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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풀무학교 이야기(홍순명) 본문
서명 : 홍순명 선생님이 들려주는<풀무학교 이야기>
저자 : 홍순명
출판 : 부키(2006.10.9.초판1쇄/ 2009.6.1.초판2쇄/ 271쪽)
이 시대에 교육은 살아있는가? 사람을 가르친다는 교육 본연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관성있게 사람을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 변화와 개혁, 창의와 효율이 주도하는 시대에 사람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는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여기 감동적인 살아있는 교육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풀무학교 이야기이다.
풀무학교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입학정원 25명, 전교생 75명인 소규모의 대안 학교인데,풀무란 대장간 불을 집히기 위해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를 의미하는데 마침 학교가 위치한마을 이름이 풀무골이라 한다.
풀무학교의 교훈은'더불어 사는 평민'이다.
독일의사상가 헤겔은 "인류의 역사는 자유가 점차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다."라 했다.가족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해 안정적인 지대 수입(rent)을 목표로 한 사교육과 고시 열풍이 지배하는 교육 현실에서 남 위에 서는 것보다 더불어 살 줄 아는, 깨어있는 평민이 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교육의 소명이라 여기고 있다.
풀무학교의 입학정원은 25명이다.
우리가 학생들을 외우고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이 25명이라 말한다. 한 학생에게 삶의 동반자는 75명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말한다.그들은 졸업한 학생을 졸업생 대신 수업생이라 부르고, 졸업식을 창업식이라 부르면서평생 삶의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나 전인격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는 2분으로 한분은 이찬갑 선생이고, 다른 한분은 주옥노 선생이다.
밝맑 이찬갑 선생은 평북 오산 출생으로 일제 강점기에 민족 민중 기독정신이 가득차던 사학私學인 오산학교 출신이다. 그들의 꿈은 교회, 학교, 지역공동체를 통해 국가를 구원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집단이었다. 이찬갑 선생은 오산학교의 설립자 남강 이승훈 선생의 종손으로 친족 중 남강과 가장 가까웠던 분이라 한다.
다른 한분의 설립자는 주옥노 선생으로홍성 홍동면 팔괘리(풀무학교 위치) 출신으로 그곳에는 원래 현광학원이라는 마을학교가 일제말기까지 있었다. 그 마을에서 자란 주옥노 선생은 신학공부를 한 뒤 함석헌 선생의 집회와 김교신 선생의 후계자들이 이끄는 성서집회에 참석하면서 이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 의기를 투합하여 학교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나와 풀무학교는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
1970년대 후반쯤이었을까? 나는 계룡산 동학사에서 개최된 무교회 성서모임에서 풀무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한 적이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얼마 후, 나를 과분하게 아껴주시던총장님께서 김교신 선생의 뒤를 이어 당시 노평구 선생이 주관하는성서모임이 공주에서 있으니 가보라 전화를 주셨다.
말씀을 따라 계룡산에 가서 이틀인가 모임에 참석한 기억이 있는데, 그때 풀무학교 얘기가 큰 화제가 되었었다. 이때 같이 참여하시던 분들이 그 뜻을 잃지않고 노력하여 오늘 우리 교육의 지표를 이루신 셈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올곧게 평생을 산 사람들이 갖는 선물이다.
2010년 우연히 친환경 먹을거리를 주제로 하는 모임이 있어 홍성 홍동 일원을 다녀왔다.
풀무학교를 방문하고, 그 학교 출신들이 모두 평범하지만 비범한 평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풀무학교는 홍성 발전의 주역으로 농업의 신기원을 제시한 산실이 되어 있었으며, 내가 계룡산에서의 성서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선생님들은 이미 정년을 하신 후였다.
풀무 최고의 교사는 예수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절대적 가치룰 두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이 생활의 목표이다. 생활을 통해 가르치고, 질문 토론 수업을 하고, 학생의 성장 단계와 개인의 개성에 맞춰 교육하고, 상한 갈대도 안 꺾듯 학생을 동정하고 아끼며,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수가 가르치듯 가르치는 일을 생각한다.
