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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
교사의 기도(도종환)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아이들의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다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이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하게 ..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갑자기 알아 차리게 된 이즈음 외롭고 슬프고 어두웠다. 나는 헌 것이 되었구나 찢어지고 더러워졌구나 부끄러움과 초라함의 나날 모래밭에 나와 앉아 모래장난을 했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뿌리며 흘러내리게 앴다. 쓰라림 수그러들지 않았다. 모래는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모래 흘리던 손 저절로 가슴에 얹어지고 머리는 모랫바닥에 푹 박히고 비는 것처럼 비는 것처럼 헌 것의 구부린 잔등이 되어 기다리었다. 모래알들이 말했다. 지푸라기가 말했다. 모든 망가는 것들은 처음엔 다 새 것이었다. 영광이 있었다. 영광, 영광 새것인 나 아니었더라면 누가 망가지는 일을 맞아 해낼 것인가 망가지는 것이란 언제고 변하고 있는 새것이라는 말 영광,영광 나는 모래알을 먹었다. 나는 지푸라기를 먹었다. (모래밭..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 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 때 이 세상 전부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이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첫사랑(김용택) *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늘 설레이고 감동스런 일이다. ..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으로 서로 붉에 몸을 섞었다는 이유 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갉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러 남아 있는 것이냐 , 도종환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꽃자리, 구상)
'주여 저를 해방시키소서' 주님, 저를 해방시키소서. 인정 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모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경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질책 당하는 고통의 두려움으로부터 비방 당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잊혀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오류를 범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우스꽝스러워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의심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저를 해방시키옵소서, 오 주여..! 우리의 마음도 당신처럼 되게 하소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사랑 받게 하소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존경받게 하옵고. 주여, 이런 욕망에서 저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나는 젖혀 두고 다른 사람들이 선택받게 하시고 나는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 받게 하시고 모든 일에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택하여 주시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성스럽게 하소서.
나무들5무게를 견디는 자여 나무여 새둥지처럼 불거져 나온 열매들을 추스르며 추스르며 밤에도 잠자지 않네 실하게 부푸는 과육 가지가 휘청이는 과실들을 들어 올려려 들어 올려라 중천의 햇덩어리 너의 열매 무게가 기쁨인자여 나무여 늘어나는 피와 살 늘수록 강건한 탄력 장한 힘이더니 그 열매 추수하면 이 날에 잎을 지우네 김남조(1927~) 이 시는 조선일보에서 얻었다. 시를 읽다 나무를 표현하는 시어들이 매우 서정적인 느낌으로 눈에 들어와서 읽다보니 김남조 님의 시였다. 제목은 나무5이다. 아마도 나무를 주제로 한 연작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블로그에 시인의 사랑초서를 옮겨 적으면서 그가 사랑에 대한 구구절절 애틋한 느낌에 대한 근원지가 궁굼하다 말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만난 시가 우연히 김남조인 것을 보..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 주간경향, 1959 * 나는 사람은 신동엽이라는 사람이 개그맨만 있는 줄 알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길을 지나다가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새해에 관련 된 시을 들었는데 '새해 새아침은 산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봄의 서곡 (노천명)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 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 인터넷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노래한 사람이 많은 것을 알았다. 시도 많고 노래도 많았다. 봄은 다른 계절보다 겨울을 지나 봄 기운이 돌기 시작하여 봄을 느끼는 싯점을 노래하는 것이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노천명은 짧은 인생을 ..
한 잎의 여자1 (오규원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시인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2007 임종했다. 물푸레나무는 껍질을 벗겨 ..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 반성하는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위에 가장 기품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이 시를 두고 김용택 시인은 '날마나 진저리쳐지는 살아 있음의 모욕이여!'라 말했다. 시인이 싯구의 줄을 바꿔 쓴 곳도 의미를 둔 것일까? '학교 뒷산을 산책하다'를 쓰고 쉼표를 쓴 다음 반성하는 자세로...로 이어나갔다. 원래는 연이 없이 이어진 시를 가독성을 위해 나눠 놓았다. 살아 가면서 속상한 일과 사람을 품에 안으면서 겪는 아픔은..
사평역에서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핓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룹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는 소나기의 저자 황순원의 아들이다.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그는 세련된 감수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견고한 시 세계로 많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1950년대 중반 등단 ..
君不見 군불견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불부회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콸콸 흘러 바다에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君은 2인칭 대명사로 너, 그대를 의미한다.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이미 보았다는 의미이다. 君不見 군불견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높은 저택에서 앉아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같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흰 눈처럼 세었구나.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세상에 살다가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즐기기를 다할지니 금 술잔을 부질없이 달빛 아래 홀로 두지 말아야 할 것이로다.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복래 하늘이 나를 ..
