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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싸이 젠틀맨은 알랑가몰라 본문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붕어빵이다.
클럽에서 춤추기 딱 좋고, 따라하기 쉽고, 웃기다. 물론 둘 다 젠틀하지는 않다. 촌스럽고 방정맞고 천박하기까지 하다. 강남스타일은 부자(속칭 강남사람들)의 허영의식과 위선을 비틀었다.
못생기고 매력 없는 찌질한 한 남자가 말춤을 추며 세상을 조롱한다. 그 발칙한 속풀이는 그동안 꾹 참아왔던 아웃사이더들의 욕망을 대리해소 해준다. 그래서 '싸이월드'다. '젠틀맨'은 한마디로 나쁜 남자다. 아주 '시건방진' 춤을 추며 여성의 몸을 더듬는 퍼포먼스도 한다.
강남스타일이 강남을 비꼬았다면 젠틀맨은 강남에서 되레 주지육림을 즐긴다. "이 세상 젠틀맨들이여, 왜 점잔을 빼는지 알랑가몰라~." 그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투로 최대한 저질처럼 놀아 제친다. 싸이는 싸이코(사이코)다.
싸이의 '젠틀맨'은 한국인의 성정(性情)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린 기본적으로 '내숭'과 '마당'을 좋아한다. 아무나 와서 자리를 펴고 질펀하게 노는 그 펼쳐진 무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좋으면서 관심 없는 척, 평상시에는 '흥부'처럼 조용하다가도 '마당'에 나가면 '놀부'가 된다.
'마당'이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적당히 섞이면 쪽팔리지 않으니 망가지는 거다. 아무리 저속하다고 해도 풍자와 풍류라는 하나의 장치를 통해 면죄부를 받는 식이다. 음담패설을 해도 야하지 않고, 쌍시옷 욕을 해도 질퍽거리지 않는, 민중들의 놀이터가 마당이다.
그래서 싸이가 '마당'에 나와 '흘레'를 연상케 하는 춤과 노래를 할 때 일류든 이류든 삼류(쌈마이)든 열광하는 것이다. "젠틀이 뭐고, 내숭이 뭔지 알랑가몰라~."
싸이의 '젠틀맨'은 얌전하지 않다. 놀부보다 고약한 심술이다. 놀부가 고추밭에서 말달리고, 늙은 호박에 똥칠하고, 똥 누는 애 주저앉히고, 불난데 부채질 하는 천하의 악동이었다면 싸이의 젠틀맨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인다.
여자가 러닝머신을 뛰는데 속도 높여 넘어지게 하기, 우아하게 커피 마시는 여성에게 다가가 커피잔 툭 치기, 노인에게 쇼핑백 들게 하기, 공부하는 여성에게 방귀 먹이기, 의자에 앉으려는데 의자 빼버리기, 여성에게 오일을 발라주다가 비키니 끈 풀어버리기….
그러나 젠틀하지 않은 젠틀맨은 '한국의 나쁜 남자'가 아니라 '세계인의 젠틀맨'으로 뜨고 있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세상에 대한 반어법이다. 깽판을 치는 게 아니라, 깽판 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다.
싸이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전혀 없다. 키도 안 큰데다 뚱뚱하고 배도 나왔다. 한마디로 연예인 얼굴 같지가 않다. 하지만 '못생겼는데 어쩔 거냐'는 식으로 오히려 뻔뻔하게 군다.
못생겼다고 인정하니 오히려 잘 생겨 보인다. 노래가 안 뜨면 어떡하느냐고 물어도 고민이 없다. '그냥 안 뜨면 말고'다. 성공하기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못해도 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싸이는 가창력도 뛰어나지 않다. 누구라도 그 정도는 부른다. 하지만 마돈나와 함께 무대에 올라도 절대 기죽지 않는 배포, 자기긍정의 힘을 지녔다. 그는 젠틀맨이자 긍정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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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충청투데이 <충정로>란에 실린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의 글이다.
그동안 항간에서 싸이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고 읽어왔지만, 이 글처럼 싸이를 정확하게 표현한 글을 보지 못했다.
잘 정리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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