예수가 교과를 담당한다면, 영과 진리를 다루는 종교, 진정한 대화를 촉진하는 국어, 선으로 악을 이기는 윤리, 마지막 사람에게도 똑같이 품삯을 주는 사회경제, 전통의 존중과 완성을 가르치는 문화, 자연현상 속의 법칙과 경외를 가르치는 과학, 정연한 사고를 가르치는 수학, 조화로 찬미하는 음악, 자기실현과 섬김으로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직업, 생명를 가꾸고 살리는 농업일 것이다.
풀무의 교사는 자격증 유무를 떠나 학생을 좋아하고, 자기 전문분야가 있으며 진리 탐구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농민, 학부모, 특정분야 장인 등 모두 교사가 될 수 있다.
우리 현대 교육은 10가지를 잃고 있다고 말한다.
그 열 가지는 1)전통, 2)세계관, 3)노동, 4)고향, 5)작은학교, 6)독서,7)공동생활 경험, 8)대화, 9)신명, 10)진리의 양면성이고, 풀무원은 그 열 가지를 이루는 학교를 지향한다.
교육에 대한 전통은 서당에서 내려온 우리 교육의 맥이다.우리 서당은 인간교육,학부모화 협력 교육, 개별화교육, 단계적 교육, 관학이 아닌 민학교육, 지역의 통합 등의 장점이 있었다.
교육이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면 학교는미래지향적이고 가치관을 가르쳐야 함에도 우리는 수능 성적 올리는 교육을 하고, 노동을 경시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사서오경 등 철학을 가르쳤다.
작은 학교를 잃은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학교가 도시화되어 고향을 잃은 것과 같다. 큰 학교는 학생을 변화시키는 한계가 있고, 또한 학교가 지역사회의 기반이 될 기회를 잃고 말았다.
풀무학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유기농업'의 효시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1975.9. 일본 유기농업단체인 애농회의 회장 고다니 준이치가 풀무학교를 다녀간 이후 한국정농회가 결성되었고 5년 뒤 한국에서 두번째로 유기농업 단체가 결성되었다. 일본이 소비자 중심으로 시작된데 비해 한국은 생산자 중심으로 시작된 것은 다른 점이다.
초기에 풀무 수업생(졸업생) 2명이 효시었는데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나고, 그중 한 사람의 조카는 삼촌 뜻을 살려 건국대 축산과, 이스라엘 일본 실습을 마치고 이 지역 농가에서 키운 돼지로 햄 소시지 가공 소규모 협동조합을 꾸미고 있다. 또 한사람의 부인은 남편의 농장을 이어받아 전국 유기농이 몇 안되던 시대 유기농산물 품질 인증을 받아 내기도 하였다.
1968년에 돌아가신 마쓰다 기이치라는 일본 구마모토현 농부는 일생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 생각을 짤막한 글로 남겼는데 그가 농부를 다섯 단계로 나눈 것은 유명하다.
"첫째는 생활을 위한 농부로 제일 하층의 농부이다. 노력을 적게 들이고 돈만 별려는 사람이다. 둘째는 예술적인 농부로 그는 경영을 잘해서 가공이나 저장 등을 통해 경영의 묘를 살린다. 셋째는 시적詩的 농부로 자연과 융합하며 대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농가의 행복을 느낀다. 넷째는 철학하는 농부로 천지의 소리없는 소리, 진리를 듣고 흙의 철학을 깨우치는 농부이며, 다섯째 농부는 농부의 최고봉으로 종교을 가진 농부인데, 그는 한마디로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농부이다.
풀무학교는 '생협'의 효시이기도 하다.
이갑찬 선생은 학교가 생기던 해에 '구판부'를 만들며 시작되었는데 이 선생은 덴마크 국민고등학교와 협동조합에 심취하여 오산학굡터 소비조합을 운영하셨다.
'풀무신협'은 1969년 학교에서 5000원을 갖고 시작하였다. 전국에서 신협이 몇 안되던 시절이었다. 1972년 학교내 있던 신협이 홍동면으로 나가고 전국에서 시범운영조합으로 표창을 받도록 발전하엿다.
'홍성신문'은 2회 수업생(졸업생) 이번영이 4쪽짜리 홍동신문으로 시작하였는데 지역신문의 효시가 되었다.