겨울 입구맨드라미닭 벼슬처럼 피었는데노을은 더 붉어온산이 불타고 있다.산도 강도 모두 타 버리면하얀 잿가루온 천지를 뒤덮겠네> 이보라(영숙)
장 농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있는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 보다 돌아 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낙 화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뒤에 머언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꽃이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하이안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 지 훈 )*주렴이란 구슬 등으로 꿰어만든 발이고, 귀촉도는 물론 소쩍새이다. 꽃이 진다고바람을 탓하지는 말자는 말은 매우 의젓한 마음가짐이다. 이 세상에 잘못된 일을 내 탓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꽃이 지는 것이 바람탓이라 하지 말자는 말은 얼마나 의젓한 마음인가. 꽃이 지는 마음을 내 안으로 담아 안으련다.구슬을 꿰어 만든 발사이로 별들이 하나 둘 지고,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이 밤에 문득 머언 산이 가깝게 느껴지는듯..
세상에서 너 소유한 모든 것 중가장 귀한 것은 이니너의 구원자 은 어제와 내일이라는 두 도적 사이에서자주 십자가에 달리운다.기쁨은 오직 의 것언제나 내일이 아닌 다만 너는 행복할 수 있으리니하느님께서는 오늘을 네게 주셨다.모든 어제는 거두어가셨고,모든 내일은 아직 그분 손안에 있도다.*우리네 슬품의 대부분은 어제의 잔재이거나내일에서 빌어온 것일 뿐너의 을 고스란히 간직하라.너의 음식, 너의 일, 너의 여가를 향유하라.오늘은 너의 것이니하루가 끝났을 때"나 오늘을 살았고 오늘을 사랑했노라!"고말할 수 있게 하라.
한 마리 짐승이 되어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저렇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이 있는 것을.나는 선 채로 오랫동안 짐승들을 바라본다.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걱정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어둠 속에 깨어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눈물짓지도 않고하느님에 대한 의무를 들먹이며 나를 역겹게 하지도 않는다.불만을 드러내는 놈도 없고소유욕에 혼을 빼앗긴 놈도 없다.다른 놈이나,먼먼 조상에게 무릎 꿇는 놈도 없다.이 지구를 통틀어 보아도, 어느 한 마리점잔빼는 놈도, 불행한 놈도 없다.휘트먼, 중에서월트 휘트먼의 "풀잎"(Leaves of grass, 세계시인선 22, 유종호 역, 민음사, 2001.2.28)에 수록된 시이다.40편의 시를 담았다.휘트먼은 1819.5. 뉴욕 롱 아일랜드 농가에서 출생하였다.인쇄공, 기자, ..
어제 낮엔 양지 밭에 차나무 씨앗을 심고오늘 밤에 마당에 나가 별을 헤아렸다.해가 지기 전에 소나무 장작을 쪼개고해진 뒤 침침한 붚빛 옆에서 시를 읽었다.산그늘 읽찍 들고 겨울도 빨리 오는 이 골짝에낮에도 찾는 이 없고 밤에도 산국화 이지만매화나무도 나도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매화는 매화대로 나는 나대로 그냥 고요하였다.도종환 전문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룰다 갔다.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손에 묻는 흙이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도종환 전문
편 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 쓰면 한 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글 : 김남조 ) 아래 내용은 네이버에서 시인 김남조 선생의 인물 검색 결과이다. 1927년생(2010년 현재 83세), 대구출생,숙대 명예교수, 서강대 문학 명예박사, 1950년 연합신문사 시 '성숙', '잔상'으로 등단, 2007 만해문학대상 수상. 내게 이따금씩 가슴이 뭉쿨해지면서 떠오르는 김남조의 시이다..
이런 노인이 되게 하소서눈이 침침하여 잘 안보이고귀가 멀어 가서 소리가 들리지 않고말과 걸음걸이가 어눌해 가지만나를 추하게 늙어가지 않게 하시고내가 늙어가는 사실을 두렵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 하며자신을 학대하고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노인이 정말 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어지게 하시고,육체적으로 늙었지만 정신적으로는오늘 막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게 하시고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끊임없이 탐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노인이 되게 하소서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흔들리는데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는 단계라는 것을 보통의 사람이라면 다 느끼게 된다. 나같은 범부들은 결국 평생을 흔들리면서 살게 되는 부끄러움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시는 항상 마음의 위로를 갖게 한다. 이 블로그의 이름인 우보는 그런 의미에서 그저 한걸음 한걸음 또 한걸음을 걷는다는 소박한 생각이다.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
인생은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작은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소와 친절, 그리고 작은 의무와 습관적인 것들이 마음을 열게 해주며 인생의 승리를 가져다 준다.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그런 작은 것들이다. -험프리 데이비- * 우리 또래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모두 어렵게 살았다. 나는 신문에 글을 투고하고, 학생회 간부를 하는 등 나름대로진지한 젊음을지냈다. 학장님은 이따금씩 자기 방으로 불러 좋은 말씀으로 격려해 주셨는데, 어느 날 사택으로 불러 뒷뜰에서 직접 기르신 탐스런 딸기를 내 놓으시면서 여러 말씀을 들려주신 기억은 지금도 가슴이 뭉쿨하다. 그분은 수필을 잘 쓰셔서 여러 권의 책을 내시기도 했는데, 그분의 회갑 기념 문집 제목은 '작은 일들'이었다. 별도로 자기 ..