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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노록戒老錄(소노 아야코)

haagam 2011. 3. 25. 09:57


서명 : 계노록,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저자 : 소노 아야코

출판 : 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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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나는 노인일까?

내가 70쯤되어 아직 영혼이나 신체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그때 내가 스스로 나를 노인이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나이를 떠나 남에게 주며 사는 사람이 젊은이이고, 남에게 얻어 사는 사람이 노인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제 2011년 기준 80인데, 그렇다고 노인이 아니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 대신 만년晩年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오래사는 일에 모두 걱정하는 시대에,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책 제목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나도 아주 오래전부터 내 남은 인생을 화두로 모든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직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노인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아직 노인이 되기 전 사람들끼리 자신이 노인이 될 때를 대비해서 서로 학습하고 준비하기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소노 아야코는 41세에 다가올 노년을 대비하며 자신을 한번 가다듬어 보았다는 점은 책의 내용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그후 51, 65세에 다시 내용을 손보아 개정판을 내었으며, 지금 우리가 읽는 책이다. 1931년생이니 2011년 현재 80세이다.

지금은 건강하신지, 이 책을 쓸 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사시는지 궁굼하다. 이번 일본 대참사에 변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염려되기도 하고, 무고하시길 간절히 바란다. 80은 시대가 변했어도 노인의 삶을 살 나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나이들어 늙었을 때에 경계해야 할 일을 정리한 책으로, 모든 늙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으로 원제는 계노록誡老錄, 노년을 대비하여 경계하는 마음을 기록한 책이다.

내용은 아주 일상적이지만, 하나 같이 구체적이고 진솔하다.

요즘 세간에 떠도는 말로 “여자의 변덕은 남성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고, 아내의 바가지는 여인의 순정이다.”라는 말이 인기라는데, 글쓰는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재잘대야 하는 점에서 보면, 지혜로운 아내의 잔소리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저자는 특이하게 서문에 제목을 붙였는데, ‘자기 구제의 시도’이다. 서른 일곱에 자신이 인생 후반부라 생각하고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 한다. 젊음이란 미숙하고 어딘지 창비하고 우스꽝스럽고, 안정이라는 면에서 25세의 자신보다 37세의 모습이 더 미더웠다.

한편 늙음을 경계한다는 말은 다소 개념적인 표현인 것이,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또한 건강상태에 따라 젊은 나이에도 노인과 비슷한 생활환경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도 자신이 아직 때가 멀었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노인으로 인정할 것이다. 그러므로 늙어서 이렇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말은 지금부터 그런 자세를 습관화하겠다는 선언같은 일이지, 젊어서 할 일과 나이들어 할 일이 따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의 특성은 따로 있고, 그 특성에 따라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니, 노여움, 푸념, 잔소리에서 자유로와지자, 너그러워지려 노력하자, 자주 씻자, 등의 잔소리에 대해 한번쯤 곱씹을 필요를 무시할 사람은 없다.

단순한 의식주 해결이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모두인듯 신문을 덮고 있고, 기껏해야 3.1공원의 노인들에게 이성이 필요하다는 가십거리로 기사를 쓰는 세상에서 노인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더욱 품위있게 사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사회의 몫이 아니고, 자신의 몫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

내가 노년을 대비해서 지금부터 삼가야 할 생활습관은 무엇인가?

여러 생활의 변화가 올 때를 대비해서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내가 평생토록 남에게 신세지고 살지 않아, 이론적으로나마 노인이 아닌 사람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인가?

이 책은 책의 내용보다 저자가 40대부터 그런 메모를 하면서 지냈다는 생활자세와, 노인이 많아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이를 떠나 누구나 곱씹어볼 문제이다.

소노 야야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