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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한정원)

haagam 2012. 3. 13. 13:56


서명 : 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저자 : 한정원

출판 : 행성:B잎새(2011.5.18.초판1쇄/ 2011.11.15.초판7쇄/ 429쪽/ 2011 문화체육부 선정우수교양도서)

 

낯선 집에 가면 그 집의 책장에 꽂힌 책들과 살짝 열린 서재에 가낭 오래 눈길이 머무는 것은 그의 서재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로방송작가 한정원이 나름대로 당대 최고의 지식인 15인을 만나 그의 로앙과 독서법, 독서습관 등에 대한 인터뷰과 그들의 추천도서를 엮은 책이다.

 

그가 첫번째로 만난 사람은 법학자 조국 교수였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자연과학자 최재천, 예술작가 이안수, 서정시인 김용택, 북 디자이너 정병구,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블로거정치인 김진애, 아트 스토리텔러 지주헌,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건축가 승효상, 출판문화인 김성룡, 영화감독 장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다.

 

조국 교수를 소개하는 첫 장에 그의 서재 출입문에 붙어있는 글을 소개하면서 시작하였다.

 

You are only as good as your last paper.

자네는 지난 번 발표한 논문의 수준만큼만 좋은 사람이라네.

 

이 글을 옮기는 나를 긴장하게 하는 말이다. 그는 학자의 길을 오롯하게 걷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은 글귀였다면, 나를 판단할 수 있는 학자의 논문같은 시금석은 무엇이고, 그 시금석에 견주어 나는 얼마나 좋은 사람일까?

 

욕심이 적어 늘 감사한 겸손한 사람, 독서를 통해 부단히 이웃과 소통하는 사람.

뭐 이러면 어떨른지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이 블로그가 내 서재가 된다면, 이 서재를 통해 나의 이런 시금석이 녹아날 수 있을까?

맨 마지막으로 올린서평만큼 나는 좋은 사람일까?

 

그는 평소 소신이었을까? 인터뷰 싯점에서 무슨 갈등이 더욱 심했을까? 그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제목은 "세상과의 소통과 사회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법학자"였고, 인터뷰 내내 소통이 주된 주제였다.

 

침팬지 동물실험이야기이다.

침팬지에게 A방법으로 먹이를 주다가 어느날 갑자기 B방법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이 새로운 먹이 환경에 가장 빨리 적응한 침팬지는 젊은 암컷이었다. 그리고 젊은 수컷, 다음은 늙은 암컷 순으로 적응했는데 늙은 수컷만은 마지막까지 기존의 방식으로 먹이를 달라고 주장했다. 무슨 이유인지 배가 고파도 마지막까지 먹지 않았다. 수컷의 비애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인간에게도 있다.

나이든 괴팍한 노인을 연상하게 한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새로운 정보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지겹도록 반복하며 안들어주면 화부터 내는 사람, 남에게 가르치려고만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숨이 막힌다.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만든 벽은 높아지고, 자신을 둘러싼 껍질은 두거워진다. 자신의 벽을 낮추고 껍질을 깨는 것을 두려워한다.

 

굳어진벽과 껍질을 허무는 일은 어렵고 여려서부터 길러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독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글, 자신과 감성이 다른 사람의 글, 자신과 전공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로 책을 봄으로 껍질이 부드러워 진다. 껍질이 부드러워야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있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흐르지 않는 물을 먹는 것과 같다. 이미 갖고 있는 감성과 얕은 지식 만으로 버티면 어느 순간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만다. 책을 읽는 일은 새 물을 채워넣은 일이다.

 

위 글은 법학자 조국 교수의 독서관이다.

엄숙쟁이, 규범주의자, 육사나와 군인이 되거나 신부가 되면 잘 어울렸을 사람, 탁월한 감정 조절 능력과 절제력, 흐느러짐없는 모습을 갖는 사람

 

인생도처 유상수 人生到處 有上水 인생 곳곳에 나를 넘어선 인물이 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이다.

 

MEMENTO NORI 메멘토 모리,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자신의 성공에 거만하지 말고, 너무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말

조국 교수를 움직이는 생각의 뿌리이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트 럿셀의 말이다.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확신으로 가득차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의문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이들에게 말한다.

"자신을 넓혀가는 사람, 쫄지 않고 자신의 확장성을 가는 사람이 되려면 자기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해지고, 그러기 위한 시작이 독서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책을 추천하고있다.

 

1. <자유론> 존 스투어트 밀, 문예출판사

2. <유러피언 드림> 제러미 러프킨, 민음사

3. <시기열전> 사마천, 민음사

4. <그리스인 조르바> 티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5.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느린걸음

6. <정의의 법, 양심의 법, 인권의 법> 한인섭, 박영사

7.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창비

8.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웅진지식하우스

 

최재천은 그의 서재를 '통섭원'이라 부른다.

 

세상과 제자들과의 소통의 장이자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벽을 깨고 통섭되기를 바라는 공간이며, 또 학자들과 진리를 탐하고 서로의 학문에 빠져들기를 소망하는 공간이라 했다.

 

그는 책을 통해 다른 학문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과학과 인문 그리고 예술이 서로의 장르를 넘나들며 다른 분야의 학문과 얽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책, 그래서 파웦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책을 좋아한다.

 

이야기 중 김병총의 <화첩기행>, 프랑스 분자 생물학자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게리 라슨의 <The Complet Far Side> 등이 간간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영 철학자 베이컨)

그는 책을 소리내 읽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대화할 때는 물론이고 책을 읽을 때에도 서두름이 없다.

