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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의 책읽기(유인창)

haagam 2011. 3. 22. 15:03

마흔

마흔 살의 책 읽기<유인창> 저출판사 : 바다출판사
출판일 : 2011년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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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마흔살의 책읽기

부제 : 내 삶을 리모델링하는 성찰의 기록

출판 : 바다출판사(2011.3.2./ 초판1쇄, 244쪽/ 12,000원/)

남자가 마흔이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문득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면서 잘 왔는지 살펴보게 되고, 부끄러운 일과 아쉬운 일을 정리하게도 되고, 앞으로 살 날들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되는 뭐 그런 나이가 남자 마흔이 아닐까 생각된다.

재미있는 일은 이 책의 저자가 우리와 비스한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점이고, 그 위치에서 생각되는 다양한 일들이 흔하게 짐작이 가능한 평범한 고민이라는 것이며, 작가는 그 답을 독서활동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혀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책을 냈다는 점이다.

장정일, 왕상한, 이덕무 등의 독서 기록을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독서일기라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많은 얘기들을 알알이 토해내면서 그 내용을 책에 의지했다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 책의 서문은 아주 비장하게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거론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의미를 지닌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평범한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만, 서문의 마지막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서 책 한권이 자기 인생의 기원을 마련해 주고, 우리의 기적을 설명하고 계시한다는 구절을 인용한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의미제목을 붙이고 장당 6-8권 정도의 책을 주제로 자신의 마흔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장의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인데 저자가 첫 화두로 내 놓은 책은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고, 그는 이 책을 소개하는 자신의 글의 제목으로 ‘마흔의 딜레마, 뛰어내릴까 돌아설까’로 붙였다.

저자는 자신의 마흔을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심각하게 생각했었는지, 그 책이 우선 자신의 문제제기로 적합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의 <인생수업>, 스티브 비덜프의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비요른 쥐프케의 <남자 심리 지도>, 박범준.장길연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차례로 이야기 하고 있다.

보통 독서일기나 서평이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하는데 비해,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 중심으로 간간이 소개하는 책의 일부를 스크랩해서 자신의 이야기와 연계하여 제시한 책을 소개한다.

책의 구석구석 장장마다 어쩌면 이리 꼬질꼬질하고 절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냈을까 싶으면서도, 마흔에 이런 이야기를 적는 소시민을 대견하게 보이기도 한다.

저자가 이 글을 써낸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문화일보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생활하면서 쌓여진 필력으로 자신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나름대로 갖고 있었던 여러 생각들을 책을 빗대서 글솜씨를 뽐내고 싶었을까, 편집기자직을 맡을 만큼 나름대로의 글재주 속에 숨어진 글을 쓰고싶은 욕망이었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마흔 이후의 자신의 미래를 진솔하게 걱정하고 있다.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이야기한 것은, 결국 행복이 삶의 목적은 아니지만 그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김효정의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를 꼽아 아직 남은 날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미지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제목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점검해 보기도 하고,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말콤 드래드웰의 <아웃 라이어>로 마무리를 한다. 아웃라이어를 내 건 글의 제목은 ‘한 방은 없다.’이다.

아마 저자는 마지막의 인용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일을 글쓰기로 정하고, 그 연습을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