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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한국인 전용복(전용복) 본문
서명 : 한국인 전용복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저자 : 전용복
출판 : 시공사(2010.4.30 초판1쇄, 317쪽, 13,800원)
나는 지금도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뜻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뛰고, 그렇게 살지 못한 나를 뒤돌아보며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지난 기억이지만 한국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던 김우중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다 읽고 난 한 밤중에 가슴 뭉쿨한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 집안을 서성이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 전용복>은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전용복이 우연히 옻칠을 공부하여 국내에서 옻칠작가로 활동하다가, 1921년에 건립된 대규모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目黑雅瑞園 의 옻칠 작품 복원을 해냄으로써 세계적인 칠예작가로서의 삶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자서전이다.
500년이 지난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는 니스와 아교를 덧칠하면서 그림이 변하고 금이 가는데, 경남 의창에서 발견된 2000년전의 제기는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고려때 호국의 일념으로 제작된 팔만대장경은 700년이 지나도록 글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 10대 보물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옻칠의 덕이라 한다.
옻칠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이 있다. 옷칠은 나무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 도자기, 천, 종이 등 그 적용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표현하는 색의 범위가 흑칠黑漆과 朱漆의 범위를 넘어자연의 색을 거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목재의 보존의 쓰임새를 넘어 다양한 예술작품으로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옻이라 한다.
젊은 시절 전용복은 정말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다가 우연히 가구회사에서 자개가구 제작을 경험하였고, 옻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주변에서 그의 실력을 인정받던 중 우연히 일본의 메루고가져엔의 낡은 밥상 오젠의 수선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노후된 대형 연회건물을 성공적으로 복원을 담당하면서 옻칠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 전문 예술인이 되었다.
메구로가죠엔은 3만평이나 되는 정원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촌락을 이루는 규모로서, 당푸, 교쿠조, 우시카와 등 당시 유명한 화가들을 작업 현장에 초빙해 극진한 예우로 대하며 작품을 남기게 하여 당대 최고의 미술작품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4천점이나 되는 그들의 작품들은 에도시대 미술의 마지막 불꽃과 같았으며, 옻칠과 나전, 일본회회를 총 망라한 것이었다.
또한 이곳의 옻칠과 나전의 대부분은 당시 한국의 전문 장인들이 남긴 솜씨라는 것이었다.
남푸 교쿠조 우시카와 등 당시 유명한 당대 최고의 미술작품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는데, 4천점이나 되는 그들의 작품은 에도시대 미술의 마지막 불꽃같다고 말한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옻칠과 나전, 일본회화를 총망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용복의 칠에 대한 집념과 애착은메구로가조엔에 있는노후되거나 낡은 미술작품들을 복원하는 과정에 잘 나타나 있지만, 그는 미술품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최조로 엘레베이터 철문에 옻칠마감재를 제작하여 설치하기도 하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이 300년 넘게 원래의 형태와 음색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비결이 옻칠에 있었음을 발견하고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등의 악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일본에 옻칠미술관을 설립 운영하기도 하고, 한류 스타인 배융준이 일본에 찾아와 제자가 되길 청하고 김혜수도 이곳에 와서 옻칠을 배우고 갔다하니 그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예술의 경지를 짐작할만 하다.
일본의 고급 시계 회사와 손을 잡고 옻칠 시계를 제작하여 고급시계 20개, 최고급 시계 3개, 그리고 최상급 시계 1개 등 총 24개를 제작하였는데, 가장 비싼 시계는 5천만엔으로 세금을 붙이고 16대 1로 환산하면 약 8억 4천만원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탄생시키고 판매를 성사시켰다 한다.
미약한 사람이 한 곳에 뜻을 품고 전념을 기울이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그가 옷칠로 그린 많은 그림들이 컬러로 게재되었는데, 그동안 옻에 대한 통념을 뛰어넘어 다양한 색이 너무 화려하고, 또한 그가 그린 그림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는 전용복 자신도 인정하였지만, 그가 옻에 대한 집념이나 그가 느낀 매력을 넘어 그가 매우 미술에 대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우리에게옻칠에 대한통념적 한계를 넘은 가능성을보이고, 또한 조상들의 옻칠 기술을 재현하므로써 조상들의 옻에 대한 깊은 정을 이어낸 사람이 당대에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가 책이름에자기 이름 앞에 한국인을 붙인 '한국인 전용복'이라 한 것은 그의 주 활동무대가 일본이었다는 점과 우리 조상들의 옻에 대한 전통 기술을 이어받아 재현하였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가 우리나라에서 이런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겨우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루어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가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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