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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노래하는 천사들(김재창)

haagam 2012. 7. 5. 10:48


서명 : 기적을 노래하는 천사들

- 케냐 지라니에서 인도 바나나까지, 슬럼가에 울려 퍼진 희망 노래 이야기

저자 : 김재창

출판 : 두란노(2011.10.5)

 

아래 옮겨적은 표지의 약력에서 보듯이 김재창은 나이를 웬만큼 먹은, 음악을 전공하고 한때 국제 콩쿨에서 우승을 하거나, 오페라 주역을 하기도 한 전문 음악인이고, 한편 신심이 두터운 개신교 신자이다.

 

김재창은 구호단체의 제안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가장 오지인 고르고쵸에서 빈민 아동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운영해서 그 과정을 참가하는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자기존중감과 정체성, 그리고 꿈을 심는 일을 하게 된다. 고르고쵸는 스와힐리어로 '스레기 더미'라는 의미가 있다니 그 말 한마디로도 그곳 사정을 짐작하게 한다.

 

토속적인 민속 음악 이외에 합창은 커녕 노래의 개념에 대한 경험조차도 없고, 산아제한에 대한 개념이 없을 뿐더러 아이들이 가정의 노동력의 원천으로 다산多産이 보편적인 문화인 상태에서, 노래를 하자고 권하고 시설을 마련하고 음계를 가르쳐서 합창이 되게 하는 과정은 역시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주민들의 무관심, 무책임, 부정직, 게으름 등이었고, 지속적인 지도에 가사노동 등 가정의 이해 부족과 본인들의 의지 부족이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순서였는지도 모른다.

 

김재창은 이런 역경을 극복하고 케냐 내에서도 기적의 합창단의 자리에 오르고, 우리나라에 3회 내한 공연을 하면서 평생 남의 도움만을 받고 자라던 아이들이 오히려 노래를 통해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게 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던 중 그곳에서 그의 행적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있어 다시 슬럼프를 겪고, 그러다가 다시 인도에 가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지내던 중 이 책을 낸 것이다.

 

눈여겨 볼 일은, 짜여진 각본같은 어려움을 소상히 설명하므로써 현지의 여러 문화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가 처음 출발할 때나 그곳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일을 할 때 등 곤란한 일에 봉착할 때, 새로운 결심이 필요할 때, 그리고 자신에게 새로운 의미와 용기가 필요할 때 그는 버릇처럼 금식기도를 시작한다는 것이고, 침묵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힘을 입어 용기를 내고 그 일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이해인 역, 샘터)>을 읽던 중 읽는 도중에는 그리 괘념치 않았던 표지를 넘긴 첫 장에 씌여졌던 말이 읽던 내내,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은 적이 있었다. 아니 그 느낌은 지금도 그렇다.

 

"오직 한 사람만을 도왔다 해도, 충분히 일할 이유와 가치가 있습니다."

 

김재창은 아프리카 케냐의 고르고쵸에서, 또는 인도의 슬럼가에서 아무 존재 가치가 없어 보이는 그냥 굶거나 죽어가던 아이들 몇명에게 목소리를 모아 하나가 되는 합창 지도를 통해 희망을 심고 나누는 일을 신앙의 신념으로 실천하였다. 그는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로 태어났을 뿐이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지상의 명령이라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읽은 후의 느낌 또한 다양한데, 이 책은 내용이 단순하고 순박한 신앙의 고백 이외에 단순하여 특별한 내용도 없는 셈이지만, 이 책이 자신을 희생하여 정말 오갈데 없는 오지 아이들에게 화음을 이뤄 노래를 부르는 경험을 부여하고, 그를 통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요, 이를 어찌 개인의 단순한 의지의 표명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것을 떠나 여하튼 사람이 자신을 돌보는 것을 넘어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큰 여운을 남게 한다. 글은 그 재주보다 글을 쓰는 마음이나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매우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한다.

 

저자는 여러 후원자들의 힘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사실, 그리고 불가능을 넘어 그 아이들이 합창을 하게 된 결과를 기적이라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이 있게한 하느님의 뜻 자체가 기적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어차피 저자 자신이 신앙을 바탕으로 오지에서 합창단을 창단하고 활동하면서 느낀 신비로운 신앙체험과 그 과정의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라면, 글 속에는 저자가 케냐에서 음악 사역을 시작한 싯점이나 3차례의 성공적인 한국 공연 일자, 인도에 다시 음악 사역을 하러 간 싯점 등의 기록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김재창

1956 전북 정읍 생

원광대 음악교육과 졸업

이탈리아 치마로사 국립음악원 졸업

페스카라 음악아카메미 수료

이탈리아 존타 국제 콩쿠르, 벨리니 국제콩쿠르 우승

오페라 리골레토, 토스카, 춘희 주역

케냐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예술감독

현 월드샤프 대표, 인도 바나나 어린이 합창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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