지 천에 출력한다.
서울 광화문 본사 사옥의 글판의 경우 글판 크기는 신문지의 80배이고, 글씨 크기가 초등학생 키와 맞먹는 규모이다.
이 책은 광화문글판선정위원회가 그동안 교보빌딩 건물 벽에 붙였던 글판 문안의 전문을 소개하여 묶은 책이다.
참 별책이 다 있다 싶다.
이 책의 탄생은 어쩌면 교보문고에서 한 일이라 더 쉬웠을까 싶고, 문득 광화문을 스쳐 지나가던 범부凡夫들의 가슴에 혹은 작은 위안을, 혹은 애잔한 감성을 전했을 순간적인 짦은 글들이, 그 시점에서 우리가 같이 아파하고 이겨내려 하던 어떤 관심사들을 조명하는 글귀라는 점에서 한번 묶어보는데 의미를 두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이 글의 서문처럼 혹자는 그 축약된 싯귀 문안의 출처나 전문이 궁굼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광화문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넘겨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을까...
나도 그런 기대감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었다.
시 몇 편을 옮겨 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변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대추 한 알>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성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머, 먼세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 성부, 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처 울리
<정호승, 겨울강에서>
벼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 단풍 드는 날>
* 방하착(放下着) : 모두 다 내려 놓아버리라(불교의 화두)
( 글 : 811345, 곰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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