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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2010 지리산 종주 순례기 본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말 오지 마시라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지리산에 다녀왔다.(8/21-23)
최근 몇년간 내게 지리산종주는 늘 여름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내면서 지리산은 내 생활의 소중한 중심이 됨을 새삼 느낀다.
지리산행 종주는출발하는 밤기차부터의 3일반이 필요하다.
일단 사흘간 날을 비우는일정을 잡는 일이 큰 일이다.
일정이 정해지면 인터넷 웹서비스를 통한 대피소 선착순 예약을 위해15일전 2일간 긴장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잠자리가 대피소인가 비박인가에 따른 산행 준비와 체력 훈련을 하고, 산행 이후에도 한동안 지리산에 심취해 지내다 보면 여름의 절정을 지나게 된다.
이런 일은 거의 한달 가량의 기간이 필요한 일로 결국 내 여름은 늘 지리산과 함께 지내곤 한다.
보통 사람들은 가족들과 설을 지내며 한 해를 시작하면서 네 절기를 지내지만, 나는 나를 찾아가는 여름 지리산 순례가 또 하나의 절기가 되고, 결국 나는 1년을 다섯 절기로 사는 셈이다.
지금껏 찾아본 지도 중에서 지리산 종주를 위한 제법 쓸만한 개념도라 생각된다.
이번 산행도 대피소에서 두 밤을 자는 3일간의 일반적인 산행이었다.
늘 그렇듯이 벽소령 대피소에서 첫밤을, 그리고 장터목대피소에서 두번째 밤을 지냈다.
약 17킬로를 걸어야 하는 제1일은 그간의 삶의 대한 "참회와 보속", 8킬로미터의 가벼운 산행과 지리산의 진수를 맛보는 2일은 "밀월", 그리고 마지막 제3일은 다시 그간의 삶의 터전으로 보내지는 "파견"이다.
새벽 2시 30분경 구례구역을 내리는 등산객들의 모습이다.
기차역에서 성삼제까지 새벽 운행을 하며 사는 택시 운전 기사의 말에 의하면 1시간 후인 3시 30분 경에 도착하는 기차의 등산객의 수는 지금의 곱절만큼 많다고 한다.
다들 짐정리를 하고, 등산화끈을 조여매는 등 성삼재에서 산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다.
언제 보아도 반듯한 노고단 돌탑의 모습이다.
사흘동안 나를 지켜줄 스틱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고단(1,507m)은 일명 고선봉으로 서남방향으로 17~18도의 완만한 경사지대로 약 35만평의 고원지대이다.
지리산 신령인 산신할머니를 모시는 제단에서 그 이름이 지어졌다는 말이있지만, 신라시대부터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받드는 제사를 지냈다 하니 민족 신앙의 성지로서역사적 기운을 엿볼 수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하고맑은 물이 샘솟으며 빼어난 절경을 간직하여 일제 강점기에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피서용 별장이 52동이나 들어서 구례지방에서는 조선인 인부들이 벽안의 선교사들을 가마태워 별장까지 오르내렸던 서글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그 별장은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의 근거지로 이용되다가 국군 토벌대에 의해 점령되었으나 이후 빨치산의 거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불태워져 지금은 그 흔적과 잔해만 남아 근대사의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도 당시 울창한 수목은 없어지고, 싸리 등 관목류만 남아있다.
겨울철 노고단 정상의 설경은 늦봄까지 천하를 감싸안은 풍광을 지아내면서 또다른 노고단의 모습을 지어낸다.
구비구비 산이다.
산이 깊다는 말을 똑딱이 카메라로 설명하는 일은 정말 한계가 있다.
등산객들은 왜 이정표만 보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될까?
그것은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은 아닌지...
얼마나 왔을까?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같이 서툰 등산객들의 소박한 생각이다.
2일 째 점심 식사 장소는 연하천이다.
오랫만에 보는 넉넉한 물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할 정도로 여유를 느낀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말 오지 마시라..
지리산 종주 코스 중 물맛이 가장 좋다는 선비샘이다.
그렇게 들어서일까, 물맛을 새삼 느끼게 한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상록 교목으로 학명은 Abies Koreana.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
덕유산,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등 해발 500~2000m에서 자생하는 희귀종으로 암수 한그루이며, 잎사귀 뒷면에 순백색의 줄로된 기공조선이 있다.
그 기백이 일품이다.
나무가 점차 사라져 정부에서는 배양을 통해 증식시킨다.
세석평전의 구상나무는 장관이다.
높은 지역의 구상나무를 보면 금방 방위를 안다.
추운 겨울 북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북쪽으로는 가지를 갖지 못했다.
어느 한철 여름 겨울이 편한 날이 있었을까.
그 자체가 삶의 큰 스승임을 웅변하고 있다.
죽은 후에도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똑딱이 카메라를 놓쳐 깨지는 바람에 담지 못했지만, 천황봉을 내려오는 넓은 벌판의 구상나무는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뭐라 말할 수 없다.
감동스런 지리산 일출 장면이다.
산행 중 만난 부산외대 교수님은 19년동안 해마다 학생을 인솔하며 종주했는데, 일출은 고작 3번 보았다 하셨다.
내가 언제까지 여름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수록 지리산 종주는 내게 소중한 의미이다.
그래서 올해 산행은 '2010 지리 종주 순례'이다.
나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되었다.
다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런 일들이 구체화되고 또렷해진다.
그 첫째는 내 아내의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어 일상을 같이 하는 일이다.
특히 등산을 같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통영에서 한달 정도를 지내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하고, 사진을 찍고, 독서를 하고, 좋은 글을 쓰고, 맛있는식사를 하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나는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아내는 싱싱한 생선 요리를 하고, 한적하고 조용한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풍광 좋은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고, 섹소폰을 연주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섹소폰을 잘 불고 싶다.
내가 목소리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말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아주 대중적인 노래지만, 데미스 루소스나 마이클 볼튼 같은 감성적인 목소리둘운 내 목소리로 흉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들이 부르는 곡을 그들 이상의 감정을 표현하여 멋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수필집을 내고 싶다.
내 생활의 이야기들을 쉽게 적을 수 있을만큼의 글쓰기를 훈련하는 일과, 내 일상에 대한 깊이를 내려, 내가 쓰는 글들이 가볍고 깊이가 있는, 향내를 품게 되고 그 글들이 자연스럽게 책으로 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사진을 배워 지리산 그냥 스쳐가기 아쉬운 곳에 대하여 의미있는 사진을 활영하고 싶다.
구상나무숲, 덕유평전, 깊고 준엄한 산,천왕봉 아래중턱에 있는 전망대의 풍광은 지금도 너무 가슴이 뭉쿨하다.
지리산의 구석구석을 잘 이해하고, 계절과 하루 중의 일광 변화를 고려하여 지리산의 느낌을 잘 나타내고 싶다.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배우고, 지리산을 탈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간직해야 가능한 일이다.
아마 세석산장이나 장터목에서 여러 날을 묶어야만 가능하리라,
세계일주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일을 놓고 히말라야와 네팔에서 한달정도를 지내고 싶다.
정말 깊은 산을 트래킹하고 그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에서 오는 깊은 의미를 함께 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도 보통 3주 내지 1개월을 체류하는 것을 보면 아마 당장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 된다.
지리종주는 내게 역시 순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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