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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쓰기(강원국)

haagam 2015. 6. 18. 17:01

 

 

서명: 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 기획안 설득에서 품격있는 아부까지, <대통령글쓰기>를 잇는 강원국의 신작

저자: 강원국

출판: 메디치 미디어(2014.12.10)

 

  글을 잘 쓰는 일처럼 매력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 곁에는 몇몇 사람들의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들이 몇권 있다. 세간에 회자되는 책들이다. 이 책을 만난 것도 그런 단순한 이유에서 이다. 내가 책을 고르는 것은 다른 책을 읽다가 책속에 인용된 책을 찾아보거나, 신문 등에서 소개된 책 등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아마 그런 우연한 인연에서 구입하게 된 것이리라.

 

  책을 읽다보면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인가 순서는 자신이 없지만 이런 제목의 책이 자주 생각든다. 정말 성의있게 잘 쓴 충실한 내용의 책을 만난다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책을 선별하는 방법이 정통 고전 등 검증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용되거나 소개된 책을 읽다보니 더욱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런 측면에서 본 이 책은 나름대로 글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은 진솔한 책이고, 내용이 나름대로 재미있어서 쉽게 속도가 나가는 지루하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처음부터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하고 만났는데, 표지의 부제처럼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저자가 다양한 회사 경험을 하면서 느낀 조직에서 살아남는 비법을 재미있게 풀어쓴 면이 흥미롭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장님의 3심 즉 회장은 욕심이 많고, 이익을 창출하는 의무가 있으며,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라. 초년병 시절 회장을 보좌할 때는 회장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할 것, 회장마음을 편하게 할 것, 회장이 돋보이게 할 것이다. 사원은 자신의 눈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으로, 즉 자신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일하려고 노력하라 등등 어찌 보면 일종의 처세술 서적 같은 내용들이 재밋게 풀어져 있어, 서울에서 직장다니는 아들녀석에게 이 책을 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다.

 

  저자는 세간에서 관심을 끌었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내서 성공한 경험이 있고, 이 책은 그 후속타로 기업의 측면에서 풀어낸 이야기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8년을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썼다고 하니 나름대로 실용글쓰기나 시류를 파악하는 남다른 감각이 핏속에 흐르는 사람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 책의 목차의 4장 제목은 "강상무는 어떻게 글쓰기로 임원이 되었나?"이다. 글쓰면서 상무가 된 사람이라는 경력을 자랑스럽게 내 세우면서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감을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저자도 글을 잘 쓰는 것은 부단한 노력의 산물일 뿐이지 재주가 아니라는 말을 부단하게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보통사람 글쓰기 가능성의 논지는 이렇다.

 

1)글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잘 쓸 수 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 이상 다시 썼고, 톨스토이도 <전쟁과 평화>를 35년간 고쳐썼다. 천재 피아니스트도 건반위에서 연습 없이는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날라다닐 수 없다.

2)글쓰기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다. 작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명문에 대한 욕심이나 감동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효능있는 글이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이 아닌 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라.

 

3)글쓰기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쓸 것인가를 찾ㅇ라.

4)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있는 것을 새롭게 조합하면 된다.

5)글쓰기는 정신노동이 아니라 육체노동이다.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손을 사용해 사유하는 행위이다. 책상앞에 오래 앉아 있을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양이 채워져야 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일이 글쓰기이다. 하루에 다섯줄이라도 꾸준히 써라.

 

  그러나 저자는 질펀한 얘기꾼이자 동물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나와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