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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의 여름

haagam 2010. 8. 5. 21:22


한번 가보고 싶었던 섬 소록도(小鹿島)

섬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는 아기사슴섬이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고흥반도 끝에서 배로 불과 5분거리, 지금은다리가 놓여져고흥에서 단숨에 들어갈 수 있다.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사는 곳, 1910년 시립나요양원으로 시작, 조선총독부시절소록도자혜병원으로 정식 개원, 일제 강점기에 한센병 환자를 강제 분리 수용하기 위한 수용시설로, 그리고 현재 국립소록도병원으로 발전하였다.

약 100년의 세월을 한센병과 같이 한 섬이다.

 

위 사진은 다녀온 후인터넷에서 구했는데, 이런 학교가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기 사슴과 섬 모양이 어떻게 비슷한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2009.3.3.개통된 1,160미터의 현수교"소록대교"이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이 된 곳,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가 있는 곳, 천형이라는 나병환자들이 평생의 십자가를 지고 모여 살던 곳을 들어가는 입구는 평화롭고 한적하며 아릅답다.

당신들에게만 천국처럼 보였던 섬이다.

 

 

국립소록도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병원 진입로가 길다.

우측으로 너른 바다와 해안가 울창한 송림이 보이고, 병원 병사를 리모델링을 경축하는 현수막이 새롭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국유지로 국립소록도병원의 직원과 전염력을 상실한 음성 한센병 환자 등 600여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한 때는 6천여명이 거주한 적도 있었다 한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들은 70대 고령자들이며, 주거구역은 외부인과 차단되어 있다.

 


병원 정문을 들어간다.

우리가볼 수 있는 곳은 일제강점기 중 환자관리를 위해 사용되었던 처참한 흔적들, 병원내 공원, 자료관, 성당등 일부이다.

 


검시실(檢屍室)은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시설이다. 해부실로도 불리는 이 건물은 두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앞부분의 방은 사망환장의 검시를 위한 해부실이고, 뒷쪽 방은 정관 절제(精管 切除)를 집행했던 곳이다.

모든 사망환자는 본인 및 가족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이곳에서 사망 원인에 대한 해부 절차를 마친 뒤, 간단한 장례식을 거쳐 섬내 화장장에서 화장 후 납골당에 유골로 안치되었다.

 

이 상황을 보고 소록도 환자들은 3번 죽는다라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 첫번째는 한센병의 발병이요, 두번째는 죽은 시체의 해부요, 세번째는 장례 후의 화장이다.

 

그 당시 화장문화가일반화되지 않던 시절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부를 하고, 화장하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지를 상상케 한다.

이곳의 모든 건물들은 벽돌을 굽는 일부터 모두 이곳 강제 수용된 환자들에 의해 건축되었다 한다.

 

 

해부실의 내부 모습이다. 타일로 된 하얀색대와 수도가 보인다.

 


정관 절제(精管 切除) 대이다.

정관절제는 1927년 일본의 한센병 연구 의학자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병원 당국에서는 개원 이래 남녀 환자 별거제를 실시해 오던 것을, 1936년부터 정관절제를 할 경우 부부 동거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정관절제는 감금실에 수용되었다가 출감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그 벌로 행하여 졌다.

 


감금실(監禁室)이다.

1935년제정된 조선나예방령 제6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8조의 규정에 따라 설치된 일제 강점기 인권탄압의 상징물이다.

 

붉은 벽돌과 육중한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남과 북 두 건물이 회랑으로 연결된 H자 형태로 방은 철창으로 설치되어 있고, 각 실의 한쪽 마루바닥을 들어올리면 변기가 나오는 형무소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있다.

 

그들은 본인의 변론 기회조차 없이 감금, 감식, 금식, 체벌 등의 징벌을 받아야 했고, 강제노역이나 온갖 가학에도 굴종하게 하고, 부당한 요양소 운영에 대한 저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었다.

 


일제말기에는 부당한처우와 박해에 항거하던 환자들이 무수히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었으며, 출감 시에는 예외없이 정관 절제를 당했다 한다. 관람객이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이채롭다.

 

 

병원 내부에 있는 중앙공원이다.

일제 강점기 1934년부터 시작되어 1936.12.1.에 준공되었다. 이 모든 시설도 물론 팔이 없거나 손가락이 없는이곳 한센병 환자들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약 6천평의 면적으로, 일본 조경 전문가의 설계로정밀하게 꾸며진 이후 약70여년이 지난 지금,귀한 종류의 수목들이 역사를 더해서 매우 아름답고울창산 숲을 이룬 공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소록도성당이다.

성당 규모로 보아 과거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성당용 승합차 뒷면에 인쇄된 "아기사슴성당"은 소록도 성당의 우리말임을 알게 한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 아픈 곳에는 늘 천주교의 묵묵한 봉사가 있곤 했고, 이곳 또한 버려진 땅을 사랑으로 일군 것은 천주교의 이름으로 이뤄진사랑과 봉사의 힘이었다.

많은 외국 신부 수녀님들이 평생을 이곳에 바쳤고, 봉사 중 감염되어 사망하기도 하였다.

 

 

공원 한켠에 세워져 있는 구나탑이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카엘 대천사가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징적이다.

우측면에 알파벳과 한글로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다.

 

 

벨기에 데미안재단의 공적비이다.

그들은 이곳 소록도의 환자와 시설 운영을 오랬동안 지원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이곳의 역사를 모은 역사관이다.

1,2 역사관이 있다.

저녁시간이 늦어 안에 들어가지 못해 돌아와 인터넷으로 탐색하였다.

 


한센병이 천형이라면 그들의 병을 일으킨 죄는 무엇이었을까?

그 어려운 십자가를 진 이들에게하느님은 무슨 의미일까?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하느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위안과 희망이 된다.

그분은 곁에서 더 슬퍼하시며 눈물을 흘리신다.

자신의 처지를 수용하고, 온갖 비인간적인 이루 말할 수 없는 핍박을받으면서, 초인적인 인내를 통해 하느님을 증거한 사람들이 살던 곳, 그리고 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진행 중인 곳

 

공원에 있는 아름드리 정원수들이 아픈 세월의 깊이를 말해주고, 쪽빛 바다는 그져 곱고 조용하다.

아기사슴모양의 섬 소록도에서 애잔한 가슴을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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