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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문가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 편)

haagam 2012. 3. 14. 12:51

 

서명 : 조선 전문가의 일생

저자 :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출판 : 글항아리(2010.12.20. 1판1쇄/ 2011.06.27 1판3쇄/ 381쪽)

 

이 책의 제목만으로 선택하였는데, 표지를 보니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는 <조선 국왕의 일생>, <조선 양반의 일생>, <조선 여성의 일생>, <조선 전문가의 일생> 등 4권의 책을 통해 조선 사람들의 일생을 살펴본 책이 같이 있었다.

 

규장각총서는 2008 '규장각 금요시민강좌'를 통해 소개된 우리 역사의 흥미로운 내용을 일반화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조선사람의 세계 여행>도 있다.

 

철저한 신분사회인 조선에서는 국왕, 양반, 중인, 상인, 천인에 이르는 계급이 엄연히 존재했다. 왕과 양반이 정치적 주도 세력이었다면,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 전 영역에서 기록의 변두리에 위치하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일을 하면서 살았다. 그들에게는 일이 신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없이 조선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스스로 관련 분야에서 전문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살았다.

 

이 책은 한번도 주역으로 살지는 못했던 듯 보이지만,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주역이었고, 그들의 핍진한 삶의 무게가 드리운 아름다운 그늘이 조선 사회의 어느 자리엔가 무한히 펼쳐저 조선을 아름답게 가꿔아 갔다.

교수와 훈장, 선문역산가, 광대, 승려, 의원, 음악가, 궁녀, 장인, 화원, 역관, 서쾌와 전기수,금융업자 등의 바로 그들이었다.

 

이 책은 각 분야별로 각각의 전문가들이 영역별 조선 전문가들의 삶의 궤적을 정리하여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밝혀낸 책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신양명의 포부가 없으랴마는 이런저런 연유로 그것이 남의 일이 되고, 그러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그 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면서 삶의 깊이를 내렸던, 조선 반가보다 훨씬 많은 대다수의 조선 서민들은 어쩌면 모두 자기 분야의 전문인이었을 것이다.


 

첫장에서는 조선조 교사와 훈장의 삶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 정순우는 '군사부일체 사회의 버팀목, 그러나 불우한 삶'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대구에서 한 훈장이 1년치의 서당 수강료를 못받고 심한 모욕을 당한절박한 사정에 원정原情을 관에 올린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천문학은 옛날에도 어려운 학문이었다. 조선시대 관상감은 천문과 역을 다루는 천문학, 풍수를 다루은 지리학, 각종 행사 및 의례를 집행할 길일을 잡는 명과학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였다. 천문天文이란 '늘의 무늬' 즉 하늘의 메시지를 별자리를 통해 해독하는 전문 지식이었다.

 

의학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다음은 이익의 <성호사설> 권9, 인사문, 용의살인庸醫殺人 이야기이다.

"성인이 의학을 창안하고 약재의 성질을 알아내어 일찍 죽는 것을 구제했으니 의학이 백성을 살리는데 공이 큰 것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은 일부러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일도 있었으나, 지금은 의술에 종사하는 자가 일찍 죽는 것을 구제하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고 오로지 돈벌이할 기회만 엿본다.

 

반드시 인삼, 부자 따위의 대단히 더운 약으로써 시험을 하며, 효험이 나지 않으면 다시 망초, 대황 같은 극히 찬 약을 투약한다.

 

행여 환자가 살아날 경우에는 자기의 능력을 과시하고, 죽었을 때는 그것을 죄로 여기지 않고 운명이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말한다. 이로써 무단히 사람 목숨만 해하고 마니, 약이藥餌가 사람을 살리는 일은 적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 오히려 많다."

 

의사들의 재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 참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대 음악극과 교수 사진실은 팔도를 뒤흔든 대중 스타 광대인 '달문'의 삶을 소개하면서, 조선시대 광대의 삶의 단편을 소개한다.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사이에 흥정을 붙여 이문을 챙기는 일을 '주릅노릇'이라 한다.

기생의 뒤를 돌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조방군'이다.

 


궁녀의 이야기, 집짓는 목수 이야기, 일수장수 금융업자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이 구구절절하다.

 

(학바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