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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장정일)

haagam 2010. 10. 29. 14:16


서명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의 독서일기/

저자 : 장정일

출판 : 도서출판 마티(2010.8.20. 1쇄, 9.15. 2쇄, 13,000원)

*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매우 어렵다.

 

평소 신뢰로운 사람들에게 책 읽는 얘기를 듣고 좋은 책을 추천받으면 부자가 된 듯하고, 할 일이 많아진듯 신이 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포스트모던 작가인 장정일의 8번째 ‘독서일기’이다.

 

그는 43세인 1995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1’을 쓴 이래 2007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7‘까지 7권을 출간하였고, 3년만인 올해 그가 읽은 74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여덟 번째 책 이야기를 펴냈다.

 

나보다 책읽는데 비할수 없는 고수의 책읽는 일에 대한 걸죽한 입담과 그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읽는 책에 관한 정보가 담겨진 책이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끈다.

 

그는 이 책의 제목이 그의 독서버릇에서 나온 것으로 많은 택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읽는 도중 빌려 읽기가 너무 아까운 좋은 책이나 다 읽고 나서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을 뒤늦게 사며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는 책은 버려지는 것도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첫 편에서 저자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펴낸 ‘장정일의 독서일기7’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책을 읽는소견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글을 쓰는 그에게 책은 체험을 주로 하는 단순한 일기이지만, 책을 읽는 이유가 불분명하면 읽고 나서도 남는 게 없으니 책을 읽기 전에 그 이유를 3개 이상 떠올려볼 것을 권한다.

 

그는 학문적 기초가 충분하면서도 도발적 문제제기가 있는 박노자나 고미숙의 책을 좋아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책을 읽는 일은 사고의 땔감을 줍는 일이라 말한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의 세대’(2007, 레디앙)이다.

 

그의 서평은 매우 현란하다.

 

우선 OECD 회원국 중 유럽의 젊은이 대부분이 16세에 사랑을 배우고 18세에 독립을 하는데 20세가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면 친구들에게 ‘아기’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얘기로 책을 소개한다. 한국의 20대가 그럴 수 없는 처지를 대고 하는 말이다. 10대의 성적 자율권과 20대의 동거권 등 섹시한 주제로 시작된다며 일단 시선을 끌은 후에 실은 이 책이 이러이러한 얘기를 다루는 경제서이고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책이라며 본격적인 입담을 풀어놓는다.


미셀푸코의 ‘주체의 해석학’(동문선, 2007)에 대한 얘기는 그 책을 모르는 내게 마치 그 책을 읽은 것처럼 자주 그 내용이 뇌리에 남는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헌을 세심히 재독한 책으로서 서구 문명에서 ‘인간이 진리와 만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데카르트 이후 서구인들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진리 형식을 진실과 만나는 절대적 방법으로 숭앙했다.

 

푸코가 ‘데카르트의 순간’이라 명명한 그 순간을, 우리는 근대인이 자연과학적 방법과 추론적 이성을 수단으로 중세 신학과 결별했던 사건으로 파악하지만, 실은 긴 사유체제의 작은 일화일 뿐으로 원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이 저마다 주체가 되고, 또 주체가 진실을 만나는 방법으로 두 가지 원칙을 제히했는데 그 하나가 ‘자기 배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 인식’이다.

 

자기 배려는 자신을 돌보는 행위로 자신에 몰두하는 행위이다. 연애, 가정경제, 경제, 건강법에서부터 용기있게 말하기, 스승의 말에 경청하기, 분노와 슬픔 다스리기, 타인의 시선과 사소한 호기심에서 벗어나기 등등에 이르는 구체적인 삶의 기술 전체를 아우르며 자신을 점진적으로 변형시키는 수양과정이고, 그를 통해 나의 삶과 말이 아무 모순 없이 진실이 된다.

 

결국 위정자도 군주의 정치활동도 국가나 국익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한다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고, 결국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최상의 자기 배려가 결국 타자에 대한 배려와 공공선으로 이어질 뿐으로 대통령은 정직과 국익 사이에서 하등 갈등할 필요가 없다 말하고 있다.

 

저자의 독서편력은 현란하지만, 현실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경향의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앤드류 커크, 2005), 자발적 복종(에티엔느드 라보에티, 2004), 역사가의 시간(강만길, 창작과 비평사), 단두대에 대한 성찰(카뮈, 책세상),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참, 잊을번한 문구가 있다.

 

강만길의 '역사가의 시간'에서였는데, 장정일은 천안함 사건 당시의 일화를 이 책의 내용과 빗대어 말하고 있다. 이때 한 보수주의 신문에서 말하길 3일만 국민이 참아주면 미국과 공조해서 북한을 통일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한 것에 대해 일침을 놓고 있다.

 

6.25의 교훈은 우리 땅의 경우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문제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정복하는 전쟁의 방법으로는 통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음을 아는 것이다. 강만길의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남북간의 평화주의가 정착할 수록 유리하게 될 수 있음을,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전쟁 통일이 아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7천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철저히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평화통일의 필연성에 대한설득력있는 시각이다.

 

이 많은 책의 이야기를 어찌 모두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사서 읽었지만, 이 책을 빌려 읽는 것이 좋았을까? 그리고 이 책을 전화기 위에 올려놓을까? 제목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누구나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는 것이 불가능하고,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선의 책을 고르는 일, 읽은 후의 바람직한 피드백 방법 등은 제각각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굼한 판에 장정일의 독서편력이나 미쳐 만나지 못한 책을 소개받는 일도 재미있다.

내가 새로운 책을 살 것인지 빌릴 것인지 최소한 버릴 책은 아닐지 알려주고 있으며, 저자의 책읽는 방법은 여러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다.

 

**장정일 蔣正一

 

소설가, 시인, 1962.1.6. 경북 달성

2006-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1997- 웹진 산티 기획위원

1987, 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김수영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시인 겸 소설가.

소설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 많은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소비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이자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주요작품으로 햄버거에 대한 명상,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너에게 나를 보낸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내게 거짓말을 해봐, 거짓말 등이 있다.

그는어머니를 따라 여호와 증인의 신도가 되어 고교 미진학, 19세에 폭력사건으로 소년원 생활을 하던 1년 6개월간많은 책을 만났다.1984(22세) 언어의 세계에 시로 등단,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실내극 당선, 1987(25세) 첫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고 김수영문학상(7회) 수상하였다.

전통 가족관계 해체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이 도착적 성관계를 여과없이 표현하기도 하였다. 포스트모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독서일기 출판은 독서일기1(95-97), 2권(94-95), 3권(95-97), 4권(98-98), 5권(2002), 6권( ?), 7권(2007)을 출판하였다. 이번에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010)이 있다. 인터넷에서 저자의 이름을 대면 쉽게 만나는 얘기들을 주워모았다.

짧은 머리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빌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장정일> 저출판사 : 마티
출판일 : 2010년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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