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본문

글로 그린 그림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haagam 2012. 1. 3. 16:27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 주간경향, 1959

*

나는 사람은 신동엽이라는 사람이 개그맨만 있는 줄 알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길을 지나다가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새해에 관련 된 시을 들었는데

'새해 새아침은 산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고, 우리들의 대화, 우리들의 눈빛에서 열린다'는 말이 참 새로왔다.

새해 아침에 뜨는 해가 어제의 해와 다르지 않을진대, 새해가 포항 동해 바다 호미곶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새해는그 해를 보러 간 사람의 가슴 속에서 온다.

새해 새아침은 건강하시라 덕담하고 카드와 문자 보내고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격려하는 우리의 대화, 새해에 담은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어린 눈빛에서 열린다.

시인은 그리고 나서 참 유창하게 소년처럼 맑은 마음으로 새해 소망을 말한다.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돌아와 봤으면....

그러나 새해는, 금가루 흩뿌리는 새아침은,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에서 구슬짓는다.

시인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에서 찾는다.

나는 히브리어를 모르는데, 위 사진은 히브리어 새해의 의미라 한다.

(학바위, 2011)


*

인물사진

시인 신동엽

- 1930.08.18. ~ 1969.04.07.(39세)

-충청남도 부여 출생

-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당선

- 부여초등학교, 전주사범대학, 단국대학교 사학과 학사, 건국대학교 대학원

- 충남 주산농고 교사(1958), 명성여고 국어교사(1961)

- '그입술에 파인 그늘' 국립극장 상연(1966), 오페라타 석가탑 드라마센터 상연(1968)

'글로 그린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여 저를 해방시켜 주소서(마더 데레사의 기도)  (0) 2012.05.23
나무들5  (0) 2012.04.06
봄의 서곡(노천명)  (0) 2011.10.18
한 잎의 여자(오규원)  (0) 2011.09.22
소나무에 대한 예배(황지우)  (0) 201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