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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글꽃 무지개 행복 학교(23.11.20.대전일보) 본문
평생을 학교교육에 몸담고 지낸 사람으로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급속한 발전 뒤편에 학교 교육이 큰 바탕이 되었다는 말에 나름대로 보람을 갖는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저런 운동은 피부가 하얗고 머리가 노란 서구 사람들만 하는 운동인데 우리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노래와 텔레비전 연속극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발군의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정말 사실인가 싶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기회의 나라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글로벌 대한민국에 발맞추어 학교 교육의 제자리 찾기 운동, 행복 교육 운동이 활발하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은 또한 매우 고무적이다.
창조적인 미래를 건설할 융복합적이며 지혜로운 인재 양성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모두 성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일은 진작부터 우리가 그랬어야 할 일이고 이런 지향이 미래 한국을 이끌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다행스럽다.
행복이라는 말이 각 행정기관을 걸쳐 학교에서도 일반화되면서, 사람 내면의 다양한 감정의 상태인 행복을 외형적인 행정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동안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수업보다는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하고, 과정보다 결과와 실적을 중시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내적 성숙을 돕는 일,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계발해 주고 그것을 소망하게 하여 모두 행복해지는 따뜻한 학교 문화 건설에는 좀 소홀했던 면을 부인할 수 없고,
그런 면에서 학교의 행복교육은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면에서 다시 접근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생각하면서 세계은행 김용 총재의 인터뷰를 묶은 책인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라는 이름의 책을 읽었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뭔가 큰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준비를 갖추라, 세계의 문제가 바로 당신의 문제’라는 청년을 향한 메시지는 우리의 자녀 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큰 울림이었다.
그의 첫 메시지는 ‘뭔가 되려고 살아온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찾아가면서 존재에 대한 더 큰 소명을 발견하는 일, 그런 일들을 이루기 위한 훌륭한 마음습관을 쌓아가는 일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행복교육을 생각하면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이 떠오른다.
누이들 밑에서 자란 나는 그분의 평이하고 순한 글 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마음이 꼭 우리 큰누님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유고집이 되어버린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을 보면 그분은 원래 대학 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면서 대학진학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똑똑하던 오빠가 의용군으로 나가 폐인이 되어 돌아온 지 여덟 달만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대학을 중퇴한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 살다가 마흔이 되어서야 등단하셨다.
그분이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소설가로서의 근성을 잃지 않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 문단의 대표작가로서 큰 어른으로서 오랫동안 문단을 이끌어 오실 만큼 큰 어른이 마흔 살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도 자신의 꿈을 간직하셨다는 생각이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그분의 소설보다 더 마음이 가게 한다.
이제 학교 행복 교육은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교육,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알록달록한 소질들이 어우러져서 무지개를 이루는 학교, 저마다의 소중한 자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가면서 모든 학생들이 존중받고 행복해 하는 그런 학교가 되고 싶다.
가을 오색 단풍처럼 한 잎 한 잎이 모두 어우러져 다양함을 펼치는 행복한 학교가 오고 있다. (대전글꽃중학교장)
(2013.11.20. 대전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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