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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정호승)

haagam 2011. 12. 12. 14:18


서명 : 의자

저자 : 정호승

출판 : 열림원 (2010.10.18/ 초판 1쇄)

정호승은 주로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그의 어른을 위한 동화도 <항아리>, <의자>, <모닥불>등이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란 무슨 의미인가?

동화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꿈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하게 의인화하고 내용을 단순화하여, 성인들이 사는 삶의 단편을 소재로 무엇인가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즉 잔상을 오래 남기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정호승의 의자도 그런 의미에서 27편의 어른 동화를 였어 <의자>라는 이름으로 낸 책이고, 책 제목 의자는 역시 이 책에 담긴 동화 중의 한편 제목이다.

책을 잡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출장을 가기도 하고, 또는 이런저런 일로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 책얘기를 적는 일은 참 오랫만이다.

철따라 마음도 스산하고, 이런 책을 한번 읽으면 좀 평안해질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고, 또한 해외 출장 중 무슨 책을 가지고 갈까 생각하다 가장 부담없고 또한 적당히 어울릴듯한 책으로 선택하였는데 그냥 짐만 되었을 뿐이었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우리 삶을 완성시킬 수 잇는 것은 오직 사랑일 뿐이라는 제목으로 모든 사람들이 봄볕같은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말하면서 이 책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쓴 글이라 말한다.

사랑을 마음에 품기 전에 흔히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거나 더 큰 발전을 희망하지만, 이내 그것이 마음과 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것을 가슴에 안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내고 살아가는 범부의 이야기들을 적고 있다.

한편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한편 마음이 짠하기도 한 책이다.

몇 편을 소개해 본다.

<비목어>외눈박이 비목어는 두마리가 짝을 지어야만 비로소 안전하게헤엄을 칠 수 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비목동행 比目同行이라는 말의 연유를 설명하고, 외눈박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정말 사랑하는 짝을 만나 사랑하므로써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난초와 풀꽃> 베란다 창가에 주인이 승진 축하 분으로 태어난 난초 이 주인의 실직으로 관심을 잃어 어려워하던 중 화분에 풀씨가 날아와 싹을 피우고 꽃을 비우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의자>실직한 가장이 부모님 돌아가신 빈 고향집에서 아버님이 어머님을 위해 만들어 주신 의자를 아파트 베란다에 가져다 놓았다. 아내가 출근한 후 술한잔을 하던 중 의자가 뒤뚱거리는 것을 알고 톱으로 한 쪽 의자 다리를 자르기 시작하다 네 다리를 모두 짧게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남자는 아직도 베란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의자가 기우뚱거린 것을 모르는 채 빗소리만 듣는다.

<망아지의 길>연자방아를 돌리던 엄마망아지가 죽어 이 일을 이어받게 된 어린 망아지의 이야기이다. 종일 연자방아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기운이 없어 쓰러지자 주인은 망아지를 내다 판다. 밭갈이를 위해 농부가 샀다. 망아지는 앞으로 가려해도 방아돌리던 습관을 옆으로만 돌아 농부는 화를 내며 다시 장애 내다 팔았다. 장돌뱅이 짐수레를 끄는 일이 주어졌다. 달구지 주인이 아무리 몰아대도 망아지는 옆으로만 돌 뿐이었다. 망아지는 신세타령하던 연자방아 시절이 그리웠다. 그때 기술이 발달해서 연자방아 자체가 없어지고 기계방아에 의존한다는 말을 듣는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망아지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