 

"책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요. 정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책을 성우처럼 읽거든요. 거의 소리내서 읽어요."

완전하게 사유하지 않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 그져 글자 읽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재벌, 학벌에 빗대 책부자인 자신을 책벌이라 부른다. 4천여권이 넘는다.

 

그의 첫 책의 기억은 <동아백과사전>이다.

그리고 학창시절에 <세계동화전집>, <한국단편문학전집>, <노벨 문학전집>을 읽으면서 전집 독서로 기본을 쌓았다. 같은 책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읽었다. 책이 귀했으니까. 구절을 외우다시피 한 독서는 다시 글로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글을 쓰려면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스므번쯤 읽어보라는 말이 생각난다.

 

선박없이 해전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 전략이고 치렬한 삶의 현장이다.

살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휴식이 아니고, 먹고 사는 일에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나름 핑게를 댈 일이 아니다.

 

폭 넓에 독서해야 한다. 어려운 책이라도 도전해야 한다. 읽기 힘들어도 도전해서 읽고 또 읽다보면 그 분야에 뭔가가 쌓인다.

책은 사람을 혼자있게 하지만, 혼자이기에 책을 찾게 하기도 한다. 외로움에서 시작된 책과의 대화로 단단히 다젿진 그의 세상은 하나의 나무 기둥에서 수많은 가지가 뻗듯 풍성했고 꽃이피듯 다채롭다.

 

**문화예술공간 '모티브원'을 운영하는 솟대예술작가 이안수

 

예술마을 헤이리의 촌장이자 1만2천권이 넘은 책숲에서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자유인

25년간 여행과 디자인 관련 월간지와 단행본을 만드는 사람

 

여행하고 글쓰고 책읽고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잡지사 기자로 일을 시작하고, 자신 내면의 글을 쓰고 싶어 2막의 인생을 시작했다. 시카고 머다나 대학의 늦깍이 유학생이 되고, 방학이면 배낭하나 들고 여행길을 올라 15개주 90개 도시를 돌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귀국해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을 열었다.

 

"앞이 빤히 보이는 삶은 원하지 않아요"

이 길의 끝에 있는 모퉁이를 돌았을 때 새로운 일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서재는 사유의 숲이다. 저는 이곳에 있으면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이 사유의 숲에는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나무도 있고 좌절 앞에서 지혜를 속삭여주는 나무도 있지요. 책은 나무로 만들어지니 저는 숲을 통째로 갖고 있는 셈이지요.

 

시골생활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 접하면서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는 것이었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시간, 지적 활동 네시간, 좋은 사람과 친교를 하며 보내는 네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생계를 위한 노동은 신분상 깨끗한 손과 말끔한 옷, 현실 세계에 대한 상아탑적 무관심에 젖어있는 교사에게서 기생의 때를 벗겨준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중에서-

<천상의 노래: 비노바 바베가 들려주는 바가바드기타 이야기> 비노바 바베, 실천문학사

<식물의 역사와 신화>자크 브로스 지음, 갈라파고스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시공사

<작은 것이 아름답다: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슈하허, 문예출판사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여라> 김태완, 소나무

 

<예수, 석가를 만나다: 공의 깨달음과 없이 있는 하나님> 이명권, 코나투스

<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 북스코프

<김찬삼의 세계여행> 김찬삼, 한국출판공사

 

**섬진강 시인의 서재, 김용택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을 스스로 귀하게 만든다.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글쓰기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자세히 보아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본 것을 쓰다보면 더욱 자세히 보인다.

 

정신적으로 풍요해지는 것이다.

글쓰기가 중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모든 것이 글이기 때문이다.

자기분야에 앞서가는 사람들은 모두 글을 쓴다. 글을 쓰기 때문에 앞서는 것이다. 글쓰기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힘을 준다.

 

**한국 최초의 북 디자이너이자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있는 북 디자이너, 정병규

그는 인문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입문하는 과정에서 고생이 많았지만, 그의 인문학근 문과대 이후 잊었던 새로운 엄청난 세계였다.

인문학에 말을 디디고 그 맛을 아는 순간, 어느 누구도 인문학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장담합니다."

 

책 몇 페이지, 혹은 책 몇 줄에 세상이 달라 보이는데, 어떤 연속극이며 스포츠가 그 즐거움을 이기겠는가?

우리의 삶은 모두 인문학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것이다.

인문학적인 필터나 인문학적인 용해가 안되면 인류의 삶을 지식과 지혜라 말할 수 없다.

 

독서는 약간의 낯섦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자유라고 표현된다. 언제나 그만둘 수 있고 어려우면 집어던질 수 있다.

그는 이청준의 필체를 좋아한다. 별을 보여드립니다.를 수차례 읽었다. 최근에는 정화열의 <몸의 정치>를 읽고 행복하다.

 

**소셜디자이너, 박원순

그는 지금 서울시장이 되었다.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 지식이 되고, 소통스러울 때 위안이 된다.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

책을 많이 읽어라. 읽다 보면 깨닫는다. 단 사색을 통해 이해하며 읽어야 한다.

비행기로 두 시간 안으로 도달할 수 있는 나라의 언어는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일본어, 필리핀어, 러시아어 이중 하나는 해야 하지 않나?

남들이 권하는 삶을 살지 마라, 자기만의 삶을 살아라,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천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몰입이 일어닌다. 그래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굴욕적이다.

 

(학바위, 2012)

 

**건축가 송효상

그는 여러 권의 책을 도시에 읽는다.

쉽게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