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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만보慢步(안정효)

haagam 2011. 7. 1. 11:54


서명 :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慢步 (일기쓰기부터 소설쓰기까지)

저자 : 안정효

출판 : 모멘토(2006.8.5.초판1쇄, 2010.12.20.초판12쇄/ 530쪽)

안정효처럼 치밀하고 성실하고 깐깐해 보이는 분이 어떻게 책 제목에 만보慢步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하는 의문은 이 책을 서너페이지만 읽어도 금방 풀리게 된다.

이 책은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으로 세상에 익히 알려진 소설가 안정효가 그동안 자신이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다양한 사례를 들어 구체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정리한 책이다.

책의 부제에는 '일기쓰기부터 소설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로 되어 있지만, 글을 쓰는 자세나 과정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제목을 들어 글쓰는 일에 대한 소견을 적고 있지만, 본인의 경험 탓일까 글쓰는 장르에서 일기나 수필에 대한 이야기는 뒷 부분에 아주 간단하게 적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의 소설쓰기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들이다.

530쪽의 짧지 않은 쪽수에서 어느 페이지도 낭비하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 구구절절 해박하게 다양한 작품과 내용을 사례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소견을 말하는지 읽는 내내 내용을 떠나 이 글을 쓴 저자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글쓰기 만보>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때는 1961년부터였다고 한다. 스스로 습작을 하면서 혼자 글쓰기 공부를 위해 창작을 가르치는 책들을 구해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내용들이 글쓰기 만보의 뼈대가 되었고,

17년간 거의 10차례를 고쳐 쓴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경우 양공주 용년은 마지막 원고 정리를 위해 해운대의 별장을 빌려 부산으로 내려갈 때가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만든 인물로 이런 경우 십여년 다듬어온 소설을 몽땅 다시 써야 하는 기막히고 즐거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소설은 순간적인 영감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겸험과 오랜 구상과 지속적인 집필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첫 걸음이 자료 수집이다. 글쓰기에서 영감의 희열은 잠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힘겨운 작업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정신적 및 육체적 노동인지는 기성작가들의 작업과정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단순히 남이 쓴 책을읽고 그 느낌을단숨에 정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언제쯤 이곳에서 책이야기를 유창하게 단숨에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올까 생각하며 지냈는데,이 책을 읽으면서 글이란 정교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여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하였다.

또한 소설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지난한 준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창작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소설쓰는 일에 대해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극히 평면적이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가 아직 없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소설쓰는 다양한 사례보다 글쓰는 기본 자세와 준비 및 습작 등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들이 더욱 기억에 남아 몇 가지 생각나는 말들을 옮겨 본다.

*

글쓰는 일이란 수영배우기와 비슷해서 수영도이틀정도 기본동작만 익히면 나머지는 부단한 반복으로 익숙해 지는 것처럼, 글쓰기 연습도‘조금씩, 날마다, 꾸준히’라는 3원칙을 몸에 익혀야 한다.

일기던 무슨 무슨 글을 쓰거나 간에 어떤 글을 써야할지 하루쯤은 미리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기른다. 구상단계이다.

간결하고 일기 쉬운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 원칙 중 ‘있었다.’, ‘것’, ‘수’라는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2000년부터 3년간 한국인의 글에 나타난 국어 사용빈도 실태조사 결과 148만단어 중 이 세단어의 의존율이 매우 높았다 한다.

우리글에 깊숙하게 익숙한 ‘...같습니다.’, ‘~같아요.’는 겸손해보일지는 모르지만 줏대없는 표현이다. 가급적 접속사도 줄이고, 수동적 표현도 삼가며, 첫 문장을 잘 써야 한다.

읽기와 일기쓰기, 남들이 쓴 글을 읽고 스스로 날마다 조금씩 쓰기는 습작시대의 필수과목이다. 그것은 남의 책을 읽고 따라 하거나 표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능가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단계이다.

철저하고 성실한 자료 수집,언제 사용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항상 읽고 메모하고 정리하는 습관 만이 좋은 글을 쓰는 기본이 된다.

쉬운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여 문장의 힘을 키우는 기술을 익히는 편이 낳다. 문장의 힘은 단어의 묘기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창조적인 표현에서 비롯된다.

특히 산문에서는 평범하지만 정확하고 논리적인 표현이, 달지도 않고 아무 맛도 없는 떡처럼 오히려 은은한 맛이 난다.

러스트 힐스는 <장편.단편소설 창작법>에서 작가란 그가 창조하는 세계를 다스리는 신과 같은 존재로서, 모든 등장인물의 운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그 세계를 하나의 완벽한 단위로 만들게끔 전체적인 일관성을 부여할 책임도 저야한다 주장했다. 작가는 전지신이다.

( 글 : 학바위 )

(안정효)

소설가, 번역가

1941년생(2011년 70세) 160cm

1965 서강대 영문과 졸업

1964 코리아헤럴드 문화부 기자를 거쳐, 코리아타임주, 주간여성 기장, 한국브리태니커 편집부장, 코리아타임즈 문화체육부장 등을 거침

1983 <하얀 전쟁>으로 등단,

<가을바다 사람들>, <학포장터 두 거지>, <은마는 오지 않는다>, <동생의 연구>, <미늘>, <헐리우드 키드의 20세기 영화 그리고 문학과 역사-전설의 시대>, <신화와 역사의 건널목>, <정복의 길> 등의 작품이 있음

1990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 초빙교수
1992 <악부전>으로 제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1997.10 MBC AM MBC초대석 안정효입니다 MC

그의 소설은 영어, 독일어, 일본어, 덴마아크어로 번역되었으며, <하얀 전쟁>은 베트남어로,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폴란드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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