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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장영희)

haagam 2010. 7. 14. 01:03

서명: 이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저자: 장영희

출판: 샘터/ 2010.5.6. 1판 1쇄, 2010.6.10.1판 5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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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난 1주년을 기념으로 그분의 남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 그분은 살아계신 동안에도 여러 장애를 꿋꿋하게 이겨내면서 고운 마음을 글로 적어 이웃과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어문학자로 수필가로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한 것은 보통사람으로 놓고 보아도 너무 훌륭한 일이지만 그분이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살면서 암수술을 세차례나 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참 귀감이 되는 분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네'라는 제목과 '장영희가 사랑한 사람과 풍경'을 부제로 하여 유고작들을 실었고, 2부는 '이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를 제목으로 '장영희가 사랑한 영미문학'을 부제로 영시 여러편을 나름대로 번역하고 그 소감들을 적어 소개하였다. 3부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제목으로 '사랑하고 기억하고 우리는 희망을 노래한다'를 부제로 하여 1주기를 기념하는 글들을 모아놓았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 천사가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라면 딱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개달린 천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천사가 있고 또한 스스로 이웃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

사랑이란 객관적인 잣대로 재면 이상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을 좇는 이상한 사랑만이 가장 정상적인 사랑이다.

친구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companion의 com은 '함께', pan은 빵을 의미하여 '함께 빵을 먹는 사람'에서 연유한 단어로, 서양에서도 음식을 나누는 것이 친교의 기본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위대한 순간은 우리도 모르게 왔다 가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무심히 건넨 한마디의 말, 생각 이 내민 손, 스치듯 지은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은 대통령에게도 신부님에게도 자동차 정비공에게도 모두 골고루 온다.

이 말은 지금도 내 머리 속을 맴도는 말이다. 우리에게"위대한순간"이란무엇인가? 자신이엄숙하고 중요한 사안의중심에 있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일이 늘 존재하게 되며, 우리도 모르게 그런 순간들이 왔다 간다는 말은 인생의 오묘한 신비나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설에 의하면 알타미라 동굴 속에도 "요새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없고 성숙하지 못해 큰일이다. 미래가 걱정된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때 젊은이들이 말 그대로 성숙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지금쯤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란 결국 고향으로의 U턴이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말했다. "떠나라! 그리고 고향의 가씨들이 가장 예쁘며 고향 산천의 풍치가 가장 아름다우며 그대의 집 안방이 가장 따뜻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 그때 돌아오라!"

소설가 박완서는 장영희 1주기에 부치는 편지글에서 당신이 장애를 극복하고 열등감이나 자학과 짜증의 그늘이 전혀 없이 씩씩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훌륭하고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을 넘어 또하나 당신이 평생동안 사랑하고 종사한 영미문학 속의좋은 시와 문장들 덕이었다는 것을이제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이여, 신체의 속박이 없는 천국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소서.."

**장영희

1952년 9월 14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중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영미시 에세이 《생일》, 《축복》의 인기로 ‘문학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현승의 시 <가을의 향기>를 영역하여 ‘한국문학번역상’을, 삶에 대한 진지함과 긍정적인 태도를 담은 첫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부친 故 장왕록 박사의 10주기를 맞아 추모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엮어 내기도 했다. 역서로는 《종이시계》, 《슬픈 카페의 노래》, 《이름 없는 너에게》,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등 다수가 있다. 특히 《스칼렛》, 《살아있는 갈대》는 부친과 공역해 화제가 되었고,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This Paradise of Yours》도 공동 영역해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렸다. 세 번의 암 투병 중에도 항상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을 전하던 그는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남기고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 글: 8113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