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최윤필) 본문
서명 :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저자 : 최윤필
출판 : 바깥(13,500원, 2010년 02월 16일, 352쪽 )
한두살 나이가 더해지면서 무엇인가를 새로 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진다.
직장에서의 윤곽이 이미 정해진 것 같고, 문득 내게 남은 삶의 한계같은 것이 느껴지곤 한다.
서예, 악기 연주, 라틴 댄스, 마라톤, 글쓰기, 세계일주,중국어,영어등에 관심이 있으나 이제 시작하기에는 남은 날이 너무 짧고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은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이 아니면서도 묵묵히 자기 주어진 일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바깥"사람들 26명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저자는 이를 밖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하였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이고, 2009년 하반기에 <최윤필 기자의 바깥>이라는 제호로 연재된 글들이라 한다.
저자가바깥이라 인식하고 만난 사람들의 면면은 재미있다.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을 노인들을 위한 극장으로 만들어 실버 허리우드클래식을 운영하는 김은주 사장, 이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마을에 관한 생생한 영화를 찍고 있는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한때 연극에 정열을 쏟았으나 생활에 발이 묶여 택배기사 일을 하고 있는 연극배우 택배기사 임학순,
항상 박태환의 기록 파트너란 수식어를 들어야 하는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 어떤 악기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악기인 풀피리를 부는 풀피리 연주가 오세철, 술에 취해 캠퍼스에서 한번쯤 다같이 합창한 추억이 있는 운동가요 '광야에서'를 작곡한 문대현 등이다.
결국 이 책의 이야기들은나를 비롯하여 나와이웃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내 남은 삶에서 내가 관심을 갖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한계의 물음에 대해삶은 무엇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어떤 모양을 이루느냐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안을 갖게 하는 면이 있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바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고, 아주 다양한 세계에서 자기 식대로 살아간다는 점에서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나나 우리 가족이 그렇게 사는 일에는 선뜻 동의하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노출시키므로써 그들을 우리의 이웃이 되게 하고 있다.
눈여겨 볼 일은저자의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필력이다.
저자의 손모델 최현숙씨를 소개하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상업광고에서 발이나 머리, 손등 신체의 부분만이 출연하는 모델을 부분모델이라 한다면 그녀는 손모델이다.김연아, 김희애, 이영애, 한가인등연예인들의 CF 속의 손들이 대부분 그녀의 손이라 했다. 저자는그냥 그렇게 평면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일부를 옮겨본다.
"손모델최현숙씨의 손의 아름다움은 확실히 대체할 수 없는 우울함이 마치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같다. 손은 기능은 신체의 연약하고 고귀한 부위가 거칠고 더러운 세상과 바로 대면하지 않도록 앞장서는 척후병이고, 그래서 몸의 각 부위 중 노화가 빠르다. 손은 지식이 실재와 만나는 점으로 세상을 가장 먼저 감각하고 깊이 교감한다."
" 다양하고 화려하고 솔직한 표정을 가진 기관으로, 연애에 서툰 숙백이 어렵사리 사랑하는 이의 손을 쥘 때는 마음이 제어하지 못해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속은 손바닥에 촉촉한 물기는 어떤 시적 고백의 말보다 아름답고 엄숙한 선언보다 진솔한 언어라 한다."
"손모델이란무위無爲로 돈을 벌는 일로서, 카메라 앞에서 노동으로 훼손되지 않은 티없이 말고 깨끗하고 미끈한 손의 아름다움으로 역설逆說의 노동을 한다."
내가 미쳐 생각해내지 못한 느낌을 날카롭게지적하여 읽는 사람의 혀를 차게 하는 섬세하고 여성스런 글쟁이의 글이다.
(글: 811345, 곰2)
'책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0) | 2010.11.07 |
---|---|
일본의 제일 부자 손정의 (0) | 2010.11.06 |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 (최불암) (0) | 2010.10.30 |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0) | 2010.10.30 |
한국인 전용복(전용복) (0) | 201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