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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권재원)

haagam 2016. 2. 19. 16:54

 

 

서명: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 권재원

출판: 지식프레임(2015.06.15.)

 

우리나라가 단기간 압축성장을 이룬 기반이 교육이라는 말은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세계에서 수위에 있다는 것은 새삼 우리를 놀라게 한다.

 

1995년 국제 수학과학성취도평가인 TIMSS 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 가 시작되어 초등4, 중학2학년을 대상으로 4년마다 수학과 과학을 평가하여 그 추세를 관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싱가폴, 대만, 홍콩과 함께 최상위권을 다투면서 아시아 네마리 용의 위상을 자랑했지만 선진국이 참여하지 않았고 공신력있는 국제기구가 아니어서 세간의 관심을 크게 얻지는 못했다.

 

2000에 시작된 PISA는 이른바 선진국클럽이라 하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관하고 모든 선진국들이 3년마다 한번씩 학업성취도를 놓고 겨루는 공부 올림픽이다. 비회원국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2012년에는 전통적 라이벌인 대만 홍콩은 물론 숙적 핀란드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유도리교육 탓이었을까 2000년 당시만해도 순위권에 있던 일본은 점차 순위가 떨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침이 교사의 이직율을 높이게 하는 역효과를 만들이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국내 전반적인 평가는 매우 혹독했다. NEIS와 교원평가제를 만들어 교사를 통제하고, 교사집단은 늘 무능하고 게으른 집단으로 질타를 받을 뿐만 아니라, 학교붕괴나 교육 불가능성 같은 담론도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ISA는 학부모의 사교육덕이라 몰아댔다. 

 

아이러니하게 핀란드교육의 열풍이 불었다. 2009년까지 우리보다 앞선 핀란드는 사교육도 없고 경쟁도 심하지 않은 채 PISA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2012 PISA 결과 발표 이후 그 열기는 완전히 식었다.

 

OECD의 PISA는 과연 무엇인가? 여기에서 나온 결과는 순위를 넘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PISA 결과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분석하여 나름대로 한국 교육의 두 얼굴을 잘 정리해 주는, 그리고 앞길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충분하다.

 

PISA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다.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서로 비교하는 기능이다. OECD 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ment 즉 OECD 국제 학생평가 프로그램이 더 정확한 번역이랄 수 있다.

 

이런 우수한 성과 뒤에 숨겨진 우리 교육의 그늘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최고 등급의 학생이 부족하다. OECD가 중시하는 미래의 지식노동자 인재풀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적고 전체적으로 평균에 가까운 분포로 평균이 많을 뿐 우수한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PISA를 통해 드러난 우리 학교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동기>의 문제이다. 학생의 학습동기는 물론 교사의 동기도 매우 저조하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때까지 하게 되니 당연히 불행할 수 밖에 없다. 교사들도 열심히 가르치지만 자신이 중요하거나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조사에서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이 OECD 평균의 2배나 된다. 우리와 입시경쟁 부담이 적지 않은 싱가폴, 홍콩, 대만이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우리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한 동아시가 국가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길다. 더 큰 문제는 그 학습시간이 대부분 쓸모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점은 정교화 학습 전략의 선호도가 낮다는 것이다. 즉 우리 학생들은 비판적, 성찰적 학습을 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암기식 학습도 선호하지 않는다. 이는 아예 학습전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자신의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모르는채 엄청난 시간을 학습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교육개혁 방향은 공부를 덜 시키되 효율적으로 하고, 그 대신 공부에 밀려 부족한 것들과 과도한 학습으로 인한 부작용을 덜고 치유하는 쪽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단행된 각종 교육개혁은은  학교와 교사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생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쪽으로 추진되어 왔다. PISA의 조사결과 분반수업이 오히려 성취도가 떨아진다는 조사결과와 거꾸로 매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수준별 학급을 편성해서 수업제도를 운영해서 오히려 임시 강사들의 실업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2000년 들어 더욱 강화된 학교평가는 학교를 A,B,C등급으로 나누어 학교간 경쟁을 자극하고, 교원평가까지 실시되고 있다. 자사고 특목고 자율고의 일반화로 10%를 육박하여 보통교육 기반의 교육형평성이 위협받고 있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가 부활, 강화되기도 하였다.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그 성과는 길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단기 가시적 지표 평가가 교육의 근간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할 일이다.

 

결국 우리는 학력 신장에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을 졸여야 한다. 과열된 학력경쟁을 식혀야 한다. 우선 학력신장을 목표로 강화된 제도들을 폐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생 성장 단계에 따른 학습총량제를 적용하여 학교, 학원을 가리지 않고 1주일에 받을 수 있는 수업량과 학습량에 상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학교밖의 학습을 줄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싱가폴 홍콩의 경우 학교 밖 학습시간이 우리보다 적다. 하교 후 학생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취미를 가꾸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습시간이 줄면 학력이 저하된다는 우려는 학습노동의 한계생산성 제로선을 넘어선 우리 현실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교육개혁은 성과 중심인 우리 교육현실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인간이 최고 목표인 행복에 기여하도록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자신의 살이 이루어져 가고 그것을 이루는데 있어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고 역량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 학력신장도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직한 삶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에 앞서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철저히 능력으로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움켜질 것인가 아니면 따스한 사회에서 소박하지만 화모하게 안빈낙도하며 살것인가, 혹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약자를 돕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창조적인 일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등도 다각도로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부족하거나 편협한 부분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엄청난 학습량을 투입하는 사람은 정작 공무원에게 필요한 성실과 봉사심을 기르는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일단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노력을 투입하여 막상 그 직장에 들어가 자신의 자질과 전혀 다른 덕목을 요구받으면 오히려 그 직장에 대한 후회가 앞서게 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목적, 의미를 성찰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다. 첫째는 경험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 다양한 인생관과 가치를 경험하기 위한 직업체험, 직업탐방을 넘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훨씬 넓고 깊은 세계가 있음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수천년 인류 역사를 토해 누적된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 명멸하는 인간 군상들이 만들어내 ㄴ 복잡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고 이를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지어보는 경험이 부족하다.

 

삶의 목적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어렴풋했던 것들이 서서히 분명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삶의 목적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조롭고 빈약할 뿐이다.  그것이 상위 5%의 우수 학생들이 교편을 잡은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어떻게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문학을 포함한 예술작품을 접하는 것이다.

 

 

 

 

권재원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동대학원 사회교육 전공 박사

서울 중학교 교사(20여년)

<학교라는 괴물>,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거짓말>,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통계학>, <학교에서의 청소년 인권>,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공저), <학교에서 연극하자>(공저), <논쟁하는 경제교과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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