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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이의수) 본문
서명 :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저자 : 이의수
출판 : 한국경제신문사(2012.3.15. 1판1쇄/ 2012.5.25.1판7쇄)
되돌아보면 나는 정말 정신없이 마흔을 지냈다. 마흔인지도 모르고 또는 남자의 전성기라 생각하면서 일을 사랑하고 일에 올인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지금 건재한 것에 감사한다.
지나고 보면 늘 내가 내게 천적이었다.
조병화의 한줄 시 천적은 나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
요즘 나는 이런저런 책들을 무원칙하게 읽으면서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은 큰 일을 이룬 사람들과 우리 같은 소시민과의 차이점은 그들은 보통사람들의 애환을 극복하고 남을 위해 커다란 족적을 남기면서 살았고, 그래도 나만 바라보지 않고 남을 바라보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나 자신조차를 천적이라 생각하면서, 내 주어진 이 꽃밭같은 현실을 가시덤불의 십자가인듯 어깨에 질머지고 쩔쩔매면서 지내온 젊은 날들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그리고 내가 지내온 마흔처럼 아플 여유도 없이 사회와 가정에서 꽉 매인채 살아가는 남성들의 생활에 대한 보고서이다. 평범한 남자들이 가정과 직장 등 각 영역에서 나이들면서 겪는 애환을 리얼하게 풀어냈다. 읽고나면 측은하고 씁쓸하다.
조해일의 단편<매일 죽는 사람>의 첫 문장, '일요일엔데도, 그는 죽으러 나가려고 구두끈을 매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생각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마흔이다.
가장 처음 얘기는 마흔이 넘어 참석하는 동창회에서 학교 성적과는 전혀 비대칭한 친구들의 자동차와 돈버는 얘기들이다. 회사에서 사장과 상무의 자기 사람 심기와 줄서기의 불안하고 서러운 이야기, 어렵게 집 장만하고 월급타서 은행에 이자 갚느라 등골이 휘는 하우스 푸어의 삶, 로또 복권이나 증권을 통한 대박의 꿈꾸어보기,
집사람 생일 챙기며 밖에서 만난 상사와의 불편함,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수없이 많은 갈등과 유혹, 멀쩡하던 애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겪는 난처하고 곤란함. 동창회 명부를 보면서 벌써 운명을 달리하거나 소재 파악이 안되는 친구들을 보고 느끼는 당혹감,
애들 과외비를 부담하면서 겪는 너무 비합리적인 현실과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 직장 사표내고 시작하는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야기, 그래도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보루인 가정의 소중함, 노부모님 보시기, 마흔이 되면서 다시 확인하는 부부의 사랑
결국 시간을 잘 활용하고 부지런하고 근면한 자세로, 내 재능을 다하여 보다 많은 인생을 사는 일이 중요하다.
정주영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처럼 실패의 연속은 성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극복하는 의지과 지혜만이 생존과 행복의 전제조건이라는 당연한 명제 앞에서 우리는 늘 처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평균에도 못미치는 작은 키와 허약한 몸으로 유럽을 정복했고, 헬렌 컬러는 장님에 귀머거리, 벙어리였지만 작가, 정치지도가, 교육자로 살면서 평생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링컨은 22세때 사업에 실패했고, 23세에 하원선거에 낙선했고, 25세에 다시 사업에 실패했다. 26세에 연인의 죽음이라는 실패를, 27세에 신경쇠약을 앓았다. 34,37, 39, 46세에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47세 때에는 부통령이 되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으며, 49세에 역시 상원의원 선거에서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그러나 마침내 52세에 이르러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도 고교시절 감독은 조던에게 '다른 선수들의 짐을 들면 훈련에 참가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한다.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마라톤 2연패를 한 에티오피아의 비킬라 아베베는 1969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이듬해인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나는 남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나의 고통과 싸워 이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소중한 가치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작은 일에도 낙심하고 무너진다. 하지만 자존감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힘과 한계를 국복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을 일으켜주는 힘이다.
자존감을 지켜주는 일은 공감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어려울 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목소리로 '그래, 많이 아프구나!"하면서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값비싼 선물이 아니라 따듯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이다. 연약함을 이해하고 수용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버지는 자녀의 삶에 행복한 미소를 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안스럽지만, 사는 일이 그런 것이고, 또한 이런 일들을 극복하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나는 마흔이 넘었으니, 이렇게 잘난척? 마흔을 위로한다.
(학바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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