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박용후) 본문

책 나라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박용후)

haagam 2017. 1. 6. 15:58

 

서명: 나는 세상을 출근한다.

저자: 박용후

출판: 라이팅하우스(2015.2.27.초판1쇄, 257쪽)

 

**나는 아직 젊은이인가?

 

  한때 대우그룹 대표 김우중 님의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이 책을 만나서 밤을 꼬빡 새워가면서 단숨에 읽어가며 큰 용기를 받은 기억이 있다.  아직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  그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은 물론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하는 짜깁기식의 책도 많았지만, 한동안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자존감을 깨워주던 책들도 물론 여러 권이 기억나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키워왔다. 이 책도 비록 그때의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는 밤 이슥하도록 이 책을 단숨에 읽었고, 수시로 메모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많이 갖었다.

 

  나는 지난 40년을 한 직장에서 지냈지만,  퇴임 이후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간헐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일을 경험하게 되리라 생각되었다. 비록 그 일이 한 영역에서 비슷한 점이 있겠지만,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전혀 색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만나는 일인 셈이다. 대학 강의를 해도 그 직함이 시간강사이고 이번 학기 강의를 하면서도 다음 학기에 다시 강의를 맡게 될 것인지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년을 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에서 일하고 얻는 수입만으로는 내가 만족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는 다양한 일을 다양한 곳에서 간헐적으로 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 박용후처럼 세상으로 출근하는 인생이 된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초연결시대 사물인터넷 시대에 썩 어울리는 모습이고, 또한 그러므로써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늘어난 셈이다.  행정용어로 '고용의 유연성 시대'인 것이다. 미국 마케팅 전문가 해리 백위드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일하는  Officeless Worker가 전 세계에 2200만명정도가 된다." 라 했다. wifi가 되는 곳이면 어디든 일터가 되고, 프로젝트 단위로 자신의 재능을 분산 투자하는게 이들의 특징이다. 해리 백위드 자신도 스스로를 사무실 없이  동네 커피숍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오피스리스 워커라 말한 것이다.

 

"나는 기업과 약속한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까지만 함께 한다는 원칙으로 계약직 신분을 유지하는 대신, 어느 한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었다. 그 결과 한달에 13번 월급을 받는 남자로 알려지면서 대준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는데, 그 숫자는 지금 16번으로 불어났다. 고정적으로 출근할 곳은 없지만, 세상 어느 곳이라도 일터가 되는 오피스리스 워커로서의 삶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도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접속하며 남다르고 창의적인 관점을 유지하려 한다."

 

   저자는 어느 특정 분야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분산 투자하는 'N분의 1 Job' 트렌드를 대표하는 신인간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자신의 재능을 나눠 관점 디자인을 컨설팅한 기업은 다음카카오, 네시삼십삼분, 선데이토즈, 데상트코리아 등등이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내놓을만큼의 성과를 자랑한다.

 

  세상을 기웃대면서 겨우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넘어 하고싶은 일을 할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소시민으로서 얼마나 전설같은 표현인가. 그는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 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멤버가 되어 큰 성과를 이뤄낸 남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고,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웃들에게 자신의 잘남을 자랑하는 책이 된 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저자는 199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몇달간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디라 말하지는 않는다. 그후 입사한 곳이 <PC서울>이라는 잡지사였고,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이자 평론가인 John Dvorak이 쓴 컴퓨터 산업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예측 기사를 읽은 후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홀딱 반했다고 그의 글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변하게 하였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여러 잡지에 PC통신 사용법이나 각종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한 글을 기고했고, PC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그가 해야 할 일은 '기자'였고 큰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월간 <PC사랑>으로 직장을 옮겨 수석기자로 있는 동안 업계 1위가 되고, 편집장으로 직접 창간을 주도했던 <아하 PC>도 큰 성공을 이루며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다가 그는 아하PC의 자회사인 '디지털라이프코리아'와 음성정보 기술업체 '보이스메이커'를 차례로 경영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후 세계 최대 정보통신 미디어 그룹 '씨넷 네트웍스 CNET Networks'의 한국 지사장을 맡았는데, 사업 철수까지 고려되던 상태를 5개월만에 흑자기업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살리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힘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자발성과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자기 일에 재미를 느끼고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후 그는 '스타비스타'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으나, 미국발 리먼 브라더시 사태로 세계 경제가 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곧바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고, 그후 어머니로부터 하루 2만원씩 용돈을 받아 생활하면서 실패의 충격과 좌절감을 맛보았다. 10여년의 기자생활과 여러 회사 ceo경험도 독립을 위해서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 김범수 회장을 만나 다시 의기투합하고 새로운 일들을 만나게 된 것이고, 이제는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아 한다는 멋진 말을 하는 내공을 안게 되었다.

 

  그는 막상 치열한 삶을 산다. 전날 자기 전에 다음 날의 일정에 따른 동선을 확인한다. 순간순간의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스마트폰 메모 앱을 쓰는데, 그것은 단어이거나 문장이기도 하고, 차분한 시간이 나면 메모를 다시 연필로 끄적이면서 더  큰 노트로 옮겨 생각을 키운다. 연필이 더 유연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확장된 아이디어는 다시 에버노트에 적어 정리한다. 아이패드나 맥북에어를 주로 이용하고, 퇴근 후 서재에서는 맥을 이용한다. 모두 클라우드 신세를 진다. 최종적으로 정리된 생각은 출력해서 다시 읽어본다. 점심시간은 비지니스를 위해 저녁시간은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수시로 번개를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생각과 인맥을 키워간다.

 

  이렇게 절박하게 고민하는 그의 지향은 본질찾기 관점을 바꾸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일관성을 갖는 일, 그렇게 해서 새롭게 고객에게 다가가도록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나는 책읽고 글쓰는 사람, 그리고 간간이 내가 공부하고 적은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 건강한 동안은 사회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갖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취미를 통해 이웃의 범위를 넓히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만들어내기로 하고 섹소폰과 카메라 그리고 등산과 자전거를 틈틈이 나누고 있다.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기로 하고 돌아오는 월요일 학원등록을 다시 하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 공간을 넓히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퇴직 이후의 나는 아직 사회초년병으로 남 앞에 서기에 너무 부족하고 가능한 한 부단하게 전문성을 확장시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기웃대며 내 일을 사정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장하므로서 내 외연을 넓히면서 나의 전문성도 같이 넓히는 중이고 그 과정을 나는 즐기는 사람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렇고 싶다.

 

  나는 아직 젊은이일까?

'책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 안연편(1~12)  (0) 2018.09.27
심플하게 산다  (0) 2018.06.27
풀꽃도 꽃이다.  (0) 2017.01.02
평생독서(김병완)  (2) 2016.03.13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0) 201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