'갓골어린이집' 1980년 무친위를 구성하고 모금을 하여 건물을 지었는데 독일에 가서 관련자들이 연수를 받기도 하고, 지금은 정부에서 운영하여 시설도 개선되고 운영도 안정되었다.
'시골문화사'는 1981년 설립 허가를 받고 한해 몇권씩 문집, 오리농사, 농업에 대한 사랑 같은 교육 농업 종교에 관한 책을 띄엄띄엄 내고 있다.
'도서조합'은 헌책을 주문받아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잘 지어진 '마을 도서관'은 지역의 훌륭한 문화센터가 되고 있다.
'바른 식품'은 풀무의 전직 화학교사였던 황연하가 국산콩으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자연식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오리농법'은 13회 졸업생 주형로가 1만평의 논농사를 유기농 집념으로 손농사를 짓다가 도입한 농법으로 '홍주골 오리쌀'을 만들어 내었다. 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위한 제분소도 운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선정한 한국을 이끄는 100명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홍동한우'는 15회 정일진이 영농법인을 조직해 운영하는데 자가 배합한 사료로 한우 육질을 개선하여 서울에 판매점을 내고 팔면서 식당도 두곳을 운영하고 있다.
'재생비누협동조합'을 학교에서 만들어 자주적 운영관리와 한경과목 싨흡, 지역의 공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4년에 설립하엿다.
농민단체 '전국 농농회 홍성지부'가 있다. 1991년 설립하여 회원이 49명인데 행활협동조합과 유기농업의 생산자회 40여명과 함께 지역에서 유기농산물 생산과 가공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연구회'는 매월 1회씩 모여 지역의 문제를 협의한다. 기관간의 협의 협조와 지역문제를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지역사회 크리스쳔 아카데미 역할을 한다.
'대체공업연구소'는 중도에 그만두었다. 태영렬 집열관을 중점 연구하였다 한다. 자연정화 방법으로 하수처리를 하는 방법에도 관심을 두었다. '농기계조합'도 그만두었고, 천안 성공회 신부로 있는 김경일이 통밀빵을 만들던 '제빵조합'도 판매가 어려워 중단하였다. 귀농운동본부를 의욕적으로 지우너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슈마허가 최대 회장을 지낸 브리스톨 토양협회에서 블렝크 회장은 "유기 농업 등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총체적 재생을 이룰 수 있다."라는 말을 기억한다. 슈마허는 그의 책 <선한 일>에서 현대 산업주의가 반종교적임을 지적하면서 1)복잡한 성격, 2)욕구 선망 금전욕 등 대죄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거기에 의존하는 것, 3)모든 노동형태의 내용과 존엄 파괴, 4)너무 큰 조직이어서 생기는 권위주의적 성격 등의 복음의 정신에 어긋난다 지적하였다.
이 책을 읽고 문득 저자 홍순명 선생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떻게 생긴 분일까 하는 마음에 네이버, 구글 등에서 그림검색을 해 보니 선생님 사진을 만날 수 있었다. 젊은날의 사진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고, 내 사진도 더 나이들기 전에 많이 모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왕도가 없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일이 없다. 큰 사랑과 관심일 뿐이다. 사람으로 만나는 일...
신앙의 높은 뜻을 가슴에 담고, 뜻을 모아 동지를 구하여 아무도 돌보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모두 성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말 그대로 더불어 사는 평민을 양성하는 풀무학교를 이곳에 적게 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홍순명 洪淳明
1937~(2011년, 74세). 강원도 횡성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서당을 운영하시는 유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중학시절 책을 통해 김교신, 함석헌, 노평구 선생들을 만나 큰 영향을 받았다.
전쟁 통에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초중교사 시험에 응시하여 교사자격을 취득하고 17세부터 교사를 시작하였다.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직문화에 실망하던 중 대안학교인 풀무학교 얘기를 듣고 군 제대 후 곧바로 합류하여 1960년부터 교사를 거쳐 교장을 역임하고, 2002년 65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하였다.
그는 대안학교의 근거가 학교공동체를 통한 교육의 이상과 본질의 추구에 있으며, 입시교육이 아닌 전인교육이 교육의 지향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아실현, 더불어살기, 무너진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 생태교육 및 평화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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